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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어 통역 되나요?

편철부터 ETA까지, 첫 인턴을 위한 회사어 번역기

첫 인턴 출근을 앞두고 회사에서 자주 사용한다는 엑셀 단축키를 외웠다. 

VLOOKUP 사용법을 다시 찾아보고, 혹시 몰라 PPT 기능도 연습했다. 

외국계에서는 영어를 많이 쓸 것 같아 비즈니스 영어 표현도 몇 개 외워뒀다.


그런데 출근 후 나를 가장 먼저 당황하게 만든 것은 복잡한 엑셀 함수도, 갑작스러운 영어 회의도 아니었다.

이 서류는 편철하고, 개인정보가 있는 문서는 세절해주세요.

편철? 세절?ㅜㅜ

분명 한국어인데 바로 이해되지 않았다.


 

I’m WFH today. Can we sync later? What’s the ETA?

각 단어 뜻은 알 것 같기도 한데,,,

그래서 오늘 출근한다는 건지, 무엇을 언제까지 하라는 건지 잠시 생각해야 했다.


공공기관과 대기업 계열사, 외국계 스타트업에서 3차례 인턴으로 근무하며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첫 인턴의 진짜 장벽은 엄청난 업무 능력이 아니라, 

모두가 당연하게 사용하는 회사의 언어를 나만 모르는 순간일 수 있다는 것.


첫 출근을 앞두고 ‘나만 못 알아들으면 어떡하지?’ 

걱정하는 사람을 위해, 내가 실제 업무에서 처음 접했던 회사어를 번역해봤다.




1. 분명 한국어인데 모르겠습니다


공공기관에서 만난 회사어

공공기관에서는 학교생활 중 거의 들어보지 못한 단어를 자주 만났다.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졌지만, 뜻을 알고 보면 대부분 문서를 정확하게 관리하기 위한 표현이었다.


편철

여러 문서를 정해진 순서에 따라 묶어 보관하는 것

“날짜순으로 정리해서 편철해주세요.”

쉽게 말하면 문서를 날짜순으로 배열해 파일에 묶어달라는 뜻이다.

편철은 단순히 서류를 파일에 꽂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문서 순서와 방향을 맞추고 빠진 자료가 없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나중에 다른 사람이 다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내 눈에 깔끔한 순서’보다 조직에서 정한 기준이 중요하다.


세절

보안이 필요한 문서를 세단기로 잘게 잘라 폐기하는 것

“개인정보가 포함된 출력물은 세절해주세요.”

일반 쓰레기통이나 종이 수거함에 버리지 말고, 세단기로 폐기해달라는 뜻이다.

처음에는 ‘파쇄’와 무엇이 다른지 궁금했다. 두 단어 모두 문서를 잘게 잘라 폐기한다는 뜻이지만, 사무실에서는 종이를 세단기로 자르는 일을 ‘세절’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름과 연락처, 기업 정보가 들어간 출력물은 일이 끝났다고 그냥 버리면 안 된다. 

보관해야 하는 문서는 편철하고, 폐기해야 하는 보안 문서는 세절한다. 두 단어를 함께 기억하면 쉽다.


금일과 익일 

금일: 오늘 / 익일: 다음 날
“금일 중 회신 부탁드립니다.” = 오늘 안으로 답변해주세요.
“익일 오전까지 전달 바랍니다.”= 내일 오전까지 전달해주세요.

처음 업무 메일을 읽을 때 ‘금일’을 순간적으로 ‘금요일’로 착각한 적이 있다면 나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마감과 관련된 표현은 헷갈리지 않도록 캘린더에 정확한 날짜와 시간을 적어두자.


송부와 회신

송부: 자료나 문서를 보냄 / 회신: 받은 연락에 답함
“요청하신 자료를 송부드립니다.” = 요청하신 자료를 보내드립니다.
“확인 후 회신 부탁드립니다.”= 확인하고 답변해주세요.

평소에는 잘 사용하지 않지만 업무 메일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표현이다. 

몇 번 직접 메일을 주고받다 보면 자연스럽게 익숙해진다.


회사어 번역 테스트 ①

붙임 자료를 검토하시어 금일 중 회신부탁드립니다.
무슨 뜻일까?

정답: 첨부파일을 확인한 뒤 오늘 안으로 답변해주세요.




2. 영어는 아는데 해석이 안 됩니다


외국계 스타트업에서 만난 회사어

외국계 스타트업에서는 긴 영어 문장보다 짧은 약어를 더 자주 만났다. 

검색하면 단어의 원래 뜻은 나오지만, 실제 업무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바로 감이 오지 않는 표현도 있었다.


Sync

서로 알고 있는 내용이나 업무 진행 상황을 맞추는 것

“Can we sync tomorrow?” 

내일 짧게 이야기하면서 진행 상황을 맞출 수 있냐는 의미다.

꼭 길고 공식적인 회의를 하자는 뜻은 아니다. 

짧은 통화나 메시지를 통해 서로 다르게 이해한 부분이 없는지 확인할 때도 사용한다.

“우리 잠깐 싱크 맞춰요”라는 표현으로 한국어 문장 안에서 사용하기도 한다.


ETA

Estimated Time of Arrival의 약자로, 업무에서는 예상 완료 시간을 뜻하기도 한다

“What’s the ETA on this?”

이 업무가 언제쯤 완료될 예정인지 묻는 말이다.

ETA를 비행기나 택시의 도착 예정 시간을 확인할 때만 사용하는 줄 알았는데, 

회사에서는 결과물이 언제 나올 수 있는지 물을 때도 사용했다.


WFO

Work From Office, 사무실 출근

“I’ll be WFO tomorrow.”
내일은 사무실로 출근합니다.

WFH

Work From Home, 재택근무

“I’m WFH today.”
오늘은 재택근무합니다.

WFO와 WFH는 글자 모양이 비슷해서 처음에는 메시지를 한 번 더 읽게 됐다. 

하이브리드 근무를 하는 팀에서는 누가 사무실에 있고 누가 재택 중인지 공유할 때 자주 사용한다.


함께 알아두면 좋은 약어


·  EOD: End of Day, 오늘 업무가 끝나기 전까지
·  FYI: For Your Information, 참고로 전달
·  OOO: Out of Office, 휴가나 출장 등으로 부재중

팀과 회사에 따라 사용하는 표현은 다르지만, 메신저에서 자주 볼 수 있으니 뜻을 알아두면 좋다.


회사어 번역 테스트 ②

I’m WFH today. Can we sync at 2? Also, what’s the ETA on this?
무슨 뜻일까?

정답: 오늘은 재택근무해요. 2시에 진행 상황을 맞춰볼까요? 그리고 이 업무는 언제쯤 완료될까요?


3. 뜻을 알아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회사어의 뜻을 모두 알아도 내가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를 수 있다.


이 자료 한번 검토해주세요.
라는 직장 상사의 말,,

오탈자만 찾으면 되는 걸까? 

내용까지 수정해야 할까? 

수정한 파일을 다시 보내야 할까? 

그리고 언제까지 해야 할까?


첫 인턴 때는 질문을 많이 하면 일을 못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걱정했다. 

그래서 애매한 부분도 혼자 추측해서 처리하려 했다.


하지만 잘못 이해한 업무를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것보다, 시작 전에 1분 동안 정확하게 확인하는 편이 훨씬 낫다.

업무를 받았다면 다음 세 가지를 확인해보자.


① 마감

해당 업무는 언제까지 완료하면 될까요?

새로운 업무를 받았는데 이미 진행 중인 업무가 있다면 어떤 것을 먼저 해야 하는지도 함께 확인하자.


② 결과물의 형식

엑셀로 정리하면 될까요, 아니면 기존에 사용하시는 양식이 있을까요? 

내용은 맞는데 형식이 달라서 다시 작업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기존 자료가 있다면 참고할 수 있는지도 물어보자.


③ 업무의 범위

오탈자 위주로 확인하면 될까요, 아니면 내용에 대한 수정 의견도 함께 드리면 될까요? 

‘확인’, ‘검토’, ‘정리’처럼 범위가 넓은 표현을 들었다면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첫 인턴에게 가장 유용한 문장

제가 이해한 내용은 ○○ 자료를 오늘 오후 3시까지 엑셀로 정리하는 것인데, 맞을까요?

현재 이해한 내용을 먼저 설명하면 담당자도 잘못 전달된 부분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거 어떡해요?”라고 묻기보다, 내가 확인한 내용과 궁금한 부분을 함께 말하는 질문이 훨씬 구체적이다.




4. 메일과 메신저는 같은 내용도 다르게 보냅니다


공공기관에서는 주로 이메일과 문서를 통해 업무를 전달했고, 

외국계 스타트업에서는 메신저로 빠르게 진행 상황을 공유했다. 

같은 파일을 보내더라도 사용하는 채널에 따라 문장의 길이와 형식이 달랐다.


이메일로 파일을 보낼 때

이메일을 보내기 전에는 다음 내용을 확인하자.

 

·  제목만 봐도 메일 내용을 알 수 있는가?
·  받는 사람과 참조가 정확한가?
·  첨부파일을 빠뜨리지 않았는가?
·  본문에 소속과 이름을 적었는가?
·  파일명이 내용을 알아볼 수 있게 되어 있는가?
·  급할 때 키워드 검색만으로 빠르게 찾을 수 있는가?

메신저로 파일을 보낼 때

메신저에서는 이메일보다 짧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파일 보냅니다”에서 끝내기보다 무엇을 수정했는지, 

상대방이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한 줄로 알려주는 편이 좋다. 

메신저라고 해서 무조건 짧게 쓰는 것이 중요한 건 아니다. 

상대방이 메시지를 다시 읽지 않아도 지금 상황과 필요한 행동을 알 수 있게 쓰는 것이 핵심이다.



5. 첫 출근 전에 저장해두세요


업무를 이해하는 것만큼 문서를 제대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첫 인턴이 놓치기 쉬운 기본 수칙을 정리했다.


문서 관리 체크리스트

·  문서는 정해진 기준과 순서에 따라 편철하기
·  개인정보나 회사 정보가 포함된 출력물은 세단기로 세절하기
·  회사 자료를 개인 메일이나 클라우드로 옮기지 않기
·  파일명에 날짜·프로젝트명·수정 내용·버전 표시하기
·  퇴근 전 파일을 지정된 폴더에 저장하고 최신 버전 확인하기

진짜최종’은 정말 최종일까?

‘최종’, ‘진짜최종’, ‘진짜최종수정2’처럼 파일명을 작성하면 팀원이 최신 파일을 구분하기 어렵다. 

파일명만 보고도 자료의 내용과 버전을 알 수 있도록 작성하자.

[날짜_프로젝트명_작성자 또는 수정 내용_버전]




처음부터 다 알고 출근할 필요는 없으니까


첫 출근 전에는 엑셀 함수를 많이 알고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이 일을 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실무 능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첫 일주일에 더 자주 필요했던 것은 

모르는 단어를 메모하고, 

업무의 마감과 형식을 확인하고, 

다른 사람이 이해하기 쉽게 진행 상황을 전달하는 일이었다.


편철과 세절, Sync와 ETA를 처음부터 모두 알고 출근할 필요는 없다. 

회사어는 일을 하면서 배우는 또 하나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모르는 말을 들었을 때 아는 척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확인하는 태도다.

첫 인턴을 앞두고 있다면 엑셀 단축키만큼 이 문장을 연습해보자.

제가 이해한 내용은 ○○까지 △△ 형태로 정리하는 것인데, 맞을까요?

첫 일주일을 버티는 데에는 그 한마디가 더 유용할지도 모른다.


첫 일주일만 지나면, 당신도 제법 멋진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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