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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 빼고 다! ...라고 할 줄 알았냐?
'나만 빼고 다'에 시달리는 대학생 3인의 마음들
나만 빼고 다 OO하고 있는 것 같아.
한번씩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SNS를 넘길 때마다, 오랜만에 친구들의 소식을 전해들을 때마다, 다들 그럴듯한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데 나만 뒤쳐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
누구는 연애를 하고, 여행을 가고, 동아리를 하면서 대학생활의 로망을 한껏 즐기고 있어 보인다. 또 누구는 대외활동을, 인턴을, 취준을 하면서 미래를 척척 준비해나간다. 가만히 있었을 뿐인 나는, 어느새 뒤로 쭉쭉 밀려나가는 기분이다.
쉬이 꺼내놓기 어려운 마음이지만, 분명 우리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연애, 인턴, 4학년까지, 각자의 '나만 빼고 다'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의 솔직한 마음을 들어보았다.
"오늘을 적당히 살아내기": 나만 빼고 다 #인턴
H,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4학년

나도 요즘 다들 인턴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느낄 때가 많은 것 같아. 너는 어쩌다가 '나만 빼고 다 인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
지금 거치고 있는 4학년 여름방학이라는 시기가 아무래도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아. 내가 1~2학년일 때는 '3학년이 되면 인턴을 하겠지',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은데, 4학년 2학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도 인턴 경험이 없으니 스스로 강하게 의식하게 되는 느낌이야. 그래서 그런지 SNS에서 친구들이 인턴을 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유독 눈에 밟히고, 더 크게 느껴져서 ‘아 나 빼고 다 인턴하고 있는 거 아닌가’ 생각하게 돼.
유독 그런 감정을 강하게 느낄 때가 특별히 있어?
주변 친구들이 인턴 합격했다고 인스타그램, 링크드인 등에 올릴 때가 가장 심하게 드는 것 같아. 분명 친구들이 앞으로 나아가고 새로운 기회를 가지게 되는 것은 정말 기쁘고 축하할만한 일이지만, 동시에 '나만 뒤쳐지고 있는게 아닐까'라는 두려움이 함께 따라와. FOMO(Fear Of Missing Out)가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것 같다는 두려움을 뜻한다면, 이 감정은 FOFB(Fear Of Falling Behind) 라고 명명할 수 있지 않을까 반 장난으로 생각도 해봤어.

인턴을 안 함으로써 생긴 좋은 점도 있지 않을까?
사실 3-4학년에 인턴을 그렇게 적극적으로 지원하지도 않았기는 해. 3학년 때는 진로 탐색 겸 동아리에서 개인 프로젝트를 하면서 공부하고, 그걸 바탕으로 4학년 때 관심 있는 직무를 찾게 되었거든. 돌이켜보면 3학년 때 인턴을 했다면 지금처럼 진로의 방향을 뾰족하게 좁히기는 어려웠을 것 같아. 나 자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무턱대고 인턴을 했다면, 별 소득 없이 더 힘들었을 수도 있고.
나는 사람들이 자꾸 '이번 방학 때 뭐할거냐'는 식으로 물어보면 짜증나더라고. 다른 사람들은 다 나아가고 있는데 너는 뭐하냐는 식으로 꼬아서 들리기도 하고? 너도 이렇게 들었을 때 유독 짜증나는 질문이 있어?
나에게 요즘은 조금 쉬어가고 있는 타이밍이거든. 그래서 내가 바쁘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질문들에 짜증나는 것 같아. ‘내가 요즘 뭐가 바쁜데?’ 이렇게, 나도 모르게 찔려서 방어적으로 굴게 된달까.
그리고 ‘그걸 왜 해?’ 라는 질문들. 나도 내가 어떤 활동을 왜 하고 있는지 나에게 완전히 납득시키지 못해서 그런 질문이 짜증나는 것 같아. 사실 내가 하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완전히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어떤 것들은 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일 수도 있잖아. 그런데도 내가 나 자신에 대한 기준이 높고, 완벽주의도 있어서 잘하고 있는 게 맞는지 스스로에게 자주 묻게 돼. 그런 생각들은 의식적으로 흘려보내려 노력하는데, 이유를 묻는 질문에 완벽히 답하기 힘드니 나 자신에 대한 의심이 다시 상기돼서 싫은 것 같아.

사실 비슷한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아주 많잖아. 그런 사람들, 혹은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지금 나만 뒤쳐져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너무 쉬운 시기인 것 같아. 그렇다고 그런 생각이 신빙성이 있다고 느끼며 굳이 붙잡고 있을 필요까진 없어. 어차피 결국 돌아올 생각이라면, 지금은 흘러가게 내버려두어도 괜찮아.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오늘이 막막하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지금 주어진 오늘을 적당히 살아내기, 그리고 이따금씩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점검하기 이 정도.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적당히 할 일 하고 적당히 놀고. 그런 하루를 반복하자.
"더 재밌는 이야기가 많잖아": 나만 빼고 다 #연애
S, 서울여자대학교 행정학과

'나만 빼고 다 연애하고 있다'는 생각을 유독 하게 되는 순간이나 특정한 사건이 있어?
주로 주변에서 연애 관련 이야기를 들을 때 그런 것 같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서 연애하는 사진을 볼 때나, 친구들 만나서 이야기할 때? 그리고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같이 하는 직원들이랑 이야기하다 보면 연애 이야기가 빠지질 않는 걸 보고 '정말 나만 빼고 다 연애하네'라는 생각을 자주 했어.
요즘은 일부러 연애를 안 하는 사람들도 많고, 연애를 안한다고 해도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가 예전보다는 많이 생겼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애를 하고 싶은 이유가 있다면 뭐인 것 같아?
연애만 줄 수 있는 설렘이 필요해... 썸이나 연애 관계에서만 느껴지는 간질간질한 도파민이 있잖아. 그런 건 친구 관계라거나, 다른 취미 생활로 잘 채워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도파민과 설렘이 필요할 때 연애를 하고 싶어지는 것 같아. 그리고 사실 연애라는 게 가장 친한 친구가 생기는 것이기도 하잖아. 그래서 친구들이랑 만나기 힘들 때나, 친구들과는 하기 힘든 걸 하고 싶을 때에도 함께할 수 있는 친구가 생긴다는 것. 그게 연애를 하고 싶은 이유라면 이유 아닐까?

연애를 안 함으로써 생긴 좋은 점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
우선 내가 좋아하는 걸 할 수 있는 여유 시간이 많이 생긴다는 거? 앞에서 말한 것과 반대되기는 하지만... 애인이 있다면 할 수 없는 것들도 많고, 아무래도 혼자서만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적어지잖아. 나는 내가 하고싶은 건 다 하고 살아야 마음이 편하다는 주의기도 해서, 그런 면에선 연애를 안 하는 게 좋지.
그리고 불필요한 감정소모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좋은 것 같아. 연애를 하면 좋은 점이 많은 만큼 안 좋은 일들의 가능성도 많아지고, 실제로 주변 친구들이 연애 문제로 힘들어하는 걸 많이 보기도 했어서. 정말 고생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저렇게까지 하느니 연애 안 하는 게 마음 편하지 않나?' 싶을 때도 있었어.

나는 사람들이 '너는 왜 연애 안해?'라는 식으로 물어봤을 때 짜증났던 기억이 있어. 너도 이렇게 들었을 때 유독 짜증나는 질문이 있어?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남자친구 있지?"라고 물어볼 때나, "인기 많을 것 같은데 왜 연애 안해?"라고 이해 안 된다는 듯이 질문할 때 짜증나. 요즘은 정말 연애가 디폴트인 시대도 아니고, 각자 사정에 따라서 연애를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는 건데 말이야. 가끔은 "그렇게 물어볼거면 소개라도 시켜주든가," 하고 삐딱한 생각이 들기도 해.(웃음)
연애 얘기 말고도 할 이야기 많은데, 굳이 연애에 대해서 물어봐야 할까. 다른 재밌는 이야기를 하면 좋겠어...
'나만 빼고 다 OO하고 있는 것 같아'라는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하는 행동이나 생각 방식이 있어?
굳이 연애가 아니어도, 불안하고 초조해질 때는 일단 생각을 비우려고 해. 운동을 하거나 몸 쓰는 일을 하면서, 혹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최대한 불안에서 멀어지는 거지. 나는 주로 만들어둔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면서 산책을 계속 하는 편이야. 그럼 마음도 좀 편해지고, 불안으로 가득찼던 머리를 비우는 느낌이 들어.
그리고 연애에 대해서는, '진짜 하고싶어질 때, 안하면 죽을 것 같을 때가 되면 알아서 생기겠지' 하면서 지내고 있어. 곧 있으면 아일랜드로 워킹 홀리데이를 가는데, 다른 환경에 놓이면 새로운 인연이 나타나지 않을까?(웃음)
"지금의 나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나만 빼고 다 #4학년
S,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3학년

어쩌다가 '나만 빼고 다 4학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
나는 23학번인데 한 학기씩 두 번 휴학해서 아직 3학년이거든! 주변의, 특히 여자 동기들이 거의 다 4학년인데, 4학년은 졸업 직전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보니 그 일 년 격차가 유독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아.
유독 그런 감정이 강하게 들 때가 특별히 있어?
아무래도 진로나 취업 관련해서 가장 문제의식을 느끼게 돼. 다들 인턴이나 대외활동 등 열심히 하고 있는 것들이 많은데, 나는 지금 교환학생으로 타국에 와 있거든… 주변에서는 모두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데 나 혼자 노는 기분이랄까? 게다가 1년 휴학을 차치하고서라도, 사실 그동안 학교생활이나 미래 준비에 충실하지 못했어서 더 불안한 것 같아.

4학년이라는 게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되는 거지만, 또 뭔가 그 이상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 4학년이 되면 알게 될 줄 알았지만 아직도 모르겠는 게 있어?
미래에 무엇을 하면 좋을지! 1학년 때 정말 막연한 마음으로 입학했거든. 고등학생 때 입시를 준비할 당시에는 되게 꿈이 구체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대학교 와보니까 전혀 그렇지 못하더라고. 학교 몇 년 더 다니고 4학년이 됐을 때면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더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난 아직도 목표가 뚜렷하지 않은 것 같아.
나는 사람들이 자꾸 '그래서 앞으로 뭐할거냐'고 물어보면 짜증나더라고. 나도 잘 모르겠는데 대답을 재촉하는 것 같기도 하고. 너도 이렇게 들었을 때 유독 짜증나는 질문이 있어?
난 오히려 주변에서 전혀 걱정해주지 않아서 슬프달까…? 그저 “넌 잘하겠지! 넌 할 수 있어!” 같은 응원뿐이라. 그래서 앞으로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같이 진지하게 고민해줄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질문을 많이 해주면 더 좋을 것 같아.

'나만 빼고 다 OO하고 있는 것 같아'라는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하는 행동이나 생각 방식이 있어?
다들 속도가 다를 뿐이라는 것을 상기하려고 노력해. 살아온 길이 다른데 똑같은 벡터로 나아가는 건 불가능하니까. 솔직히 내가 겪어 온 일들이 객관적으로도 쉽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지금까지의 내 선택들을 후회하진 않아. 또 한편으로는 그것이 자기연민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과거에 매몰되지 않도록 현재에 집중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 그래서 당장 이 순간 어떻게 살아야 지금과 나중의 내가 자랑스러워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사실 비슷한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아주 많잖아. 그런 사람들에게, 혹은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그저 나의 인생을 물 흐르듯이 살아가려고 노력하면 된다고 말하고 싶어. 과거의 나는 바뀌지 않고, 그 흐름에 탑승한 현재의 나도 당장 바꿀 순 없으니까. 대신 지금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그것이 미래의 나도 존중할 선택인지 고민하면서 매순간 후회 없이 살면 좋을 것 같아. 내 인생이 최고는 아니더라도 최선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나만 빼고 다 OO'이라는 불안은, 그것이 실제이든 아니든 바로 떨쳐내기란 어려운 것 같다. 그럼에도 우리는 부담과 불안에 시달리면서도,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었다.
모두가 저마다의 '나만 빼고 다'를 품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나에게는 나만의 OO이 있다는 것. 당장 괜찮아질 수는 없더라도, 이 두 가지를 각자의 방식으로 소화해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대학생#FOM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