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엄미새? 아 나도 엄미새!
오늘 하루 통화 목록을 열어보자. 1등은 십중팔구 '엄마'다.
"나 완전 엄미새인가 봐."
'엄미새'는 엄마에게 유독 각별하고 일상을 함께 나누는 사람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최근 SNS에서는 언니에게 각별한 사람을 뜻하는 '언미새'까지 함께 퍼지며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인스타그램에는 '엄마와 데이트', '엄마와 쇼핑' 같은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꾸준히 올라오고, 유튜브 쇼츠에는 모녀·자매 브이로그가 넘쳐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대학생의 인간관계를 다룰 때 주인공은 언제나 '친구'였다. 대학에 입학하면 가족과는 자연스럽게 거리가 생기고, 그 자리를 새로운 관계들이 채운다는 이야기가 당연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부모와의 친밀함이 오히려 부러움을 사고, 자매·형제와의 우애가 콘텐츠 소재가 된다. 과거였다면 '마마보이', '마마걸'이라는 말로 은근히 놀림받았을 모습이, 지금은 스스로 자랑하는 캐릭터가 된 셈이다.
왜 하필 지금, 가족으로 돌아가는 걸까
이 현상을 단순히 '요즘 애들은 정이 많다'로 넘기기엔 아쉽다. 그 이면에는 지금 청년 세대가 지나고 있는 현실적인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
대학에 진학한 이후 마주하는 건 낭만보다 불확실함에 가깝다. 진로도, 취업도, 미래도 뭐 하나 또렷하게 그려지지 않는 상황에서 혼자 감당해야 할 결정은 점점 많아진다. 그 과정에서 쌓이는 불안과 외로움, 혼란스러움은 결국 가장 편안하고 오래된 관계, 즉 가족에게로 흘러간다. 친구나 연인 앞에서는 애써 괜찮은 척해야 하지만, 가족 앞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도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러니 엄미새 현상은 단순한 유행이라기보다, 불안정한 시대를 통과하는 20대가 찾아낸 나름의 생존 방식에 가깝다. 가족이라는 가장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바깥세상으로 나갈 힘을 채우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냥 좋기만 한 걸까?
물론 이 흐름을 마냥 걱정 없이 바라볼 수만은 없다는 시선도 있다. 가족 안에서 정서적 안정을 얻는 것 자체는 분명 긍정적인 신호다. 다만 가족이 유일한 정서적 통로가 되어버리거나, 새로운 관계를 맺는 일 자체를 미루게 만든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결국 중요한 건 '얼마나 가족과 가까운가'가 아니라, 가족 밖에서도 스스로 삶을 꾸려갈 수 있는 선택지가 충분히 주어져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이 글은 엄미새를 하는 또래를 훈계하거나, 반대로 무조건 미화하기 위해 쓴 것이 아니다. 다만 왜 우리가 이렇게까지 이 트렌드에 깊이 공감하는지, 그 마음을 같은 눈높이에서 한번 짚어보고 싶었다.
어쩌면 엄미새는 나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불안한 시대를 지나는 우리 세대가 스스로를 지키는 아주 솔직한 방법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