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개강 1주차, 왜 이렇게 피곤하지?
피곤한 데는 과학적 이유가 있었다
어느덧 7월이 지나 8월입니다. 8월이라는 달은 숨이 벅차게 더운 한여름을 의미하기도 하고, 곧 학교를 나가야 할 9월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바쁘게 살아온 분들이라면 예외가 될 수 있지만, 개강 첫 주는 유달리 피곤하고 힘든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OT를 듣고 집에 오자마자 쓰러지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단톡방 알림이 쌓이는 걸 보면 왜인지 답장하기가 싫습니다. 친구와 밥을 먹고 헤어졌는데 혼자 있을 때보다 더 피곤합니다.
방학 기간에 알바를 했다거나, 대외활동을 했다거나, 여행을 갔다 오신 분들이라면 몸을 움직이는 게 어색한 일도 아닐 겁니다.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개강 첫 주는 피곤함이 짙습니다. 개강한 지 일주일도 안 됐는데 이미 방전된 것 같다면, 당신만 그런 게 아닙니다. 꼭 체력 문제라고 단언할 수도 없고요.
출처: 무한도전1) 방학 동안 혼자만의 리듬이 있었습니다
방학 때는 학교에 있을 때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먹고 싶을 때 밥을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연락하고 싶을 때 답장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즐거움을 얻고 에너지를 얻는 사람도 혼자만의 시간은 분명히 필요합니다. 또한 대학생 친분은 학창시절을 견주어 보았을 때 더 자유로운 관계이므로, 방학 때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이렇게 평화로운 3달 정도를 보내다가, 개강과 함께 그 리듬이 한꺼번에 깨집니다. 시간표를 잘못 짜면 당첨되는 9시 수업, 조별 과제 단톡방, 오랜만에 만난 동기들과의 점심 혹은 저녁 약속. 갑자기 하루에 수십 명과 에너지를 주고받아야 합니다. 에너지를 주고받는다는 것은 꼭 아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닙니다. 스치듯 지나가는 사람들과는 무의식적인 에너지가 오고 갑니다. 나도 모르게 내 몸의 감각이 타인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죠. 몸은 분명 캠퍼스에 있는데, 마음은 아직 방학 중입니다.
다시 말해 방학 동안 익숙해진 고요한 리듬과 개강 후 쏟아지는 관계의 밀도 사이에서, 몸과 마음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출처: 무한도전2) 이건 나약한 게 아닙니다
전 개강 첫 주에 습관처럼 몸살을 앓습니다. 제 성향도 한몫 하지만,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몸이 새로운 환경에 놀라 어쩔 줄 몰라하는 게 생생히 느껴질 정도니까요. 방학 동안 충전해둔 에너지가 개강 첫 주에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뇌과학적 근거가 있습니다. 사회적 상호작용이 일어날 때 우리 뇌에서는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코르티솔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활발하게 분비됩니다.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 심리학과 콜린 드영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마다 도파민 자극에 반응하는 민감도가 다르며 이 차이가 사회적 상호작용 이후 느끼는 피로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2023년 연구에서는 사회적 자극을 깊이 처리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일수록 대화 중 에너지 소진이 더 빠르게 일어난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내향형이든 외향형이든 과도한 사회적 상호작용 이후에는 누구나 피로를 경험한다고 보고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성격이 아니라 변화의 속도입니다.
개강을 한 달 정도 남겨둔 요즘, 심란한 마음에 주변 대학생들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질문은 모두 '9월에 개강인데 소감이 어때?' 였고, 26학번 새내기, 22 / 23학번 헌내기가 인터뷰 대상입니다.
"개강 빨리 했으면 좋겠어. 집에만 있으려니까 너무 심심해. 아, 근데 또 조별과제 하고 수업 나갈 거 생각하니까 방학이 좋기도 하고···" — 26학번 A"와 진짜 개강하기 싫어. 이제 4학년이라 놀지도 못 하고 체력도 안 돼. 이번 방학 끝나면 졸업해야 하는데···" — 22학번 B"나는 시험 준비하느라 휴학할 것 같긴 한데, 아직 확정은 아니라. 학교 간다고 생각하면 아득하지 진심···" — 23학번 C
역시 26학번은 푸릇푸릇한 답변을 내놓았지만, 조별과제에 데인 1학기 기억이 있어서인지 말을 흐렸습니다. 22 / 23학번은 고학년인 만큼 학교에 대한 기대치가 없어졌고요. 해야 할 일이 늘어나 싫은 것도 있지만 신체적, 그리고 정신적 피로도가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출처: 무한도전3) 지금 지쳐있다면, 그걸 먼저 알아채세요
1학년 때는 개강만 하면 몸이 아픈 제 자신을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들 학교 생활을 잘 즐기는데 왜 난 이렇게 피곤할까, 도대체 종강은 언제 하나 싶어서요. 이제는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니, 피곤함을 느끼는 역치도 다른 거라 생각합니다. 억지로 에너지를 끌어올리려 하지도 않고요. 피곤함을 느끼는 몸과 정신 상태를 인지하고, 천천히 적응해 나간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나약한 게 아니라, 몸이 새로운 리듬에 적응하는 중이니까요.
9월 개강을 벌써부터 '으악' 소리를 내며 기다리시는 분이 있다면, 저도 매우 동감하는 바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래도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라면 즐겁게, 그리고 건강하게 맞닥뜨리는 게 좋으니 '개강 첫 주는 좀 고생하지 뭐!' 가볍게 생각하고 개강을 기다려보는 건 어떨까요? 피곤함을 느끼는 사람이 이상한 건 절대 아니니까요. 그리고 그걸 먼저 알아챈 것만으로도, 이미 회복은 시작된 것입니다.
#대학생#개강#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