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개강했는데 벌써 종강하고 싶은 대학생을 위한 1박 2일

속도에 지친 9월, 핫플 대신 제로 웨이스트 촌캉스




개강 혼란과 과제로 쫓기는 9월,

대학생들에게 일상의 속도는 지나치게 숨 가쁘다. 번잡한 핫플레이스의 풍경 역시 쉼이라기보다 또 다른 과부하에 가깝다.

이 가운데 대학생들의 숨통이 살짝 트이는 9월 말 추석 연휴. 바쁜 일상을 벗어나 진정한 쉼과 밀도 있는 휴식을 찾는 대학생들에게 숙소 그 이상의 의미를 전하는 공간이 있다.




전주 모악산 아래에는 오래된 빨간 벽돌집이 있다. 운영자인 환경활동가 모아 씨가 어릴 적부터 가족들과 살던 집을 개조해 2018년 에어비앤비 숙소로 운영하기 시작한 ‘모악산의 아침’이다.


모악산의 아침이 처음부터 제로웨이스트 숙소였던 것은 아니다. 손님이 다녀간 뒤 청소를 시작하려던 어느 날, 모아 씨는 100L 쓰레기봉투 두 봉지가 가득 차 있는 광경을 마주하게 된다. 분리되지 않은 채 버려진 쓰레기, 심지어 음식물까지 뒤섞인 모습이었다. 환경 문제에 유별나게 주목하던 편은 아니었던 모아 씨에게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한 실태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날 이후 모아 씨는 일회용품 대신 숙소의 식기를 사용하도록 권하는 것부터 시작해 하나씩 변화를 만들어갔다. 이후 환경보호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며 대안 용품과 비건에 대해 알게 되었고, 더 나아가 숙소와 환경을 접목한 지금의 ‘모악산의 아침’을 만들어갔다.


그리고 이곳에는 빠른 일상에 지친 이들이 잠시 속도를 늦출 수 있는 풍경이 있다. 거실에 난 아치형 통창 너머로 푸른 대나무가 펼쳐지고, 도시와는 다른 느린 시차가 흐른다. 대학생들은 이곳에서 빠른 속도에 지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쉼에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친환경 대안 용품으로 이루어진 어메니티와 손님들의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자 설치된 정수기가 제공되며,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비건 장터 ‘불모지장’이 개최되기도 한다.


  1층

거실
부엌
화장실 + 퀸 + 슈퍼싱글 침대 방 (1층 모악산방)
서재 싱글 침대 방, 샤워실, 화장실 (서재방)

거실

부엌


1층 모악산방


서재방



  2층
더블 침대 방 (2층 모악산방)
싱글 침대 방 (시인의 방)
2층 테라스
화장실

2층 모악산방


시인의 방


2층 테라스






부담을 내려놓으세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오래 해보는 거예요.
모아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전주에서 다정한 삶을 꿈꾸며 살고 있는 모아입니다. 숙소와 커뮤니티 공간을 운영하고, 장터를 열고, 동물들을 임시보호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비슷한 지향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연결하며, 제가 살고 싶은 삶의 모습을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Q. 예약을 완료한 손님들에게 전송해주는 전주 관광 추천 목록이 인상적이었어요. 방문하는 손님들이 전주를 오롯이 경험했으면 하는 마음 내지는 전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느껴져서요. 모아 님에게 전주란 어떤 도시인가요?

저에게 전주는 꽤 자랑스러운 도시예요. 책방과 도서관이 많고,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공감하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많아요. 전주천이 도심을 흐르고 있어서 다양한 생명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고, 걷기 좋은 길과 산도 많고요.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아 살기 좋은 도시라고 생각해요.

전주에는 한옥마을 말고도 정말 좋은 공간들이 많아요. 그래서 숙소에 오시는 분들이 전주에서 조금 더 좋은 경험을 하고 돌아가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가 좋아하는 장소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한옥마을도 많이 알려진 곳이지만, 바로 옆 청연루에 앉아 전주천을 바라보며 쉬어가는 시간은 또 전혀 다르거든요. 저에게 전주는 그렇게 천천히 머물수록 좋은, 느리고 좋은 도시입니다.


Q. 수많은 유기견과 유기묘들을 임시보호 해오기도 하셨다고요. 어떤 마음에서 시작하게 된 일인가요?

어릴 때 살던 동네가 지금 모악산의 아침이 있는 동네예요. 당시에는 뜬장에 사는 강아지들이 많았고, 어느 날 보면 강아지가 죽거나 사라져 있기도 했어요. 어린 마음에 그런 모습을 계속 보면서 무력함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숙소를 시작한 뒤에는 주변 고양이들에게 밥을 챙겨주고 TNR을 하는 등 제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숙소 근처에서 묶여 지내던 고양이 가족을 만나 구조하고 입양까지 보내게 된 일이 계기가 됐어요. 그때 ‘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임시보호를 통해 한 생명이 가족을 만나는 과정도 좋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지는 것도 의미 있더라고요. 한번 해보면 빠져나올 수 없는 것이 임시보호의 매력이라 취미생활에 가까워요. 


Q. 모악산의 아침을 이루는 대표적인 키워드 중 하나가 ‘제로 웨이스트 숙소’죠. 제로 웨이스트 숙소를 운영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가장 중요한 건 진정성이라고 생각해요. 모악산의 아침은 제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존재지만, 제 삶의 전부는 아니거든요. 제 삶 자체에 이미 ‘제로웨이스트’라는 가치가 있기 때문에 숙소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었고, 오래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앞서 말했듯이 저는 상생하고 공존하는 삶을 꿈꿔요. 우리가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각자의 방식으로 꾸준히 해보자는 쪽에 가까워요. 숙소 역시 그런 삶의 방식을 어렵지 않게 경험하고,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습니다.


Q. 모악산의 아침은 아치형의 통창과 라탄 흔들의자, 원목 가구들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인테리어로 사랑받고 있기도 하죠. 인테리어 기획은 누가, 어떻게 했나요?

부끄럽지만 제가 직접 했어요. 도시에서 이곳까지 찾아오시는 동안 초록을 많이 보고, 숙소에 도착해서는 나무와 자연에서 온 소재들을 가까이하며 편안함을 느끼셨으면 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통통 튀는 색감도 굉장히 좋아해요. 그런데 숙소에서는 눈이 편안하고 오래 머물러도 질리지 않는 색과 소재를 선택하게 되더라고요. 원목이나 라탄처럼 시간이 지나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것들을 좋아하고요. 모악산의 아침에서는 사람을 긴장시키기보다 편안하게 만들어줬으면 했어요.


Q. 2022년에 ‘지향집’ 이라는 공간을 새로 여셨어요. 모악산의 아침이 '휴식과 연결'의 공간이라면, 지향집은 모아 님이 지향하는 가치들을 어떻게 담아낸 공간인가요?"

지향집은 연대와 돌봄,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함께 이야기하는 공간이에요. 각자가 지향하는 삶을 말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연습을 하는 곳이기도 하고요.

누군가에게는 처음 모임에 나오는 공간일 수도 있고, 처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보는 장소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지향집이 무언가를 잘하는 사람들만 모이는 공간보다는, 누군가의 ‘처음’을 응원하는 곳이었으면 해요.

함께 밥을 먹고,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아주 작은 일들을 통해서도 서로를 돌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세상이 삭막해 보이는 순간에도 여전히 사람 사이에는 사랑과 호의가 돌고 있다는 걸 이 공간을 통해 알리고 싶어요.


Q. 제로 웨이스트가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는 대학생들에게, 모악산의 아침이 제안하는 '가장 쉬운 한 걸음'은 무엇일까요?"

부담을 내려놓으세요. 정말 의식적으로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제로웨이스트를 완벽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아마 삶의 다른 부분에서도 스스로에게 꽤 높은 기준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을 거예요.
 그런데 모든 걸 다 챙기면서 살 수는 없잖아요. 텀블러를 한 번 잊었다고 해서 그동안의 실천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일회용품을 한 번 썼다고 해서 실패한 것도 아니니까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오래 해보는 거예요. 삶을 돌아봤을때, ‘내가 살아가는 동안 덜 쓰고, 덜 버리며  작은 보탬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프로그램 소개
  • 모아로와: 같은 주제를 가진 사람들의 숙박 소모임. 한집에서 각자의 방에 묵으며 함께 들풀 채집을 하거나 요가를 한다.


  • 숙박객을 위한 사진 촬영 (w. 최소한의 빛): 모악산의 아침에서 머무는 투숙객을 위해 최소한의 빛(@minimum_light)에서 소중한 추억을 담아준다. 소중한 건 가까이 두고 자주 볼 때 빛나기 마련이다. 우리 모두는 서로를 비추는 빛으로 연결되어 살아간다.

  •  요가 프로그램: 바쁘고 지친 일상의 장소에서 잠시 벗어나 모악산의 아침에서 자연과 연결되어보는 경험, 그 안에서 감사를 느껴보기 

'모악산의 아침'에 녹아든 가치는 무겁거나 계도적이지 않다. 오히려 20대가 감성환경을 모두 챙기며 자연스럽게 자신을 돌볼 수 있는 건강하고도 힙한 아지트가 되어준다.

머무는 동안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내 몸과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경험을 선사하는 곳.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쉼에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이다.

이곳에서 경험하는 일상은 거창한 구호가 없어도 나를 돌보는 일이 곧 우리를 돌보는 일과 맞닿아 있음을 깨닫게 한다.

이번 추석, ‘모악산의 아침’에서 환경을 지키는 가벼운 발걸음과 함께 비로소 온전한 나를 마주하는 휴식을 경험해보는 건 어떨까.



  모악산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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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모악산의 아침(@travel_moa), 작성자 김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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