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두려운 건 너가 점점 빛나고 있어서야. ✧

심장이 떨릴 정도로 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베를린에서의 기억: Fear Addicted>

독일 베를린을 여행하던 때였다. 교환학생을 끝마치고 얼마 남지 않은 귀국일을 앞둔 나는 달콤씁쓸한 기분을 느끼며 머물던 동네의 한 카페를 찾았다. 그곳 직원 줄스는 오래 입은 듯한 빈티지 팬츠 차림에,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미소를 가진 사람이었다. 일정이 길지 않았지만 그가 좋아서 카페를 한 번 더 찾았고, 이상한 용기가 생겨 쪽지를 전해준 덕에 그의 인스타를 알게 되었다.


그의 프로필에서 가장 눈에 띄던 문구 ‘Fear Addicted’. 두려움 중독이라는 이 문구는 나의 마음 속을 파고들었다. 마치 현재 내 상태를 명쾌하게 정의내려준 것 같았기 때문이다. 머리가 띵했다. 많은 청춘들의 상태도 이와 비슷할 거 같다고 느꼈다. 두려움에 중독된 이들은 누구보다 자신의 진실한 마음을 따르는 사람들이 아닌가.


우리는 왜 두려움을 느끼고 있나? 주변을 둘러보아도 많은 대학생들이 불안과 두려움을 자주 느끼고 살아간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나조차도 때 되면 찾아오는 감기처럼 막연한 두려움이 찾아오는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조금 익숙해져서일까. 두려움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돌이켜보면 나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었으니까.


줄스가 내어준 치즈케이크



<두려움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까?>

말 그대로 두려움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까? 아마 모든 두려움이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나를 주저앉히는 두려움과 나를 한 발 더 내딛게 하는 두려움은 분명 다르다. 전자가 실패에 대한 회피에서 온다면, 후자는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는 마음에서 온다. 줄스가 말한 ‘Fear Addicted’도 아마 후자에 가까웠으리라 생각한다. 두려움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들 말이다.


불안해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전 항상 불안해요. 하지만 불안이 주는 이상한 텐션이 있잖아요. 그게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 홍경 보그코리아 인터뷰 발췌(2024.09)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이런 말을 했다. 불안이 주는 이상한 텐션이 나쁘지 않다고. 어쩌면 그 텐션이야말로 우리를 진짜 원하는 방향으로 밀어붙이는 힘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나와 같은 시기를 지나는 또래들은 이 감정을 어떻게 마주하고 있을까. 이름 모를 두려움을 오히려 즐기고 싶다는 한 청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INTERVIEW: 이름 모를 두려움을 즐기고 싶은 청춘의 이야기>

 닉네임: 연 / 서강대학교 지식융합미디어학부 미디어엔터테인먼트전공 / 3학년 2학기 재학 예정


  • 두려워도 도전해본 일이 있나요?

밴드부에 들어갔어요. 예전부터 노래를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저는 내향적이어서 남들 앞에 나서는 걸 두려워 했는데, 보컬로서 밴드 공연을 올리고 싶다는 목표가 계속 있었어요. 그래서 큰 마음을 먹고 밴드부 오디션을 보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합격이었어요.


동아리 방에서 다른 세션 친구들과 처음 합주를 한 날, 추위에 떨듯이 등을 떨며 노래를 했습니다. 남의 시선에 크게 의식하는 제 자신에 대한 도전이었습니다. 하고 싶다는 열정과 꿈 하나만으로 한 결정, 흔히 말하는 스펙을 위한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남들은 다 학회나 학술 동아리에서 진로를 위해 나아가는 것 같았는데, 저는 그 당시 직업적인 꿈이 없었던 터라 좀 더 순수한 마음을 따랐던 것 같아요. 은연 중에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일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으나 후회는 없었습니다.



  • 두려움과 불안이 삶의 원동력이 되었던 경험을 알려주세요.

저는 걱정과 불안이 원체 많은 사람입니다. 대학교 시험이나 알바 면접처럼 일상적이고 사소한 일이라도 언제나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 마음이 나를 미리 대비하게 하는 힘인 것 같아요. 걱정은 결국 미래의 대처를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에요. 


공연을 할 때마다 긴장을 합니다. 보컬은 항상 무대의 중앙 가장 앞쪽에 서게 되는데, 그래서 나만 혼자인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떨림이 “내가 살아있다”라는 감정으로 느껴졌어요. 처음에는 그 떨림이나 불안이 부정적인 감정으로 느껴져서 감정을 빠르게 통제하려고 노력했는데, 오히려 그게 좋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차라리 그 감정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아 내가 지금 떨고 있구나. 두려워하고 있구나.”라고 생각을 했을 때 오히려 더 진정성 있게 노래를 하게 된다는 걸 발견했어요. 그때부터 떨림과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즐거움으로 다가와서 그 감정을 오로지 느끼며 노래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서 부른 노래에 관객들이 더 좋은 피드백을 주었어요. 감정이 잘 드러나보인다는 소중한 평을 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노래하는 연



  • 모든 걸 지우고 순수한 마음으로 바라볼 때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제 경험을 바탕으로 인터뷰 영상이 담긴 전시를 열고 싶어요. 인터뷰 대상은 사회적 기준에서 벗어나서 자유롭게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이에요. 이러한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이유는 저도 아직 원하는 걸 찾고 있어서인 것 같아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심장이 떨릴 정도로 마음을 울리는 무언가를 찾고 싶어서요.


대학에 들어올 당시에는 확고한 꿈을 가지고 있지 않았어요. 주변 친구들은 직업적인 목표나 가고자 하는 길이 명확해 보여서 나도 확고한 길을 빠르게 정해야 한다는 생각에 불안했습니다. 대학생활을 알차고 효율적으로 보내야만 한다는 강박도 있었고요. 예를 들어 수업을 들을 때도 내가 진짜 듣고 싶은 수업을 듣기보다 학점을 잘 받을 수 있는 과목이나 효율적으로 학점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려했어요. 그리고 휴학을 하게 된다면 무조건 휴학기간에 인턴이나 대외활동처럼 취업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선택한 경험을 온전히 느끼기 보다 이력서에 넣는 한줄의 스펙이라고 잘못 생각했던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이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SNS나 사회적인 기준을 신경 써서 더 그랬던 것 같네요. 


그런데 교환학생과 연애 경험 덕에 그러한 두려움에서 벗어났습니다. 남들과 비교할 때 드는 두려움보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할 때 생기는 두려움이 더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타인을 신경 쓰지 않고 그냥 기꺼이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겠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분명 앞으로도 그러한 두려움이 있겠지만 이젠 그 두려움이 제게 다르게 와닿을 것 같아요. 마치 설렘과 같이요.



  •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나를 드러내고 표현하는 두려움을 온전히 느껴도 좋아요. 나의 능력을 성장시키는 데에 몰두하는 것도 좋지만, 그 과정에서 사랑을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두려움은 당신이 진심이라는 반증>

두려움은 사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그 무엇보다 진심을 바치며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타인이나 외부로부터 비롯된 불안은 빨리 타는 초와 같다. 내 안에서 찾은 진실된 꿈만이 잔존하는 두려움과 길게 가는 것이다. 두려움이 길게 간다니 좋지 않을 것만 같으나, 바꿔 말하면 진심이 가득한 삶을 유영한다는 의미이다.


불안감과 두려움이 한번씩 찾아올 때 ‘내가 지금 진심이구나.’ 혹은 ‘살아있음 느끼고 있구나.’라고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기분이 조금 나아질 것이다. 


우리는 누구보다 푸른 시기를 함께 지나고 있다두려운  당신이 점점 빛나고 있어서다.




*대표사진은 영화 '남색대문'의 장면.


Edited by. 바미


#대학생#두려움#꿈
댓글 0
닉네임
비슷한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