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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저장부터 했습니다

알바, 공모전, 진로… 인스타를 볼수록 조급해지는 우리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통해 타인의 삶을 빠르게 넘겨볼 수 있는 지금, 같은 대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대외활동, 알바, 공모전, 인턴 등 방학을 알차게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조급한 감정은 우리가 '의미 없는 저장'을 하게 유도한다. 
 
특히 학창시절 시키는 공부만 하면 됐던 학생에서, 주도적으로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 대학생이 된 26학번들은 
어떤 마음으로 첫 방학을 보내고 있을까?


저장한 만큼, 해야 할 것도 늘어난 기분


대학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SNS를 찾았지만, 누군가의 성취, 합격 소식을 보면 나도 빨리 경험을 쌓아야 할 것 같고, 자격증 취득 후기, 꿀팁과 같은 숏폼을 보면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은 내가 뒤처진 것처럼 느껴진다.


문제는 이 정보들이 한 번 보고 끝나지 않은다는 데 있다. 
저장하고, 스크랩하고, 공유하고, 다시 본다. 

저장 목록에는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이 가득한데, 현실의 나는 그대로인 순간.
어쩌면 우리가 저장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활동 정보가 아니라, '나도 언젠가는 해야 한다'는 마음인지도 모른다.

 
pinterest@Nga

그렇다면 26학번들은 어떨까.
타인의 대학생활을 보며 조급함을 느끼기도 할까, 아니면 자신만의 속도로 대학생활을 만들어가고 있을까?
첫 방학을 보내고 있는 26학번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직 찾는 중이지만, 분명 나아가고 있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처음 즐긴 대학축제, 아카라카

인스타그램 대신 나의 속도로

인스타그램을 자주 보지 않는다. 대외활동이나 공모전 같은 정보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괜히 압박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스타그램 보다는 다른 SNS를 이용해서 원하는 정보를 직접 찾아보는 편이다. 남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계속 확인하는 것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 


저장은 하는데, 다시 열어보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인스타그램이라는 SNS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과제를 할 때 유용한 자료조사 사이트나 대학생 혜택, 교수님께 메일을 작성하는 방법, 장학금 공고처럼 대학생활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콘텐츠는 종종 저장해두게 된다. 저장하지 않으면 나만 손해를 본다는 생각이 들고, 막상 저장하면 다시 찾아보는 경우가 많지 않아 어느 순간 해야 할 일의 목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학점은 남은 지난 1학기

1학기를 마치고 돌아보면 학교생활이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았다. 예상보다 학점도 괜찮게 나왔고, 고등학교와는 확실히 다른 대학생활을 경험했다. 하지만 막상 무엇을 했냐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 친한 친구가 많은 것도 아니고, 대외활동이나 공모전에 참여한 경험도 많지 않다. 수업을 듣고 학점을 얻었다는 것은 분명한데, 그것만으로 '나는 대학생활을 잘하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한 것 같다. 인스타그램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사람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더 커지기도 한다. 


대외활동 대신, 아이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현재는 청소년센터에서 공부방 보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화려한 대외활동이나 공모전처럼 눈에 띄는 경험은 아닐 수 있지만, 아이들을 직접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나름의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어쩌면 대학생활의 경험이 꼭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는 형태일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아직 특별한 무언가를 찾지는 못했지만, 지금의 경험들이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아가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남들보다 늦게 가고 있을 뿐

누군가는 1학기부터 대외활동을 하고, 누군가는 공모전에 도전하고, 또 누군가는 여러 사람을 만나며 대학생활을 채워간다. 그런 모습을 보면 나도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아직 나에게 맞는 대학생활을 찾아가는 중이다. 남들이 빠르게 무언가를 시작했다고 해서 내가 반드시 뒤처진 것은 아닐 것이다. 조금 늦게 시작하더라도 내가 직접 경험하고 싶은 것을 찾는 것 역시 대학생활의 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몰랐던 세상을 만나다

부산대학교 식품공학과

날씨 좋은 날 캠퍼스 산책 사진


인스타그램 속에는 특별한 하루가 있다

SNS에서는 평소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순간들을 자주 본다. 친구들과 여행을 떠난 모습부터 새로운 곳에서 특별한 경험을 한 모습까지, 일상에서는 보기 어려운 장면들이 피드에 가득하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을 볼 때면 자연스럽게 ‘나도 저런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내가 별다른 일을 하지 않고 있을 때 친구가 좋은 곳에 놀러 간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괜히 마음이 복잡해지기도 한다. 


대학에 와서 달라진 나의 세상

1학기가 끝난 현재, 대학에 와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사람을 만나는 경험이었다. 중, 고등학교 때는 주로 같은 동네에서 지내며 비슷한 환경의 사람들과 어울렸지만, 대학에서는 전국에서 모인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식견을 넓힐 수 있었다. 넓은 환경에서 적응하다 보니, 생각보다 다양한 모임과 활동이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작은 활동도 모이면 나의 경험이 된다

현재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과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동아리 활동으로 주류 박람회에도 방문할 예정이다. 대외활동이나 공모전처럼 눈에 띄는 경험은 아직 많지 않지만, 지금 하고 있는 작은 활동들을 쌓아나가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더 많은 기회를 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처음부터 거창한 것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아무것도 시작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지금은 작은 것부터 하나씩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6학번 친구들에게

처음부터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큰 활동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작은 용기를 내서 하나씩 시작하는 것이 더 많은 경험의 기회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남들보다 많은 것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남들보다 빨리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첫걸음을 내딛는 것일 테니까. 



대학생활은 처음이라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골프 교양 수업 중 날이 좋아서 ...

서울에 와서 처음 알게 된 ‘출발선’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대학생활을 시작하면서 생각보다 많은 친구들이 서울 출신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자연스럽게 서울에서 자란 친구들과 나를 비교하게 됐고,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늦은 출발선에 서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여기에 인스타그램을 보다 보면 장학금이나 대외활동, 서포터즈 공고가 끊임없이 눈에 들어온다. ‘이것도 해야겠다’며 저장해두지만 막상 실행으로 옮기지 못할 때가 많았다. 저장한 공고를 다시 볼 때면 ‘나는 왜 이것도 못 하고 있지?’라는 마음의 가책이 들기도 했다.

비교하다 보니, 오히려 시작하게 됐다

그런데 비교가 항상 자책으로만 이어진 것은 아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다른 사람들이 자격증을 준비하거나 취득한 과정을 보면서 ‘나도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자격증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아직 시험을 치르지는 않았지만, 자격증 취득 과정이나 공부 방법을 알려주는 콘텐츠를 보지 않았다면 아예 도전하지 않았을 것 같다. 누군가의 경험을 보는 것이 때로는 새로운 시작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씩

1학기에는 학생회, 과대표, 학점 등 교내 활동에 집중했다. 응원단 동아리에도 잠시 참여해 새로운 경험을 해봤고, 기말고사 기간에는 약 두 달 동안 단기 아르바이트도 했다. 다양한 활동을 해보면서 대학생이 되어야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느꼈다. 다만 종강 후에는 수술을 받게 되면서 응원단 활동을 이어가지 못했고, 여름방학 대부분을 쉬면서 보내야 했다. 특별한 활동을 많이 하지는 못했지만, 학생회 온라인 회의에 참여하며 학생회 활동은 정기적으로 참여했다. 

멈춘 시간이 꼭 뒤처진 시간은 아니니까

누군가는 방학 동안 새로운 활동을 시작하고, 누군가는 자격증을 따고, 또 누군가는 여러 경험을 쌓는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빨리 움직여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하지만 대학생활이 꼭 한 방향으로만 달려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수술 때문에 멈춰야 했던 시간도, 처음 해본 응원단 활동도, 두 달간의 단기 아르바이트도 모두 지금의 나를 만든 경험이다. 잠시 멈췄다고 해서 뒤처진 것은 아니다. 다시 움직일 준비를 하는 시간도 결국 나의 대학생활이니까.


비교하지 말라는 말 대신


SNS를 보며 조급해질 때 우리는 흔히 “남과 비교하지 마”라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정말 비교하지 않는 것이 답일까?

사실 비교는 우리에게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경험을 보며 해보고 싶은 일을 찾기도 하고, 부족한 부분을 돌아보거나 새로운 목표를 세우기도 한다. 문제는 비교 그 자체가 아니라 비교한 뒤 나를 자책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비교하지 말자’가 아니라 ‘비교한 뒤 나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이야기하고 싶다. 누군가를 보고 “나도 저런 경험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비교는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전에 오늘의 하루를 하나씩 떠올려보자. 수업을 듣고, 친구를 만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새로운 정보를 찾아본 것 역시 나의 경험이다. 하나씩 나열해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하루가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하루였다는 것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대학생#26학번#비교#새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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