글 쓰는 20대
교환학생 10계명
떠나기 전의 나에게 알려주고 싶은 열 가지 마음가짐
나는 지난 1학기 유럽의 한 국가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마치고 돌아왔다. 앞으로 살아가는 데 원동력이 되어줄 소중한 추억을 많이 만들었고, 스스로 한층 성장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모든 경험이 그렇듯, 완벽하기만 한 6개월은 아니었다.
돌이켜보면 아쉬운 선택도 있었고,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 사실도 있었다. 그래서 교환학생 파견을 준비하고 있거나 곧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20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직접 경험한 뒤에야 알게 된 열 가지 이야기를 전해보려 한다.
1. 할 수 있다.
새로운 나라와 낯선 환경 앞에서 두려움과 막막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나는 생각보다 강하다.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선 나라에서 홀로 6개월, 혹은 1년을 살아보겠다고 결심한 것 자체가 이미 용기의 증거다.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면, 우선 해보자. 생각보다 많은 일을 스스로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한히 성장할 수 있다.
2. 다음은 없다.
교환학생 생활을 하다 보면 “다음에 하면 되지”라고 생각하며 기회를 넘기게 된다. 나 역시 기차로 갈 수 있는 가까운 나라로의 여행을 계속 미뤘다. 가까운 곳이니 언젠가는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주어진 시간은 예상보다 빠르게 흘렀다. 결국 오래전부터 꿈꾸던 곳에 가지 못했고, 귀국한 지 두 달이 지난 지금도 그 선택을 아쉬워한다. 교환학생의 시간에는 생각보다 ‘다음’이 없다. 망설이는 순간이 온다면, 가능한 기회를 붙잡아보자.
3. 사람들은 생각보다 친절하다.
낯선 나라에서 생활하다 보면 사소한 일조차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다. 길을 잃거나, 행정 절차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수업 내용을 따라가지 못해도 혼자 해결하려고 버티게 된다. 그러나 막상 용기를 내어 도움을 요청하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친절하게 손을 내민다. 내가 책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을 때 먼저 알아차리고 자료를 공유해주는 친구도 있었고, 밤늦게 작은 벌레 때문에 겁에 질려 연락했을 때 기꺼이 달려와준 사람도 있었다. 모든 일을 혼자 해내야만 잘 적응한 것은 아니다. 어려움을 인정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 역시 낯선 환경에서 살아가는 중요한 능력이다.
4. 나는 내가 지켜야 한다.
도움을 요청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결국 나를 가장 먼저 지켜야 하는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교환학생은 학교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 받지만, 모든 순간에 누군가가 곁에 있어 주는 것은 아니다. 낯선 사람을 따라갈지, 늦은 시간까지 밖에 머물지, 몸이 좋지 않은데도 일정을 강행할지는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소중한 기회와 위험한 모험을 구분하고, 불편하거나 불안한 순간에는 단호하게 멈출 줄 아는 것도 교환학생 생활에 필요한 태도다.
5. 여행을 많이 다녀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교환학생 기간에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여러 이유로 후자에 가까웠고, 여행을 자주 다니는 다른 파견 학생들이 부러운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머무는 파견국 역시 처음 살아보는 낯선 곳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한 나라의 일상과 문화를 온전히 경험하기에 6개월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여행 횟수와 비교하기보다, 내가 있는 곳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을 하나씩 쌓으면 된다. 나 역시 교환학생 기간에 다녀온 여행보다, 파견국의 추운 겨울날 얼어붙은 호수 위를 걸었던 순간을 가장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한다.

위의 사진도 파견 국가에서 운 좋게 만난 오로라이다. 선물은 어디에나 숨어 있다.
6. 날씨도 추억이 된다.
누군가는 한국보다 날씨가 좋은 곳에서 생활할 것이고, 누군가는 나처럼 혹독한 추위나 가혹한 더위 속에서 지내게 될 것이다. 추운 날에는 몸을 잔뜩 움츠린 채 집에만 있고 싶고, 더운 날에는 밖에 나가는 일조차 귀찮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낯선 나라에서 겪은 그 계절 역시 교환학생 생활을 떠올리게 하는 특별한 기억이 된다. 완벽한 날씨만 기다리기보다, 그곳의 계절까지 경험의 일부로 받아들여보자. 완벽한 날씨만 기다리기보다 그곳의 계절까지 경험의 일부로 받아들여보자. 당시에는 불편하기만 했던 날씨도 시간이 지나면 기억 속에서 조금씩 미화되어, 그 나라를 가장 생생하고 아름답게 떠올리게 하는 추억이 된다.
7. 기록은 필수다.
생각보다 기억은 빠르게 휘발된다. 기록하는 일은 귀찮지만, 글이나 사진, 영상 등 자신에게 가장 편한 방식으로 하루를 남겨두어야 한다. 당시에는 선명했던 하루도 일주일만 지나면 금세 흐릿해지기 때문이다. 하루에 10분만 투자해 무엇을 했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적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 역시 교환학생 기간 동안 꾸준히 다이어리를 썼는데, 지금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그날의 장면과 감정이 꽤나 생생하게 떠오른다. 귀찮음을 이겨내고 매일 기록한 일은 교환학생 기간 동안 내가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다.
나의 다이어리 속 한 주 요약8. 감정에 솔직해도 된다.
처음 혼자 낯선 환경에 놓이면 우울감을 느끼거나 당장 집에 돌아가고 싶을 수 있다. 반대로 새로운 나라의 생활이 한국보다 잘 맞아서 돌아가기 싫다는 마음이 들 수도 있다. 어떤 감정이든 억지로 숨기거나 부정할 필요는 없다. 낯선 곳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설렘, 불안과 해방감은 모두 내가 어떤 환경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려주는 단서가 된다. 교환학생 생활에서 마주하는 감정에 솔직해지는 일은 결국 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하는 과정이다.
9. 그럴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이다. 낯선 나라에서 생활하다 보면 계획대로 되지 않거나 기대와 다른 일을 마주할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지만, 때로는 그럴 수도 있다고 받아들여야 한다. 이미 지나간 일에 오래 마음을 빼앗기면 눈앞의 즐거운 순간까지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일을 완벽하게 이해하거나 납득하지 못해도 괜찮다. 때로는 “그럴 수 있다”는 한마디가 나를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10. 나는 생각보다 쉽게 바뀌지 않는다.
교환학생을 떠날 때 세우는 목표는 다양하다. 외국인 친구를 많이 만들고,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영어 실력을 늘리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중에는 소극적인 자신을 더 적극적인 사람으로 바꾸겠다는 목표도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갔다고 해서 성격과 생활 방식이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대했던 모습에 자신을 억지로 맞추다 보면 오히려 스트레스만 커질 수 있다. 바뀌지 않은 자신을 실망스럽게 여기기보다, 낯선 환경에서도 여전히 편안하게 느끼는 방식과 쉽게 달라지지 않는 모습을 받아들여보자. 교환학생은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경험이라기보다, 원래의 나를 더 선명하게 알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10계명 역시 완벽한 교환학생 생활로 이끌어줄 정답은 아니다. 각자가 머무는 나라와 환경, 만나게 되는 사람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낯선 곳에서 두려움을 느끼고,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며, 기대와 다른 현실에 아쉬워하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그럴 때 이 글의 문장들이 조금이나마 마음을 가볍게 해주었으면 한다. 모든 계명을 지키려 애쓰기보다 자신에게 필요한 한두 가지를 기억하며, 자신만의 속도로 교환학생 생활을 채워가기를 바란다. 완벽하지 않은 순간까지도 언젠가는 나만의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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