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조원님, 이거 혹시... **GPT**로 하셨나요?
대학생들이 생각하는 팀플 속 AI 사용의 마지노선
2주처럼 느껴졌던 2달 간의 방학이 어느덧 끝나가며, 9월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 학기는 진짜 중간 때부터 공부해 A+ 받아야지'
'아... 이번엔 진짜 연애한다'
'그냥 이번엔 휴학하면서 여행을 좀 가볼까?'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겠지만 나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는 단 하나, "팀플"이다.
🤖 우리 팀은 5명인데, 왜 6명처럼 느껴지지?
듣고 싶었던 과목도 수강 신청했고, 원하는 친구들과도 함께 수업을 듣게 됐다.
출발부터 나쁘지 않다 싶었던 개강 첫날,
기분 좋게 강의실에 앉는 순간 교수님께서 아주 가볍게 한 마디를 던지셨다.
"이번 학기는 팀플이 있을 예정입니다."
또 너냐 팀플.교수님께서는 무심코 던지신 한 마디지만 그 순간 내 머리속은 벌써 발표 날까지의 미래가 스쳐 지나간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조가 정해졌고, 쉬는 시간이 되자 1시간 전까지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단톡방 하나가 만들어진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와 같은 어색한 인사로 첫 대화를 나누며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되었는데...
그런데 웬걸. 생각보다 시작이 너무 순조롭다.
다들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면서 각자 역할도 금방 정해졌고, 앞으로의 회의 일정도 빠르게 잡았다.
이어서 어떤 방향으로 주제를 잡으면 좋을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아이디어도 꽤 잘 나왔다.
"어쩌면 이번 팀플은 괜찮지 않을까?"
오랜만에 팀플을 향한 근거 없는 희망이 생기려던 찰나, 한 조원이 조심스럽게 한 의견을 제안한다.
"아이디어 이 정도면 많이 이야기한 것 같은데, 한 번 GPT한테도 물어볼까요?"
그러자 다들 누군가 이 말을 꺼내기를 기다렸다는 것처럼
'오, 좋은데요?'
'저희가 생각한 방향성 최대한 살려서 한 번 물어봐요.'
라며 GPT한테 물어보기 시작했다.
몇 초 뒤, 화면에는 우리가 한 시간동안 이야기했던 아이디어는 물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성까지 나타났다.
처음에는 그저 편했다.
우리가 놓친 부분도 잘 잡아주고, 또 회의하며 막힌 부분도 시원하게 해결해주니 회의도 다시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문득, 화면을 보다 보니 조금 이상한 궁금증이 생겼다.
'아이디어를 물어보는 건 모두가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그럼... GPT한테 어디까지 부탁해도 괜찮은 거지?'
자료조사도?
PPT도?
발표 대본도?
아니, 이왕 맡기는 거라면... 그냥 내가 맡은 파트를 전부 맡겨도 되는걸까?
💬 그래서 여러분은 몇 단계까지 괜찮으세요?
막상 'AI를 어디까지 사용해도 괜찮을까?'라고 물으니 기준을 딱 잘라 말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이디어를 물어보는 것과 내 역할을 전부 맡기는 것 사이에는 꽤 많은 단계가 있으니까.
그래서 한 번, 팀플에서 실제로 자주 마주치는 사례를 기반으로 단계별 AI 사용 방법을 정리해보았다.
🟢 LEVEL 1. '수업 중 모르는 내용 질문하기'
🟢 LEVEL 2. '팀플 아이디어 추천받기'
🟡 LEVEL 3. '팀플 자료 조사하기'
🟠 LEVEL 4. '팀플 PPT 제작하기'
🟠 LEVEL 5. '팀플 발표 대본 제작하기'
🔴 LEVEL 6. '팀플 내가 맡은 역할 전부 맡기기'
개인 과제를 할 때는 AI를 사용하더라도 '내 과제'를 위해 '내'가 사용한거라 괜찮지만,
팀플은 내 이름 뿐 아니라 조원들의 이름도 함께 올라가는 협동 과제이기에 이야기가 달라진다.
과연, 나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건지.
나만 내가 AI를 사용하는 게 꺼려지고 또 팀원이 AI를 사용하는 게 신경 쓰이는지 궁금해져
실제 주변 대학생들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Q. 팀플에서 AI를 사용하는 것, 어디까지 괜찮다고 생각하시나요?
🎤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1학년 신OO (21)"LEVEL 3까지 괜찮을 것 같아요. 자료 조사까지는 실제 있는 사실을 기반으로 하니까 오히려 직접 하는 것보다 퀄리티가 좋을 수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2학년 이OO (22)"LEVEL 2까지는 사실 팀플을 하는 모두가 한 번쯤은 하지 않았을까요? 요즘 AI가 주는 정보들 중에 사실이 아닌 정보들도 많아서 LEVEL 3부터는 좀 꺼려지네요."
🎤 서강대학교 생명과학과 2학년 정OO (21)"오히려 LEVEL 4보단 LEVEL 5가 더 괜찮을 것 같아요. 대본은 결국 피피티나 자료 조사를 기반으로 하니까
정리만 하면 되는데, PPT는 처음부터 창작을 해야하니 퀄리티가 더 걱정되네요."
🎤 건국대학교 생명공학과 2학년 최OO (21)"LEVEL 5까지 해본 사람으로서 크게 문제될 건 없다고 생각해요. AI를 잘 활용하는 것도 그 사람의 역량 아닐까요? AI를 사용 안 하더라도 결과물이 안 좋을 수 있고, AI로 다 제작하더라도 결과물이 좋을 수 있으니 전 활용만 잘 할 수 있으면 LEVEL 6도 문제 없다고 생각해요."
인터뷰를 진행한 네 사람이 생각하는 AI 사용 적정선의 기준은 조금씩 달랐다.
누군가는 아이디어를 얻는 데까지, 누군가는 자료를 정리하고 표현을 다듬는 데까지, 또 다른 누군가는 활용만 잘 한다면 무엇이든 괜찮다는 의견을 줬다.
이 인터뷰를 통해 같은 대학생이더라도 각자에 따라 AI 활용에 대해 바라보는 기준이 모두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 AI를 사용한 게 문제일까, 말하지 않은 게 문제일까?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질문을 조금 바꿔보고 싶다.
"팀플에서 AI를 사용해도 될까?"
보다
"팀플에서 AI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조원에게 말해야 할까?"
는 어떨까?
팀플을 하면서 내가 맡은 파트의 아이디어를 추천받은 정도라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팀원 한 명이 가져온 자료 대부분이 AI를 통해 작성한 것이었다면?
더구나 다른 조원들은 그 사실을 모른 채 그 자료만 믿고 PPT를 만들며 발표를 준비하고 있었다면?
이러한 상황에도 AI를 사용했다는 걸 다른 조원들에게 말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그때부터 AI 활용은 개인의 선택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팀플은 내 결과물이 아닌, '우리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어쩌면 AI 사용의 적정선을 '어떤 기능과 목적으로 사용했는지'만으로 정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대신 나는 이전과는 조금 다른 기준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AI가 준 정보를 직접 확인했는가.
AI가 만든 내용을 내가 이해하고 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팀플을 수행하는 조원들이 AI 활용 방식에 동의하고 있는가.
📝 이제 역할 분담 전에 이것도 정해야 하나요?
"자료조사 누가 하실래요?"
"제가 PPT 만들게요!"
"그럼 발표는 제가 하겠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익숙하게 해왔던 팀플 역할 분담.
그런데 앞으로는 그 전에 질문 하나가 추가될지도 모르겠다.
"저희 AI는 어디까지 사용할까요?"
거창한 AI 사용 규정을 만들 필요는 없다.
단 1분이라도 서로의 AI 사용 기준을 확인한다면, 나중에 발생할 수 있는
'전 이게 괜찮을 줄 알았는데요?'
라는 난감한 상황을 조금은 대비할 수 있지 않을까.
AI에게 과제 도움을 받는 것 자체가 특별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AI를 사용할까 말까의 문제가 아니라,
AI를 어디까지 사용해도 괜찮을까를 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9월과 함께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온 개강.
새로운 계절을 맞아 새로운 팀플이 생긴다면, 각자 역할을 정하기 전에 슬쩍 한 번 물어보자.
"조원님, 이거 혹시... AI로 하셨나요?"
아니, 그보다 먼저.
"우리 팀은 AI, 어디까지 사용하기로 할까요?"
#대학생#개강#팀플#AI#잔혹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