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22년차 모태솔로는 어떻게 행복해졌을까?

모태솔로지만, 나는 이미 충분히 행복하다

나는 22년차 모태솔로다. 이 문장을 아무렇지 않게 쓰기까지 꽤 오래 걸렸다. 

모태솔로가 죄는 아닌데, 괜히 누가 연애 경험을 물어보면 "한두 번 있었다"고 둘러대곤 했다. 그게 더 '정상'처럼 보일 것 같아서.


최근 넷플릭스 예능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 2>가 막을 내렸다. 매칭에 성공하지 못하거나, 끝내 연애를 시작하지 못한 출연자들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들의 얼굴에서 실패보다는 후련함이 더 크게 읽혔다. 그 모습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연애를 해야만 행복한 걸까?'


나 자신에게 되물어봤다. 연애를 안 해도 연애 예능을 보며 설레고, 외로울 땐 친구를 만나고,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내가 뭘 좋아하는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지 않나. 답은 의외로 명확했다. 나는 이미 나름의 방식으로 잘 지내고 있었다.


찾아보니, 나만 그런 아니었다


궁금해서 찾아봤다. 20  연애를 하지 않거나아예 해본  없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  설문조사에서는 20 응답자의 35.4% "연애 경험이 없다" 답했다. (미혼자만 대상으로  조사였다.)
  • 세계일보가  통계를 다시 팩트체크한 결과미혼·기혼을 모두 포함한 20 전체 인구 기준으로는 모태솔로 비율이 33%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20 3  1명꼴이다.
  • 다른 조사에서는 20대의 29.8% "연애 경험이 전혀 없다" 답했고 다른 조사에서는 21.2% 집계되기도 했다조사마다 수치는 다르지만방향은 비슷하다.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 2> 역시 시즌1 대비 지원자가 3배 넘게 몰렸다고 한다. 나만 이 프로그램에 이상하게 끌렸던 게 아니었던 셈이다.


수치가 조사마다 들쭉날쭉한 걸 보면서 알았다. 정확한 '숫자 하나'로 딱 떨어지게 정리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그래도 공통적으로 읽히는 건 하나였다.

나는 특이 케이스가 아니라, 꽤 많은 사람 중 하나였다.


연애 없이도, 나는 뭘로 채워지고 있었나


외로울 때 나는 친구들에게 연락한다. 신기하게도 만나서 떠들다 보면 방금까지의 외로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초등학생 때로 돌아간 것처럼 실없는 이야기에 웃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다가 집에 들어가면 이상하게 뿌듯한 기분이 든다. 연애가 채워주지 못하는 자리를, 이 시간들이 대신 채워주고 있었던 것 같다.


연애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설레는 감정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었다. 최근 <72시간 소개팅> 사가현 편을 보다가 내가 여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몸을 배배 꼬며 설렌 적이 있다. 무려 1시간 넘게.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를 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출연자들의 서툰 고백에 같이 손발이 오그라들다가도, 그들의 인터뷰를 보며 울고 웃었다. 연애는 안 해도, 연애 세포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혼자 응원석에 가서 땀 뻘뻘 흘리며 응원하고 있는 모습

그리고 혼자 보내는 시간 속에서, 나는 내가 생각보다 좋고 싫음이 분명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 디저트는 좋아하지만 사람 많은 카페는 싫어서 결국 동네의 조용한 카페를 찾아가고, 여름에 땀 흘리는 건 질색이면서도 야구장에서는 땀을 뻘뻘 흘리며 목청껏 응원한다. 머릿속으로 상상만 했을 때와 직접 해봤을 때의 느낌은 늘 달랐다. 그 차이를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연애가 없다고 해서, 내 삶에 채워지는 게 없는 건 아니었다.


대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 직접 물어봤다


혼자만의 결론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 주변 대학생들의 생각도 들어보기로 했다. 연애 중인 친구, 모태솔로인 친구, 그리고 지금은 연애할 여유가 없다는 친구까지—입장이 다른 세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 김에스더 | 한림대학교 광고홍보학과 2학년 | 현재 연애 중

Q. "연애를 해야 행복하다"는 말에 동의하시나요?

동의해요. 처음엔 사랑 없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런 건 '행복'이라기보다 '행복한 시간'에 더 가깝더라고요. 좋아하는 디저트를 먹을 때 느끼는 행복은 오래 안 가잖아요. 반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때 느끼는 행복은 그 순간에만 머무르지 않고, 감정으로 남아서 삶 전체에 스며들어요.

Q. 연애 대신(혹은 별개로) 요즘 나를 채워주는 게 있다면?

디저트를 잔뜩 구매하고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빵봉투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

저는 디저트요(웃음). 힘든 일이 있어도 맛있는 디저트 하나 먹으면 그걸로 풀려요.

Q. 지금 본인의 삶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시간은 흐른다." 저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하고, 좋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좋아하는 디저트도 먹으면서 소소하게 행복한 삶을 살고 있어요. 물론 힘든 순간도 있지만, 거기 오래 머물고 싶진 않아요. 시간이 흐르듯 힘든 것도 결국 지나가고, 그 끝엔 또 다른 행복이 온다고 믿거든요.


🎤 임보미 | 홍익대학교 세종캠퍼스 광고홍보학부 3학년 | 현재 솔로

Q. "연애를 해야 행복하다"는 말에 동의하시나요?

아니요. 사실 저도 예전엔 연애를 해야 행복하고, 삶에 꼭 필요하고,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남 눈치 안 보고 제 취미를 즐길 때, 친구들이랑 만나서 요즘 유행하는 음식 먹을 때, 남자친구 대신 가족들이랑 여행 가면서 힐링할 때! 이럴 때 오히려 더 행복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알게 됐어요. 연애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걸요!

Q. 연애 대신 요즘 나를 채워주는 게 있다면?

좋아하는 아이돌 콘서트를 가서 행복해하는 모습

친한 친구들과 함께 노는 소소한 일상, 제가 좋아하는 아이돌을 보는 것이 저를 잘 채워주는 활력소 역할이 되어주고 있어요.

Q. 지금 본인의 삶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요즘 저는 '취준생이 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취업 준비 때문에 연애도, 노는 것도 뒷전이 됐지만, 그렇다고 제가 불행한 건 아니거든요. 그냥 지금은 저한테 집중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여러분도 저처럼 힘든 시기가 있을 텐데 다같이 힘내자구요!! 우리 모두 행복합시다!


🎤 이경은 | 우송대학교 철도경영학과 3학년 | 모태솔로

Q. "연애를 해야 행복하다"는 말에 동의하시나요?

동의하지 않아요. 행복은 연애로도 채워질 수 있는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 가족이나 친구, 취미로도 충분히 채워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연애가 없다고 해서 행복의 한 조각이 빠지는 게 아니라, 애초에 행복을 채우는 방법이 여러 개라고 보는 거죠.

Q. 연애 대신(혹은 별개로) 요즘 나를 채워주는 게 있다면?

친구들과 동묘에서 산 말랑이를 만지는 모습

친구들이요. "연애는 오래된 친구랑 계속 연락한다는 말이랑 비슷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저도 딱 그래요. 잘 맞는 친구들이랑 있으면 하루 종일 붙어 있어도 지루할 틈이 없고, 계속 웃게 되더라고요.

Q. 지금 본인의 삶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아직 목표를 정하지 못한 대학생." 조금 막막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저는 이게 꼭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건, 뭐든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세 사람의 답은 서로 달랐다. 연애가 있어야 행복하다는 사람, 연애가 없어도 괜찮다는 사람, 지금은 연애보다 나한테 집중하는 시기라는 사람. 그런데 신기하게도 세 사람 모두 마지막엔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나를 채워주는 게 무엇인지는 스스로 알고 있다는 것. 정답은 없었다.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 충분히 잘 지내고 있을 뿐이었다.

결국 중요한 건, 연애 여부가 아니라


다시 내 얘기로 돌아오면, 나는 여전히 모태솔로고, 연애를 하고 싶지 않은 것도 아니다. 다만 이제는 '연애가 없어서 불행하다'는 공식에서는 벗어난 것 같다. 연애는 내 행복의 여러 조건 중 하나일 뿐, 전부는 아니라는 걸 알게 됐으니까.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연애 여부와 상관없이 스스로에게 물어본 적 있는지 궁금하다. 


나는 지금, 나로서 충분히 즐겁게 살고 있나요?

#대학생#모태솔로#행복#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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