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대리설렘도 연애가 되나요?

오늘도 남의 연애에 밤잠을 설쳤습니다

대리설렘도 연애가 되나요?


가끔은 내 삶보다 남의 삶을 관찰하는 것이 훨씬 더 다채롭고 흥미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특히 그 대상이 '연애'라면 더욱그렇다. 
타인의 미묘한 눈빛, 찰나의 침묵, 수줍은 고백 하나에 온 신경을 집중하며 같이 울고 웃는 일은 
어느덧 20대의 밤을 채우는 가장 흔한 풍경이 되었다.

학업과 과제, 알바와 스펙 쌓기로 하루를 까맣게 불태우고 난 밤
침대에 누워 마주하는 스크린 속 연애는 지친 하루 끝에 주어지는 가장 쉽고 달콤한 보상이다. 
하지만 달콤한 영상을 다 보고 난 뒤 칙칙한 검은 화면에 반사되어 비친 내 모습을 볼 때면 묘한 질문 하나가 머릿속을 스친다.


우리는 왜 이토록 남의 연애에 진심이면서, 정작 내 연애에는 그토록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걸까?

캠퍼스마다 새로운 시작과 설렘이 피어나는 9월, 손을 잡고 걷는 연인들을 부러워하면서도 정작 현실의 관계 맺기 앞에서는 한 발짝 물러서는 요즘 대학생들. 화면 너머의 설렘에 열광하는 20대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그 솔직한 속사정을 들여다보았다.




01. 남의 연애로 가득 찬 나의 알고리즘 Ꙭ̯




밤 12시,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켜면 유튜브와 OTT 알고리즘은 온통 연애 예능으로 가득 차 있다. 
피드 상단을 장식한 화제의 연애 프로그램들, 그중에서도 최근 핫하다는 <72시간 소개팅> 속 출연자들의 작은 눈짓 하나, 삐걱거리는 말 한마디에 덧글창은 수천 개의 반응으로 뜨겁게 달아오른다. 

화면 속 그들이 수줍게 손을 잡거나 미묘한 기류를 풍길 때면 시청자들의 가슴이 먼저 두근거리지만, 막상 영상을 끄고 난 뒤 스마트폰 화면에 검게 비친 우리의 모습은 적막하기만 하다.

"내 연애는 몇 년째 멈춰 있는데, 왜 요즘 20대들은 밤마다 남의 연애에 이렇게까지 진심일까?"

9월 신학기, 설레는 캠퍼스 낭만과 새로운 인연을 꿈꾸면서도 정작 현실의 연애 앞에서는 한 걸음 물러서는 대학생들의 모습은 이제 결코 낯설지 않다. 연애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화면 속 타인의 연애를 즐기고 감상하는 데 더 익숙해진 우리. 

이 어색하고도 매력적인 '대리 설렘' 현상의 뒤편에는 어떤 20대만의 솔직한 속사정이 숨어있을까?



02. 우리가 '대리 설렘'을 소비하는 이유 ⋆◡̎⋆


주변 대학생들에게 직접 물었다. 
"왜 남의 연애를 챙겨보나요?" 그리고 "정작 실제 연애는 왜 주저하게 되나요?" 
그들의 답변 속에서는 요즘 청춘들이 느끼는 현실적인 고민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 22세 대학생 A씨: "시험기간이나 과제에 치여 피곤할 때 연애 예능을 보면 머리가 핑 돌아갈 정도로 설레요. 하지만 막상 내가 직접 누군가를 만나고 연애를 한다고 생각하면, 연락을 이어가고 감정을 맞추는 시간과 비용, 그리고 에너지 소모가 너무 커서 선뜻 시작하기 힘들더라고요."
  • 24세 대학생 B씨: "남의 연애는 위험 부담이 전혀 없잖아요. 다투거나 상처받을 일도 없고, 내가 원하는 재밌고 달달한 순간만 쏙쏙 골라 소비할 수 있으니까요."


인터뷰를 종합해 보면 공통적으로 도달하는 키워드는 바로 '감정의 가성비'와 '안전한 도파민'이다.

학업, 스펙 쌓기,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이미 마음의 여유가 빡빡한 Z세대에게 현실 연애는 '높은 리스크와 막대한 감정적 에너지'를 요구하는 부담스러운 선택지다. 반면 연애 예능은 최적화된 감정 소비다. 내가 상처받을 위험을 제로(0)로 만든 채, 최소한의 에너지로 설렘과 몰입감이라는 도파민만 온전히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03. 평소 '연프' 안 보던 에디터의 3일간 '대리 설렘' 몰입 실험 ♡⁼³₌₃


사실 필자는 평소 연애 프로그램을 거의 시청하지 않는 편이다. 
남들의 썸이나 애정 전선을 굳이 화면으로 관찰하는 것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내 연애 하기도 바쁜데 남의 연애를 왜 봐?"라고 생각하던 부류였다. 하지만 주변 또래들이 왜 그토록 연애 예능에 열광하는지 그 진짜 매력을 알아보고자, 3일간 작정하고 인기 연애 프로그램들을 몰아보는 정주행 실험을 진행했다.


  • 1~2일 차: 처음엔 다소 어색했지만, 회차가 거듭될수록 왜 다들 '연프'에 빠지는지 조금씩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출연진들의 미묘한 눈빛 교환과 갈등, 그리고 설레는 고백 순간을 보며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고 헛웃음이 나오고 있었다. 현실의 복잡한 과제와 걱정거리는 잠시 잊혀졌고, 오직 설렘이라는 순수한 감정만 가득한 안전한 공간에 있는 듯한 쾌감이 들었다.
  • 3일 차: 하지만 마지막 회차의 최종 커플 탄생 장면을 보며 미소 짓던 순간, 묘한 헛헛함이 밀려왔다. 화면 속의 설렘은 분명 달콤했고 가슴을 뛰게 만들었지만, 결국 그것은 '내 삶의 진짜 이야기'가 아닌 타인의 스크린 속 연출된 순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대리 설렘은 일상의 갈증을 잠시 달래주는 달콤한 청량음료가 되어줄 순 있었지만, 내 삶의 진짜 온기를 채워주지는 못했다.



04. 그럼에도 우리가 여전히 '설렘'을 찾는 이유 Ꙭ̮



'대리 설렘'에 열광하고 연애 예능을 챙겨보는 20대의 모습은, 결코 연애나 타인과의 관계를 완전히 포기했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우리가 여전히 누군가와 깊이 연결되고 싶어 하고 설렘이라는 따뜻한 감정을 간절히 갈망하고 있다는 가장 솔직한 증거이기도 하다.

다만 상처받기 두려워서, 혹은 지금 내 앞에 놓인 삶의 무게가 조금은 버거워서 잠시 화면이라는 안전한 울타리 뒤에서 숨을 고르고 있을 뿐이다.

연애도, 대외활동도, 세상과 처음 관계를 맺는 모든 일은 언제나 '첫 번째'가 가장 어렵고 망설여진다. 밤마다 남의 연애를 보며 가슴 졸이던 그 순수한 마음을, 언젠가는 용기 내어 나의 진짜 이야기로 가져올 수 있기를 바란다. 조금 서툴고 천천히 가더라도, 화면 밖 진짜 '내 설렘'을 향해 첫 걸음을 내딛을 20대의 모든 오늘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연애대학생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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