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오늘 학생회 아닌데...?
학생회를 하면 예상하지 못한 것들이 남는다.
행사 사진도, 회의록도 아닌 이상한 습관들이다.
SNS에서 놀거리를 보면 행사 기획부터 하고, 공지를 보면 오타를 찾는다.
친구들과 놀러 가서도 어느새 일정을 정리하고 있다.
분명 오늘은 학생회 일하는 날도 아닌데 말이다.
학생회 일은 끝났는데, 습관은 퇴근할 생각이 없다.
학생회 좀 해본 사람이라면 하나쯤 뜨끔할 7가지 직업병을 모아봤다.
01. 놀거리를 보면 행사부터 생각난다
SNS를 넘기다 재미있어 보이는 곳을 발견했다.
예전에는 ‘헐, 재밌겠다. 가보고 싶다!’였다면, 지금은 한 단계가 더 붙는다.
‘잠깐, 이거 학과 행사로 하면 재밌겠는데?’

그 순간부터 머릿속 계산이 시작된다.
단체 예약 되나? 몇 명까지 가능하지? 가격은? 이동은 어떻게 하지?
분명 릴스 하나 봤을 뿐인데 머릿속에서는 기획안 하나가 완성되고 있다.
놀거리를 봤는데 왜 기획안이 떠오르죠?
02. 다른 학생회 SNS가 레퍼런스 창고가 된다
다른 학과나 대학의 학생회 계정을 발견하면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여기는 이런 행사도 하네?’
‘이 포스터 색 조합 괜찮다.’
‘이건 우리도 해볼 만한데?’
행사부터 홍보 방식, 카드뉴스 디자인까지 하나씩 뜯어보다 마음에 드는 게시물은 자연스럽게 저장한다.

03. 공지만 보면 자동으로 검수 모드가 켜진다
학생회 공지를 올릴 때 가장 무서운 순간은 업로드를 마친 뒤 발견한 오타 한 글자다.
그래서 맞춤법, 날짜, 시간을 확인하고 처음부터 다시 읽는다.
분명 다 봤는데 불안해서 한 번 더.
이걸 반복하다 보니 이제는 다른 사람이 쓴 공지에서도 오타가 먼저 보인다.
‘어? 여기 띄어쓰기….’

잠깐. 남의 공지인데 왜 내가 검수하고 있지?
04. 과티와 과잠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캠퍼스에서 예쁜 과잠을 발견했다.

예전에는 “오, 예쁘다.” 하고 끝났다면 지금은 다르다.
색 조합은 어떤지, 로고는 어디에 넣었는지, 폰트는 뭘 썼는지, 앞뒤 배치는 어떻게 했는지 자연스럽게 살펴본다.
가끔은 한 단계 더 나간다.
‘저거 어디서 제작했지?’
이쯤 되면 과잠을 보는 건지 레퍼런스를 찾는 건지 모르겠다.
05. 단체사진만 찍으면 감독으로 변한다
행사가 끝나면 꼭 외치는 한마디.
“잠깐만요! 가기 전에 단체사진 찍고 가요!”

여러 번 단체사진을 찍다 보니 친구들과 사진을 찍을 때도 가만히 있기가 어렵다.
“조금만 왼쪽!”
“뒤에 얼굴 안 보여!”
“가운데 맞춰봐.”
“간격 조금만 좁혀!”
사진은 다른 사람이 찍고 있는데,
디렉팅은 왜 내가 하고 있죠?
06. 카카오톡 투표에 누구보다 진심이 된다
여러 명이 약속을 잡기 시작한다.
“나는 월요일 돼.”
“나는 월요일만 안 돼.”
“화요일은?”
“저녁이면 가능!”
이럴 때 학생회인의 해결법은 간단하다.
“그냥 투표 올릴게.”
그리고 기본 투표 기간이 너무 길다? 바로 줄인다. 빨리 정해져야 그다음 일을 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확인한 참여 인원은 40명 중 39명.
보통은 생각한다.
“오, 거의 다 했네!”
하지만 학생회인의 눈에는 39명이 아니라 남은 1명이 먼저 보인다.

“안 한 한 명 누구야?”
투표는 빠르게.
미참여자는 정확하게.
07. 놀러 가서도 결국 내가 정리하고 있다
친구들과 놀러 가는 날에는 다짐한다.
‘오늘은 진짜 아무 생각 없이 따라다녀야지.’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몇 시에 만날까?”
“여기 먼저 가는 게 낫지 않아?”
“예약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러면 일정 이렇게 하자!”
……잠깐.
나 오늘 그냥 따라다니려고 했는데?

학생회에서 계속 시간을 정하고, 의견을 모으고, 일정을 조율하다 보니 사적인 약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정리 담당이 되어버렸다.
학생회는 쉬는 날이어도, 몸에 밴 습관은 쉬지 않는다.
그래서, 학생회를 그만두면 없어지나요?
학생회를 시작하기 전에는 이런 것들이 습관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행사를 준비하며 생긴 기획 습관, 공지를 작성하며 생긴 검수 습관,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으며 생긴 정리 습관.
어느 순간 모두 일상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덕분에 평범한 놀거리에서도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게시물 하나에서도 디자인을 살펴보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빠르게 정리하게 됐다.
그러다 친구들과 놀러 나온 날까지 일정을 짜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 생각한다.
잠깐만.
나 오늘 학생회 아닌데...?

여러분에게도 ‘학생회 직업병’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