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은 어디로 갔을까 — 3월과 9월 사이
실제 룸메언니에게 받았던 카톡원래부터 나는 맑은 하늘을 좋아하고, 해가 떠 있는 낮을 좋아했다. 고등학생 무렵부터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하지만 대학교 1학년 2학기 무렵, 나는 해가 늦게 뜨면 잠이 더 많아진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해가 짧아지는 가을과 겨울이면 오전 수업에 몇 번 지각하기도 했다(자랑은 절대 아니다. 따라하지 말 것). 그러다 시간이 지나, 위 사진처럼 기숙사 룸메이트 언니에게 깨워줄지 묻는 카톡을 받기도 했다.
그때까지는 '그냥 추워서 일어나기 싫은 거겠지', '아침에도 어두우니 일찍 일어나기 쉽지 않겠지'라고 생각하고 넘겼다. 혹은 '내가 그냥 가을을 타서 그런 건가' 하는 생각으로 끝내버리곤 했다. 하지만 정말로 내가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는 걸 실감한 건, 2학기만 되면 눈에 띄게 줄어드는 활동량과, 겨울방학이 얼른 끝나고 어서 개강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순간이었다. 이런 얘기를 하면 친구들은 "그게 말이 되냐"며 웃곤 했다. 돌이켜보면 겨울이 빨리 지나고 3월이 되어, (반강제로라도) 밖으로 나가 새로운 생활 사이클을 만들고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오후 5시부터 노을지기 시작해 아쉬웠던 어느 가을2학기에는 1학기보다 왜 더 힘이 안날까? 라는 의문을 가지며 어느덧 3학년 2학기, 나는 SNS를 보다가 어느 글을 보게되었다. 환절기마다 기분이 변화하는 것은 '계절성 정서 변화'라는 용어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와 비슷하게 매년 같은 시기에 고민이 많아지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었다.
혹시나 해서 주변 친구에게 물어봤다. 돌아온 대답은 예상보다 더 구체적이었다.
"3학년 2학기 때만 해도 '아직 1년은 남았으니까'라는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4학년 2학기를 앞둔 지금은 취업 준비 때문에 스트레스와 압박감이 훨씬 심해졌다.
다음 학기에는 수업을 최대한 많이 들어서 4학년 때는 학교생활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려고 한다.
우리 과는 3학년 2학기 때 졸업논문을 쓰는데, 그것도 생각만 하면 스트레스가 크다. 여기에 9월엔 환절기까지 겹치면서 건강이 안 좋아지고 컨디션도 처지는 편이라, 몸도 마음도 같이 가라앉는 느낌이다.
1학기는 신입생 입학, 엠티, 축제처럼 '새 시작'을 느끼게 하는 콘텐츠들로 가득하지만, 2학기는 두 달 반의 방학을 지나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시기라 그만큼 열정이 채워지지 않은 채 시작되는 느낌이다. 봄여름과 달리 우중충한 가을겨울 날씨까지 겹치면서, 한 해가 시작되는 게 아니라 저물어가는 시기에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러다 보니 '올해 학생으로서 열심히 했나', '이제 취업 걱정을 시작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자연히 조급해지고 예민해지는 시기인 것 같다.
구들 각자 다 다른 학년이 지나며 마음의 무게가 달라졌다는 이 이야기는 단순히 한 사람의 특별한 사정이 아니었다. 매년 이맘때 반복되는 감정에는 생각보다 뚜렷한 이유들이 있었다.
왜 유독 9월엔 이럴까
① 개강 증후군 — 학교가 만든 이유
1학기는 신입생 입학, 엠티, 축제처럼 '새 시작'을 느끼게 하는 콘텐츠들로 가득하다. 반면 2학기는 두 달 반의 방학을 지나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시기라, 그만큼 열정이 채워지지 않은 채 시작된다. 봄여름과 달리 우중충한 가을겨울 날씨까지 겹치면서, 한 해가 시작되는 게 아니라 저물어가는 시기에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코로나 학번이라 새내기 배움터를 못 갔지만, 학생회로 참여했음에도 1학년 때처럼 설렜던 새내기 배움터
너무 힘들어서 냉장고 뒤에 숨어있었던 엠티. 이 경험또한 너무 즐거웠다.실제로 국민대신문사에서 진행한 2학기 개강 관련 조사에서도 재학생의 약 62%가 대학 생활 중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 원인 1위는 학업적 부담(43%)이었다. 또한 학년별로 스트레스의 원인이 다른 것도 눈에 띄었는데, 1학년은 대인관계의 영향이 가장 큰 반면 4학년은 취업 및 진로 고민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개강증후군을 겪은 학생들의 42%는 취미생활과 친목생활을 언급했으나, 과반수가 넘는 58%의 학생들은 그냥 참거나, 해당 사항 없음에 응답함으로써, 이는 학생들에게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완화하는 방법을 알릴 필요성을 보여준다.
② 계절성 우울증 — 계절이 만든 이유
가을이 되면 여름보다 해가 짧아진다. 일조량이 줄면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도 함께 줄어드는데, 이 물질은 기분과 수면 리듬을 조절하는 핵심 요소이다. 특히 세로토닌 합성에는 비타민D가 관여하는데, 햇빛을 덜 쬐면 비타민D 수치가 낮아지고, 이는 곧 기분과 식욕, 수면 전반의 저하로 이어진다.
이런 계절적 요인의 영향을 받아 심리적 또는 신체적으로 증상이 악화되거나 반복되면, 이를 '계절성 우울증'이라 부르게 된다. 즉, 가을, 겨울에 이유 없이 가라앉는 기분은 단순히 자신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몸이 실제로 겪는 변화라는 이야기라는 뜻이다.
③ 타임라인 압박 — 나 스스로가 만든 이유
한 해의 절반이 지나가는 시점에 이르면, 연초에 세웠던 다짐과 지금까지 이뤄낸 성과 사이의 간극을 마주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또래와 자신을 비교하게 되고, 미래와 취업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나이엔, 이 학년엔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사회적 기준과 현재 자신의 모습 사이에 괴리가 생기면서,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스트레스로 번지는 것이다.
앞서 자체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1년 남았다는 여유가 있었는데 지금은 취업 준비로 압박감이 심하다"는 말은, 바로 이 타임라인 압박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얼마나 선명해지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① 스트레스를 원동력으로 바꾸기
스트레스가 있다는 것 자체가 무조건 나쁜 신호는 아니다. 완전히 없애려 하기보다, 학업이나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오히려 나아갈 동력으로 바꾸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물론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적절히 관리하며 스스로의 동기부여로 삼으려는 마음가짐은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다.
② 낮 시간 햇빛 쬐기, 사람들과 함께 있기
계절성 우울증 같은 감정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세로토닌 감소이다. 이를 완화하려면 낮 시간 동안 밖에 나가 충분히 햇빛을 쬐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고,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자신의 고민을 같이 털어놓거나,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함으로써 혼자 사색에 잠기는 것에서 벗어나게 해 기분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③ 타인과 비교하지 않기
특히 SNS를 자주 쓰는 20대는 또래와 자신을 비교하기 쉽다. 이런 비교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은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SNS 사용을 줄이고, 무리하지 않고 자신만의 적응 속도를 따라가는 것이 중요하다. 비교의 기준을 타인이 아닌 어제의 나로 바꿔, 조금씩 나아지는 스스로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을 움직이는 것은 타인이 아니라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나를 믿는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만은 알아두기
앞서 제시한 상황들과 증상들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기분 변화에 속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우울감이 더 심해지거나, 2년 이상 동일한 시기에 증상이 나타났다가 다른 시기에 호전되는 양상을 보인다면, 이는 단순히 '가을을 타는' 것이 아닌 계절성 우울증일 수 있으므로 혼자서 해결하기보다는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하다.대학교에서는 '학생상담센터'가 운영 중이므로, 이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글에서 소개한 원인과 대처법은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인의 상황을 진단하거나 대신 판단해주지 않는다. 스스로 겪는 감정의 이유를 짐작해보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 정도면 그냥 계절 탓이겠지"라며 스스로 결론짓고 넘기기보다, 평소와 다른 상태가 계속된다면 판단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안전하다.
숨기지 않아도 괜찮다
요즘 대학생들은 나이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취향을 따라 소비하고, SNS를 통해 자신의 모든 모습을 드러내는 등 진정한 자아 표출을 중요하게 여긴다. 잘 지내는 척, 설레는 척하지 않고 가라앉은 상태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 역시 그런 태도의 연장선일지 모른다.
또한 요즘 들어 뉴스에 많이 나오는 '취업난', '쉬었음 청년'이라는 말이 대학생활을 더욱 즐기기보다 조바심과 압박감을 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린 알아야 한다. 내 자신이 신체적으로, 심리적으로 건강해야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최근 몇년 전부터 지속되는 '웰니스'라는 트렌드에 맞게 내 자신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회로 일하며 비가와도 즐거웠던 가을 축제
가을의 단풍
다른 계절에는 볼 수 없는 쾌청한 가을 하늘3월의 설렘이 9월에 없다고 해서, 뭔가 잘못된 건 아니다. 해가 짧아지는 계절의 변화, 새학기라는 구조가 주는 압박, 그리고 조금씩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부담 등 모든 게 자연스럽게 쌓여 만들어내는 감정이다. 중요한 건 이 감정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거기에 잠식되지 않는 것이다. 짧은 산책, 그리고 대화 한 통이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든다.
가을은 맑은 하늘과 붉게 물든 단풍이 어우러지는 계절이다. 제철 음식과 명절이 있는 이 계절을, 마음 한켠의 무거움에 밀려 흘려보내지 않고 온전히 누리는 것. 그것이 진짜 '가을 나기'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