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엔 물밖에 없어서.
이불 밖은 위험해
우리는 지금 자유에 취하고 있을까?
자취방 냉장고 vs 지난주 다녀온 본가의 냉장고현시점의 콘텐츠는 이미 답해주고 있다.(엄미새, 상경러, 리센느)
SNS를 보면 서울로 상경한 콘텐츠, 엄미새 콘텐츠와 더불어 최근 걸그룹 '리센느'의 거제도 유튜브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출처: @sigol__g,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이러한 콘텐츠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감: 서울살이를 적응해가는 에피소드는 지방출신 대학생들에게 깊은 공감과 동질감을, 리센느의 거제도 유튜브 콘텐츠는 지방러들에게 자신 고향의 애정과 연대를 자극한다.
편안함: Z세대가 엄마와 함께 일상을 보내고자하는 문화는 인간관계, 연애가 아닌 가족에게서 찾는 편안함과 애정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리움: 상경의 공감, 엄마와의 애정, 고향에 대한 연대감 모두 결국은 바쁜 일상 속 느껴지는 그리움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다.
자유에 취한다는 낭만적인 문장 이면 속, 실제 고향을 나선 대학생들은 어떤 향수를 가지고 있을까?
'본가테라피', 진짜 느끼고 있나?
필자는 실제 대학생들이 본가에 대한 향수를 느끼고 있는지, 본가를 떠나 타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대학생 3인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Q1. 자기소개를 부탁해!
현(25세, 연세대학교 21학번): 안녕! 난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중인 현이야! 부산 광안리에서 올라왔고 지금은 연희동 자취 5년차야. 한달에 한 번은 내려갈 만큼 본가를 좋아해! 졸업을 앞두고 있어서 더욱 본가에 갈지 서울에 남을지 고민이 심한 요즘이야.
수(24세, 경희대학교 23학번): 난 경남 양산에서 올라온 수야! 경희대학교 치의학과에 재학중이고, 서울 회기에서 자취한 지는 4년 되었어. 본가는 한학기에 한 번, 방학 중에 한 번씩 다녀 오는 편인거 같아.
봄이(24세, 한동대학교 22학번): 안녕! 난 24살 영상 전공하고 있는 22학번 봄이야. 고향은 전북 전주에서 왔고 20살에 입학한 후 쭉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어. 전공때문에 학교에 바쁜 일이 많아서 본가를 1년에 한 두번 밖에 가지 못하고 있어.

Q2. 처음 본가를 떠났을 때 기대했던 낭만과 현실이 있어?
현(25세, 연세대학교 21학번): 독립심이 길러진거 같아. 청소와 요리를 완벽하게 해내는 모습을 기대했으나 어디까지나 이상일 뿐이었고.. 현실은 집안일을 미루다 한꺼번에 몰아서 하는 생활에 가까웠어. 그렇지만 스스로 결정하고 해야할 일이 많아져 본가에서 생활할 때보다 주체성이 길러지는거 같아.
수(24세, 경희대학교 23학번): 한강에서 맥주 마시기, 다양한 전시 및 콘서트 가기, 쇼핑하기 등 놀거리에 대한 로망이 컸던거 같아. 처음 상경 했을 때, 놀거리가 가득해 매일이 즐거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매일 경험하는 지옥철과, 어디를 가도 붐비는 인파때문에 피로감을 느끼기도 했어.
봄이(24세, 한동대학교 22학번): 혼자서만 지내다가 4명이서 방을 다같이 쓴다고 하니까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도 있었어. 하지만 금방 룸메들과 친해져서 재밌게 놀 수 있겠다는 기대도 있었고 실제로는 북적북적하게 걱정보단 잘 지내고 있는거 같아!

Q3.'본가테라피', '엄미새', 사투리 밈이 엄청 뜨는 중인데, 공감이 간 적이 있는지 궁금해!
현(25세, 연세대학교 21학번): 맞아 너무 공감돼.. 특히 할 일에 치이거나 고민이 많아지면 부모님의 보필을 받으며 아무 생각 없이 '본가테라피'를 받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해.
본가를 가면 걱정을 내려놓고 엄마랑 하루종일 놀고 싶어질 때도 많은거 같아.
수(24세, 경희대학교 23학번): 나도 '본가테라피' 좋아해! 학교 생활 때문에 지칠 때면 본가에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거든. 또 동기들이 리센느 밈을 보고 내 사투리와 똑같다고 해서 재밌게 본 기억도 있어!
봄이(24세, 한동대학교 22학번): 나는 '본가테라피'에서 되게 공감이 많이 됐어. 아까도 말했듯이 영상작업이 바빠서 본가에 자주 못가기 때문에 집이 그리울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럴 때마다 생각나서 공감되는 단어인 거 같아.


Q4. 본가에 가면 나만의 '테라피' 루틴이 있어?
현(25세, 연세대학교 21학번): 강아지 안고 있기! 이름은 구름이고 비숑이야. 내가 고등학생때부터 함께한 친구야. 사실 강아지 보고 싶어서 집에 가고 싶어하는 것도 있는거 같아 ㅎㅎ
구름이와 수의 산책로
수(24세, 경희대학교 23학번): 나는 즐겨 찾았던 맛집을 가장 먼저 찾아가. 매번 집에서 과일을 챙겨 먹기도 하고,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와 산책을 하거나 부모님과 고기 외식을 하면서 시간 보내는 것도 꼭 하고 오는 루틴인 거 같아.
봄이(24세, 한동대학교 22학번): 나는 안마를 꼭 하는 편이야! 아빠 방에 코지마 안마 의자가 있어. 방학때마다 자기 전에 마사지 받고 자는 루틴이 있는데, 안마 의자에서 마사지 받는걸 가장 좋아해. 엄청 시원해서 피로가 금방 풀리거든 ㅋㅋㅋ

Q5. 본가를 떠났을 때 "집에 가고 싶다."라고 느끼던 순간이 언제야?
현(25세, 연세대학교 21학번): 사회생활로 지칠 때, 고민이 많아질 때면 언제나 집에 가고싶어져.
요즘 막학기에 인턴생활도 한창이고, 취준 진로 걱정도 심해져서 더 자주 본가에 내려가고 싶고, 또 부산에서 취업준비를 할지도 고민이 되는거 같아.
수(24세, 경희대학교 23학번): 정리가 안 된 자취방을 볼 때, 아플 때, 그리고 본가가 가까워 자주 집에 가는 동기들을 볼 때 자주 느끼는 거 같아. 상경한 친구들이 주변에 많지 않아서 나만 서울에 남아서 생활하는 기분이 들 때면 종종 집이 그리워져.
봄이(24세, 한동대학교 22학번): 나는 기숙사에 살고있다보니 같이 방을 사용하는 룸메와 청결문제가 맞지 않을 때, 전공 과제나 행사로 밤샘 작업이 이어질 때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거 같아. 본가가 주는 편안함이 현재의 걱정이나 힘듦을 잊게 해주기도 하잖아.
영상전공생 특징: 야작은 필수

Q6. 자취방으로 올라올 때 챙겨오는 나만의 필수품이 있다면?
현(25세, 연세대학교 21학번): 엄마가 챙겨주는 과일을 보냉백에 싸서 꼭 가져오는 편이야. 평소 과일을 좋아하기도 하고, 또 우리같은 자취생들은 과일을 잘 안 사먹게 되잖아 ㅋㅋ. 자취방에 올라온 날 밤에 꼭 먹는게 루틴이 됐어.
수(24세, 경희대학교 23학번): 아무래도 서울에서 먹을 음식들을 가장 많이 챙겨오는 거 같아! 나도 너(필자)처럼 본가 냉장고와 내 자취방 냉장고의 빈부격차가 큰 편이라, 부모님이 싸주시는 고기나 과일을 챙겨서 먹곤 해.
봄이(24세, 한동대학교 22학번): 딱히 없긴 한데, 굳이 고르자면 돌돌이 청소용품을 가져오는 거 같아! 난 지금 기숙사 생활 중이고 청결문제가 중요하다 보니 집에 있을 때 한 두번 가져온게 어느새 루틴이 되어 있는거 같네 ㅋㅋ
현이의 수박과 봄이의 돌돌이

Q7. 마지막으로, 고향을 떠난 자에게 한마디 부탁해!
현(25세, 연세대학교 21학번): 떠나서 살아보니 힘든 점도 많지만 오히려 고향을 떠났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점도 많은 거 같아. 새로운 환경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활동을 해보는 건 지금 시기여야 가능한 기회잖아. 시간이 지나면 나름의 적응법이 생기기 마련이니 타지 생활을 즐기자!
수(24세, 경희대학교 23학번): 타지생활을 하면 의지가 되어 줄 사람이 가까이 없다는 외로움도 물론 있어. 하지만 자유 속에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경험들은 지금 20대에만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라 생각해. 두려워하지말고 응원한다고 말해주고 싶어!
봄이(24세, 한동대학교 22학번): <이 또한 지나가리라>, 내가 참 좋아하는 격언인데, 과거의 나 뿐만 아니라 독립을 준비하는, 이미 고향을 떠난 사람들에게 모두 말해주고 싶어. 힘들고 지친 순간이 있더라도, 이미 집을 나와서 주체적으로 생활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큰 자양분이 되고 성장하는 거라 생각해. 그 주체성을 믿고 앞으로의 선택도 응원해!
이 또한 지나가리라: 텅 빈 냉장고를 채우는 청춘들의 주체성
독립이라는 낭만 뒤에 숨겨진 씁쓸함.
텅 빈 냉장고를 보며 느껴지는 은근한 향수.
나 혼자만 겪는 줄 알았던 외로움은 알고 보니, 고향을 떠나 저마다의 페이지를 만들어 가는 우리 시대
20대 청춘들이 함께 느끼는 유대감이었을 지도 모른다.
우리는 계속해서 '엄미새'를 자처하고, 때로는 사투리 콘텐츠를 보며 고향의 그리움을 느끼고, '본가 테라피'를 받으며 지친 일상을 충전한다. 하지만 실제 청춘들의 목소리를 듣고 발견한 진짜 가치는
단순히 고향을 그리워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터뷰 속 현이가 아쉬움 속에서 보냉백 안에 든 과일을 챙겨 들며 다시 서울로 향하는 것처럼.
우리가 느끼는 가족과 고향으로부터의 향수, 온기는 결국 타지에서 포기하지 않고 살아갈 버팀목이 되어준다.
우리는 여전히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미래를 설계하며
저마다의 비어있는 냉장고를 차곡차곡 채우면서 주체성을 길러가고 있을지 모른다.
이불 밖은 여전히 위험하다. 하지만 그 위험을 감수하고 고향의 울타리를 벗어난 전국의 모든 타지 대학생들에게
오늘도 청춘의 한가운데에 해나가는 무수한 선택에 응원과 위로를 건네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