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나를 위한 선택, 끈기보다 ‘포기’를 택한 이야기

포기가 배추 셀 때만 하는 말은 아니다
포기는 배추 셀 때나 하는 말이지!

'어려운 일이라도 쉽게 그만두지 말고, 끈기 있게 계속 도전하라'
격려를 담은 이 말은 때때로 우리에게 부담이 되어 다가온다. 

육체적으로 힘들어서,
정신적으로 피폐해서,
흥미가 도저히 생기지 않아서,
어차피 해도 안 될 것 같아서,
돈과 시간이 부족해서.

대학생들은 각자만의 이유로 종종 무언가를 포기할지 고민한다.
하지만 끈기가 없어 보일까 봐, 남들 다 참는데 나만 못 견디는 것 같아서
포기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무언가에 끈기 있게 도전하는 건 가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나를 갉아먹는 힘듦이 느껴진다면 도망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그 누구도 아닌 오로지 나를 위해,
무언가를 포기한 대학생 4명 이야기를 들어봤다.



수업👩‍🏫을 포기했어

A씨(사학과 25학번)


이해를 돕기 위해 Gemini를 통해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1. 어떤 일을 포기하셨나요?

대학교에 입학하고 첫 학기에 들은 교양인 '기초일본어' 수업 진도를 따라가길 포기했어요. 일본어 기초는 별로 어렵지 않다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수강신청했는데, 수업이 쉽지 않더라고요.

2. 포기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1학년 1학기에는 반수를 하면서 꿈꿨던 대학 생활의 낭만을 채우는 데 시간을 많이 썼어요. 학과 학생회도 하고, 학교 선후배와 동기를 만나 자주 놀기도 해서 공부에 쓸 시간이 별로 없었죠. 열심히 즐기다가 시험을 벼락치기 하려고 시험 범위를 확인해 보니 외워야 할 양이 엄청 많더라고요. 시험 전에 급히 강의 자료를 읽어보긴 했지만, 좋은 성적을 받기에는 역부족이었어요.

3. 포기한 후 느낀 점이 있으신가요?

'미리 공부할 걸...'이라는 후회를 느꼈어요. 같이 놀았던 동기들은 언제 공부를 했는지 성적을 괜찮게 받았더라고요. 조금만 미리 시험 범위를 확인하고 공부했다면, 성적이 이 정도로 나쁘진 않았을 것 같아요. 동시에 성적 잘 받지도 못할 거 충분히 대학 생활을 즐겨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4. 포기한 일에 다시 도전하실 예정인가요?

사실 이미 다시 도전했었어요! 기초일본어를 2학년 1학기 때 재수강했거든요. 근데 또 재수강을 해야 할 성적을 받았어요. 아무리 교양이더라도 D는 너무 낮은 성적인 것 같아서, 다가오는 2학년 2학기에 이 수업에 다시 도전할 예정이에요.

5. 포기를 망설이는 분들께 한 마디를 남겨주세요!

제가 같은 수업을 3번이나 듣게 된 것처럼, 포기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르는 것 같아요. 그렇기에 현재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일들까지 고려한 본 뒤 '포기'라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때로는 확실한 결과로 보이는 성적보다 추상적인 낭만이 중요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재수강은 다시 할 수 있어도, 낭만 가득한 새내기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요!



재수강📖을 포기했어요

B씨(사회학과 21학번)


1. 어떤 일을 포기하셨나요?

2학년 1학기 때 들었던 사회학과 전공 필수 교과목인 '사회통계'를 재수강하는 걸 포기했어요. C+ 학점부터 재수강이 가능해 B0를 받으면 일부러 교수님께 성적을 내려달라고 하는 경우가 흔한데, 재수강을 하지 않으려고 B0 학점을 그대로 받았습니다.

2. 포기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너무 어려웠어요. 군대를 마친 후 복학한 첫 학기라 공부 자체에 적응하는 게 어렵기도 했는데, 심지어 수학을 다뤄야 하는 통계 과목이라 벽이 너무 높게 느껴졌어요. 수학을 싫어하고, 잘 못하는 문과생이라 그랬던 것 같아요. SPSS라는 통계 프로그램도 이 과목에서 처음 써 봤는데, 이것도 너무 어렵더라고요. 사회통계를 공부하는 데 들이는 시간을 다른 과목에 투자하는 게 더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다시 수업 듣기를 포기했습니다. 

3. 포기한 후 느낀 점이 있으신가요?

제일 크게 느껴진 감정은 아쉬움이에요. 1학년 때 쭉 A0 이상의 학점을 받다가 이 과목에서 처음으로 B0를 받았거든요. 그래도 수업은 빠지지 않고 성실하게 들었는데, 제 기준에 좋지 않은 학점을 받아서 아쉬웠습니다. 이 과목을 어떻게 공부해야 좋을지 아예 감이 잡히지 않아 재수강이 엄두가 나지 않아서 아쉬움이 더 크게 남은 것 같아요.

학교 시스템에 영원히 남게 될 B0 성적

4. 포기한 일에 다시 도전하실 예정인가요?

재수강에 다시 도전할 것 같진 않습니다. 지금 다시 사회통계 수업을 들어도 진도를 따라가기 버거울 듯해요. 그렇지만 통계와 SPSS 공부는 다시 하고 있어요. 졸업요건 충족을 위해 사회조사분석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는데, 필기 합격을 위해 통계 지식과 실기 합격을 위해 SPSS 공부가 필요해요. 포기했던 통계 공부가 다시 필요해진 셈이죠.

5. 포기를 망설이는 분들께 한 마디를 남겨주세요!

'포기에 너무 자괴감 느끼지 말자'고 전하고 싶어요. 재수강을 포기하면서, '나는 공부에 소질이 없는 사람인가'하는 생각을 잠시 했는데, 다른 과목에서는 흥미를 느끼고 좋은 성적을 받았어요. 어떤 일을 포기하더라도, 다른 분야에서 각자의 노력과 재능이 빛을 볼 수 있다고 믿어요. 무언가를 포기하더라도 부정적인 감정에 빠지지 말고, 다른 길을 모색하는 회복탄력성을 갖추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자격증 시험📝을 포기했어요

C씨(법학과 23학번)


1. 어떤 일을 포기하셨나요?

올해 8월에 시험이 있었던 제50회 ADsP(데이터 분석 준전문가) 시험 응시를 포기했습니다.


시험 일주일 전 포기를 결심하게 한 모의고사 성적

2. 포기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8월부터 시작한 인턴과 시험을 준비해야 할 시기가 겹쳤어요. 아침 일찍 회사에 출근하는 생활 방식이 적응되지 않은 시점에서 시험공부까지 병행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물론 벼락치기를 하지 않고, 미리미리 공부했으면 되는 일이었기 때문에 핑계긴 합니다... 공부를 충분히 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험 일주일 전에 자격증 시험 모의고사를 풀어봤는데 성적이 처참하더라고요. 합격할 확률이 거의 없을 것 같아 시험을 포기했습니다.

3. 포기한 후 느낀 점이 있으신가요?

시험을 접수한 시기가 좀 지나 전액이 아닌 반액밖에 환불받지 못해서 날려버린 응시료가 아까웠어요. 근데 알고리즘에 뜨는 시험 후기를 읽어보니 역대급으로 어려운 시험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어차피 응시해도 불합격했을 듯해서 '반액이라도 환불받은 게 다행이다'라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4. 포기한 일에 다시 도전하실 예정인가요?

아직 어학성적이 없어 ADsP 자격증보다 토익 등을 준비하는 데 시간을 쓸 것 같아요. 그리고 다음 시험이 있는 10월에도 인턴을 하고 있을 예정이라 다음 회차 ADsP 시험에는 응시하지 않을 것 같아요.

5. 포기를 망설이는 분들께 한 마디를 남겨주세요!

여러 가지 일을 모두 포기하지 않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불가피하게 몇 가지 일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 같아요. 포기를 결정해야 할 때, 나에게 어떤 기회가 더 중요한지 고려해 우선순위를 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걸 다 잡으려다 오히려 하나도 제대로 못 잡을 수 있으니까요.



아르바이트💰를 포기했어요

D씨(행정학과 24학번) - 셀프 인터뷰


1. 어떤 일을 포기하셨나요?

1년 10개월 동안 했던 학원 행정조교 아르바이트를 포기했습니다. 패스트푸드점, 카페, 서점 등 여러 번 알바에 지원했지만 모두 떨어지고, 인생 처음으로 시작했던 고정 알바라 더 포기하는 게 어려웠어요.

2. 포기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알바생인 저에게 업무 지시를 주시는 과장님이나 실장님의 말씀이 따갑게 느껴질 때가 많았어요. 몇백 부의 설명회 자료 포장처럼 버거운 일을 시키실 때, '이거 당연히 할 수 있는 일 아니야? 왜 못해?'와 같은 말투에 상처받았습니다. 그리고 학원 강사님이 피우신 담배꽁초를 치우는 일도 했는데, 이건 알바를 처음 시작할 때 전달받은 업무와 결이 너무 다르지 않나... 하는 생각에 강한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찾아온 것도 포기의 큰 이유였습니다.


울고 싶었던 학원 설명회 자료 8시간 동안 1,000부 포장하기

3. 포기한 후 느낀 점이 있으신가요?

'내가 그만두는 걸 왜 이렇게 무서워했지?'라고 생각했어요. 학원 알바를 그만둔 뒤 운 좋게 바로 새 알바를 구해,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훨씬 스트레스를 적게 받으며 지금까지 8개월째 일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저 자신이 몸이 힘든 것보다 정신이 힘든 걸 더 버거워한다는 점을 새롭게 깨달았습니다. 지금 하는 알바가 업무 강도는 더 세지만, 신경이 쓰이는 부정적인 말투를 듣지 않아도 돼서 훨씬 힘들지 않은 것 같아요.

4. 포기한 일에 다시 도전하실 예정인가요?

첫 알바를 구하는 20살의 제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다시 학원 알바에 도전할 것 같아요. 솔직히 업무 강도가 엄청 힘든 건 아니라, 첫 알바로 도전하기에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나은 환경의 학원 행정조교라면 다시 도전해 볼 생각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학원, 같은 조건이라면 다시 도전하지 않을 거예요. 그 알바보다 나에게 더 잘 맞는 알바가 있다는 걸 느꼈거든요.

5. 포기를 망설이는 분들께 한 마디를 남겨주세요!

'도망친 곳에 낙원은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모두에게 해당하진 않겠지만, 적어도 저에게는 도망쳐서 새롭게 시작한 행동이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었거든요.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요한 목적 중 하나가, '돈을 벌어서 행복하게 쓰려고'인 것 같은데 행복을 얻기 위한 과정이 지나치게 불행하다면 과정을 바꿔보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4명의 대학생이 공통으로 이야기한 것은
'포기해도 기회는 또 있다'는 점이다.
청춘의 패기를 담은 거침 없는 도전을 반기는 것처럼
나를 위한 선택인 '포기'도 반겨주면 어떨까?

이미지 출처: X(@udocomic)

곧 찾아올 9월, 무언가에 새롭게 도전할 시기인 새 학기가 시작된다.
배운 적 없는 전공의 교과목을 수강하고,
대외활동과 공모전에 지원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친해지는 등 
다채로운 도전이 이어질 것이다.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지는 말되,
나를 위한 포기 또한 길게 주저하지 말자.

왜냐하면

기회는 다시 찾아올 테니까!

#포기#대학생#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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