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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도대체 언제 내려오냐?

서울로 간 시골쥐의 싱글벙글 도시적응기
"야 너랑 나랑 집 가깝네" "얼마나 걸리는데?" "아마 지하철 타고 한 시간?" "엉?"

서울시립대에 합격하여 광주에서 서울로 올라온 지 어느덧 5개월..처음의 설렘과 기대도 사라져가고,
이젠 지하철 환승도 잘하고, 1시간 정도 거리는 멀지 않게 느껴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적응한 것은 아니었는데요! 서울에 처음 올라왔을 땐 하나하나 신기하고 당황스럽기도 했었죠. 교통인프라부터 시작하여 사투리, 인간관계 등 참 다양한 것이 저에게는 새로운 경험과 감정들이었어요.
그리고 이런 감정들은 저만 느낀 것이 아니었는데요. 타 지방에서 올라온 동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두들 비슷한 경험과 생각들을 하드라구요.

그래서 모아봤습니다. 서울에 처음 상경한 시골쥐들이 겪는 사소하면서도 웃픈 경험들!



1. 서울 교통, 이게 가능한거야?


서울은 새벽에도 버스가 다닌다고?


서울에서 막 생활을 시작한 시골쥐들과 모여 이야기를 하다 보면 꼭 나오는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서울은 심야버스를 운행한다는 것.
약 4개월 전, 대학교에 슬슬 적응하고 동기들과 친해졌을 무렵, 어느 날 동기들과 새벽 1시가 넘어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저와 부산에서 온 친구(이하 부친)는 학교 주변에 살았기에 걸어서 집에 갈 수 있었지만, 서울 토박이 친구는 집이 꽤나 멀어 걸어가기 어려운 거리였는데요.
저희들은 당연히 그 친구가 집에 못 갈 줄 알고 오늘 집에 안 가는 거냐며 신나 하고 있었죠.

"야 너 오늘 집에 안 가?"

그런데 서울 토박이 친구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습니다.

"나 버스 타고 갈 건데?"


새벽 1시에 버스를 탄다고?
알고 보니 서울에는 새벽에도 다니는 N버스가 있었던 것!
버스 배차간격, 지하철 등 서울의 교통인프라가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새벽에도 버스가 돌아다니는 것은 시골쥐들에게 적잖이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아 도대체 어디여!!


서울에 처음 왔을 때 제 고향과 체감 되게 달랐던 점은 바로 지하철이었어요. 교통체증 없이 빠르게 가는 게 너무 좋았죠. 서울 토박이들은 이게 익숙해서 그런지 "한 시간? 별로 안 걸리네" 해서 당황했던 기억이...제가 살던 곳에서는 1시간이면 큰 맘을 먹어야 했거든요. 

하지만 지하철 환승 할 때 너무 헷갈렸어요! 

저는 2호선을 많이 탔었는데요, 나는 분명 지하에 있는데 그 지하에 지하철이 있고 또 그 지하에 지하철이 있는 구조였었죠. 네이버 길찾기로도 도통 알 수가 없어서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다녔는데, 이상한 사람인 지 알고 무시할 때마다 너무 서러웠어요... 그래도 친절하신 분들이 더 많습니다. 여러분, 모르면 과감히 물어보세요!

2호선이 하니 또 2호선 지하철에서 바라본 한강이 생각납니다.
서울 하면 한강이지~하면서 같이 올라온 친구들과 한강을 자주 갔었는데요, 그 중 지하철에서 내려다보는 한강은 
너무나도 감동적이었습니다. 근데 저만 한강을 보고 다른 사람들은 다 폰만 보고 있어서 난 아직 촌놈인가..싶었던 기억이 나네요 ㅋㅋㅋㅋ


2. "나 사투리 안 쓰는디?" ".....쓰고 있다고?"



저는 광주 출신이지만 사투리를 쓰지 않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안 쓰는지 알았어요. 서울에 올라오기 전까지는.

"야 근데 너 사투리 쓰는거 알아?"
"내가 쓰고 있다고? 어디가?"
"ㅇㅇ 방금도 썼는데? 그냥 그 특유의 억양이 있음"

저는 분명 파파고에 가까운 완벽한 표준말을 구사하고 있는데 갑자기 저보고 사투리를 쓴다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저는 제가 사투리를 쓰지 않는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한번은 다른 학과 학생들과 조별과제를 하고 있을 때였죠. 조별과제가 처음이라 긴장되기도 하고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라 여느때처럼 완벽한 표준어를 구사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여성 분이 저보고 어디 출신이냐고 묻더라고요?

"저 전라도 광주 출신이에요!" 
"아 ㅋㅋ 어쩐지 사투리 쓰시길래"
"???"

사투리가 부끄럽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말을 꺼내고 3초만에 들켜버리니 참 당황스럽더군요.
물론 그 여성 분도 대구 출신이었습니다 ㅋㅋㅋ 근데 사실 저도 눈치 채고 있었음! 이건 그냥 지방 출신 학생이면 누구나 다 겪는 일 같아요 ㅋㅋㅋㅋㅋ

아까부터 등장하는 부친도 마찬가지였어요.
첫 만남부터 말투에서 부산 바닷물 향기가 넘쳐 흘러서 마치 자신이 부산에서 올라온 테토녀라고 말하는 것 같았는데요. 그런데 자꾸 본인은 사투리를 언제 썻냐고 묻는 것이 처음에는 웃기려고 뻔뻔한 컨셉을 잡는 건지 알았는데 정말 자기객관화가 안되는 친구였던 것이었죠. 웃긴 건 사투리 쓰는 넘들이 서로 지적해요 ㅋㅋㅋㅋ

순대는 당연히...


또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들끼리 모이면 사투리 지적 말고도 열띠게 논쟁하는 주제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음식!
시골쥐들이 서로가 살던 곳의 음식 자부심을 뽐내며 각 지역에 맛집과 레시피를 자랑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그런데
고향이 광주인 저에게 항상 순대는 초장에 찍어먹는 것이고, 콩물국수는 당연히 설탕을 넣어 먹는 걸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걸 말하니 모두들 충격을 먹드라구요...

여러분, 콩물국수에 설탕은 진짜 존맛입니다. 한 번 먹어보셔요 제발!!



주먹가위 주먹가위...이거 몰라?


대학 동기들끼리 놀 때 팀을 나눠야 할 때가 있죠. 그럴 때 저희는 주먹 가위(묵찌)로 팀을 나눴어요. 
저는 자연스럽게 주먹가위 주먹가위 가위바위보! 라고 구호를 외쳤는데 갑자기 



모두가 이런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는 겁니다. 저 또한 어리둥절 해져서 왜 안하냐고 하니 그게 뭐냐고 하더라구요. 알고 보니 광주에서만 이렇게 구호를 하고 뭐 서울에선 묵찌 묵찌묵찌 무욱~찌 이렇게 한다더군요. 저는 한 평생 이게 전국 국룰 인 줄만 알고 있었는데 우리 지역만 쓰는 거였다니.. 그렇게 제 세상은 무너졌습니다.
아마 저와 다른 지역 출신인 분들은 다른 단어들이겠지만, 이런 경험들이 정말 한 번쯤 다 있는 것 같아요.





3. 오늘 따라 고향이 그립다...



대학생이 되면 참 바쁩니다. 학교 갔다가, 사람 만나고, 술 마시고, 과제 하다 보면 어느새 몇 주가 지나가 있져. 친구가 점점 생기다 보면 학기 초 항상 매일 연락하던 고향 친구들과의 DM도 점점 뜸해지는데, 그러다 문득 고향이 그리워지는 순간들이 있어요. 대학 친구들이 싫은 건 아니지만, 서로의 모든 흑역사를 알아서 서로를 업신여길 수 있는 고향 친구들은 뭔가 달라! 그리움에 캘린더를 뒤적뒤적거리며 이땐 그랬지...하며 방구석에서 센치해지기도 하고, 친구들이 그립다보니 갑자기 부모님이 그립고..또 집밥이 먹고 싶고...매일 요리와 설거지를 하던 엄마가 존경스러워지고...그러다 배민을 키고..

그러다 주변에 말 못할 ㄹㅈㄷ사건이 생기거나 빌런을 만나게 되면 통화를 걸게 됩니다.

"야 뭐더냐" 
"걍 있는디 왜"
"나 고민있음"

하면 바로 1시간이 훌쩍 지나가는 거죠잉! ㅋㅋㅋㅋㅋ 이 패턴을 싫어하는 친구는 없습니다. 
사실 이런 고민은 통화 끝에 가게 되면 하소연으로 바뀌거나 술자리에서 할 법할 대학 썰을 푸는 것으로 마무리 됩니다. 술자리에서 지방에서 온 친구들한테 물어보면 다 이런 경험이나 감정을 느끼더라구요.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하던데, 가까운 친구들에겐 오히려 소중함을 느끼는 순간이에요
그렇게 고향 친구들과 연락을 하다 보면 마지막엔 항상 이 질문이 나오죠

4. "너 도대체 언제 내려오냐?" 어 형 이제 서울 사람이야


빨랑 내려 가고 싶다
서울에 막 상경한 시골쥐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 중 하나죠. 진짜 서울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오면 원래 살던 곳이 너무 그리워집니다. 자다 가도 5분이면 바로 만날 수 있던 친구들을 이젠 물리적으로 볼 수 없게 되니 슬프기도 하죠.
초반에는 친구들이 항상 서울 어떠냐~ 서울은 다르냐~고 묻다가 점점 너 그래서 언제 내려 오냐고 질문이 바뀌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저도 언제 내려 갈지 기차표를 보게 되죠. 그러나! 과제니, 회식이니, 알바니 너무 할 일이 많아서 날짜 잡기도 정말 힘들죠! 

한 번 내려갔더니 제 말투를 듣고 "서울 사람 다 됐네" 하는 친구들, 그리고 40분이라는 거리가 멀지 않게 느껴지는 스스로를 보며 미묘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답니다.

사람은 참 무서울 정도로 적응이 빠른 것 같아요. 사실 요즘 저는 고향에 가기가 귀찮아졌습니다.
 
그리운 것과 별개로 말이죠. 마음은 아직 광주지만 서울에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은 기분? 서울에 쭉 살고 있는 상경생들은 몇 달이 지나면 고향이 그립긴 하지만, 처음보다 감정이 무뎌져 잘 안 가게 되는 것 같아요. 
어쩌면 상경생들은 두 도시에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두 곳 모두 자신의 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친구들아 언제 내려가냐고?
응..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잉~
#지방러#대학생활#서울적응기#공감#서울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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