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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2학기를 앞둔 대학생들이 행운을 모으는 이유

제발 이번 학기에는 좋은 일만 있게 해 주세요!

#S1. 내 자취방에는 행운이 다섯 개나 있지롱!  


어딘가 바보 같아 보이는 액막이 명태

경빈이의 이틀 된 자취방 안에는 조금 수상한 물건들이 여럿 있다. 액막이 명태 두 마리, 분홍빛 드림캐처 하나, 그리고 귀여운 캐릭터가 네잎 클로버를 붙들고 있는 행운 부적 두 장. 친구들이 하나씩 건네어 주던 물건들이 방 곳곳을 알차게 채워낸 것이다. 또한, 경빈이 역시 소중한 단짝에게 집들이 선물로 액막이 명태를 선물해 준 적이 있다. 그런데.......
이걸 걸어 두면 진짜로 안 좋은 일이 안 생기나? -.-
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솔직히 모르겠다...... (실제로 액막이 명태를 받았던 해, 주변 사람들이 기겁할 정도로 수많은 억까들이 일어났었다.) 하지만, 우리는 꽤나 진지하고 진실된 마음을 담아 서로에게 행운을 선물한다. 행운을 담아서, 디바~

몇 밤만 더 자면 새학기가 시작되는 9월이 찾아온다. 폭풍처럼 지나간 수강 신청부터 팀플, 야박한 성적, 경쟁 사회 속에서의 취업, 복잡스레 얽혀 있는 인간관계까지, 무엇 하나 바람대로 흘러갈 것이라는 보장을 우리의 손아귀에 쥐어 주지 않는다. 절대로!

그래서일까? 불확실과 미지수로 그득한 세상 그리고 대학 생활에서, 우리는 작고 귀여운 행운템들을 하나 정도 곁에 두기 시작했다. 나 또한 그랬다. 그러던 중 하찮은 궁금증이 피어난 것이다. 대학생들은 어떤 각자만의 행운을 지니며 살까? 그리고 이번 학기, 무엇만큼은 반드시 피하고 싶을까?

#S2. 우리는 왜 행운을 모을까?  

  액막이 명태 | 서울여자대학교, 24세
"첫 자취를 시작했을 때 경빈이가 선물해 줬어요. 처음에는 귀엽게 생기기도 했고 방향제가 달려 있어 현관에 걸어 두는 인테리어 용품이라 생각했는데, 살다 보니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드림캐처 | 숙명여자대학교, 23세
"매일 악몽을 꾸고 가위에 눌리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괴담 레스토랑이라는 만화에서 드림캐처로 악몽을 퇴치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었거든요. 저는 그 때부터 드림캐처를 방에 두고 살았는데, 제 친구가 여러 문제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는 말을 듣고는 조금이나마 안온한 밤을 보내기를 바라는 맘에 선물해 줬어요."
  행운 부적 | 중앙대학교, 24세
"친한 친구가 일 년 동안 교환을 가게 되었을 때, 타지에서 모든 일들이 잘 풀리고 좋은 추억들을 많이 쌓았으면 하는 마음에 건강과 행복을 바라는 조그만 부적을 선물로 줬던 적이 있어요."
  액막이 명태 | 광운대학교, 22세
"제게 많은 추억들을 안겨 준 언니가 잠시 멀리 떠나 있게 된 적이 있어요. 제 행복을 잔뜩 만들어 준 언니가 멀리서도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액막이 명태를 선물해 줬었어요.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도 그 언니의 자취방에 소중히 걸려 있답니다!"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던 행운템의 재미있는 점이란, 대부분 스스로 사기보다는 누군가에게 받았다는 것. 행운 자체보다는 "네가 잘 됐으면 좋겠어!",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등의 마음이 먼저 도착한 셈이다.

실제로 본인이 받았던 부적 사진
각자의 책상이나 현관, 지갑에 자리를 튼 작은 물건들은 모양도 사연도 모두 달랐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의 결만큼은 꽤나 비슷했다. 누군가는 새로운 시작을, 누군가는 무사한 하루를, 또 누군가는 그저 좋은 일이 잔뜩 일어나기를 빌어 주기도 했다.

그러나 행운을 바라는 마음에는 늘 작은 걱정들이 곁을 지키고 있었는데, 그래서 이번에는 우리가 행운을 모으는 이유를 조금 반대로 물어보기로 했다.

이번 학기에 딱 하나만 액막이를 할 수 있다면, 무엇을 막고 싶나요?

#S3. 이번 학기에 딱 하나만 액막이할 수 있다면?  

"팀플에서 잠수 타는 사람...... 나 작년만 해도 두 명이 없어졌어...... ㅠㅠ"
- 경영학과 3학년

"수강신청 올클 실패!!!!! 나 이번에는 진짜 들어야 해......"
- 국문과 4학년

"졸업은 다가오는데, 취업은 안 돼... 졸업 유예할 것 같아......"
- 경영학과 4학년

하나하나가 주옥과도 같구나"잠수 이별로 헤어진 전 남친이랑 같은 수업 듣는 거."
- 익명 요청......

"월말마다 통장 잔액 보고 한숨만 나와요."
- 자취 중인 홍보광고학과 2학년

답변은 정말로 다채로웠지만, 크게 보니 몇 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학점과 수강 신청 등 학교 생활과 관련된 걱정, 취업 및 진로에 대한 걱정, 인간 관계와 연애에 관한 걱정, 그리고 돈. 애써 웃으며 내어 준 답변 속에는 대학생이라면 한 번쯤 겪어 봤을 법한 현실적인 불안들이 그대로 들어 있었다.

흥미로웠던 점은 그저 '막고 싶은 불운'을 물었음에도, 각자가 지금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자연스레 알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누군가에게는 학점이 하나의 만리장성이었고, 어떤 학생에겐 취업이 영원히 끝내지 못할지도 모를 퀘스트와 같았다. 그리고 어느 친구는 이미 끝나 버린 관계로 인해 매일 밤을 지새우고 있기도 했다. 결국, 우리가 액막이하고 싶다고 말한 [불행]들은 대부분 우리가 요즘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것들에 붙여진 또 다른 이름표였던 것이다.

실제로 나 또한 이번 학기에 가장 피하고 싶었던 불운은 [아무런 스펙도 쌓지 못하는 것]이었는데, 돌이켜 보면 요즘 가장 큰 에너지를 쏟고 있는 데가 대외활동 지원이었다...... ㄱ- (씁쓸)

그러나, 우리는 각자만의 걱정을 품고 있음에도 서로에게 틈틈이 작은 행운의 씨앗을 건네어 주면서 내 앞날만큼이나 소중한 사람들의 미래 또한 탄탄대로처럼 이어져 있기를 바라곤 한다. 나와 친구들이 서로에게 액막이 명태와 부적을 선물해 주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마지막 질문을 드밀어 보기로 했다.
당신에게도 이번 학기, 행운을 선물해 주고 싶은 누군가가 있나요?

#S4. 우리는 서로에게 행운을 선물한다  

마지막 질문을 통해 인터뷰이들은 자연스레 각자의 근심은 뒷전에 두고 다른 누군가의 얼굴을 그려낼 수 있었다. 취업을 준비 중인 친구, 처음 자취를 시작해 독립한 친동생, 곧 미국으로 교환을 떠나는 대학 친구...... 앞선 질문에선 한껏 먹구름이 드리운 채 현실적이고도 심리적이었던 걱정 덩어리들을 내뱉었던 이들이, 자신이 아닌 다른 이들의 앞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땐 사뭇 달라진 분위기를 자아내는 듯 싶었다. 그들은 자연스레 행운을 주고 싶은 대상의 이름을 언급하곤 그에 대한 작은 바람까지 더해 주었다.

"옆에서 얼마나 열심히 준비하는지 계속 봤거든요. 매일 자소서 갈고, 지원하고...... 이번에는 꼭 좋은 소식이 들려왔으면 좋겠어요. 취뽀 케이크도 만들어 주고 싶고......"

그가 친구에게 주고 싶은 행운은 (로또 당첨처럼)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원하는 회사에 단번에 합격하는 기적을 바랐을 수도 있겠지만, 답변을 직접 듣고 있었던 나에게는 지금까지 들인 시간과 노력이 좋은 결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에 가깝게 느껴졌던 것 같다.

다른 답변들도 비스무리했다. 처음 자취를 시작해 가족을 떠나 있게 된 동생에게 '아프지 않고 별 탈 없이 지낼 수 있는 나날들'을, 미국으로 교환을 떠나는 친구에게 '걱정과 근심을 뒷전에다 둔 채 좋은 기억을 잔뜩 만들어낼 수 있게 될 단단한 마음'을, 유난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한 친구에게는 '그저 조금 덜 힘든 날들'을 주고 싶다는 답변들을 남겨 주었다.

잘 먹고, 아프지 않고, 노력한 만큼 결과가 따라오고, 새로운 곳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고, 힘든 날들보다는 평안한 날들이 좀 더 많기를.

그 어떤 거친 세상도 서로 응원해 주면 어디든 무한도전
초록빛의 행운 아래에는, 미지수로 가득한 이 세상 속에서 무탈히 지내기를 바라는 응원의 마음이 포옥 담겨 있었다.

 고삐리 시절 때만 해도 대학교 문턱만 넘으면 뭐든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들어오고 보니 대학이란 곳은 미지수와 불확실로 그득한 사바나와 같은 곳이었고, 확신하지 못한 채 잡은 선택지는 종종 원치 않는 결과를 가져다 주기 마련. 

새로운 학기의 포문을 열 때마다, 늘기는 하지만 줄지 않는 걱정거리들을 품에 안은 앳된 청춘들. 그럼에도, 우리는 조그만 행운템들을 선물하고 받으며 가끔은 탁한 잿빛으로 보이는 세상을 쨍한 초록빛으로 물들여 간다. 

액막이 명태 한 마리가 팀플 빌런을 쫓아내 줄 리 없다. 네잎클로버 하나가 취업 합격 메일을 가져다 줄 확률도 정말 미미하다. 나도, 우리도 아마 그 정도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굳이 친구의 자취방 문에 명태를 걸어 주는 이유는, 지갑 속에 작은 부적 하나를 스리슬쩍 끼워 주는 이유는, 행운의 효능을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 아닐 것이다.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번에는 네 노력이 꼭 빛을 보기를!'
'낯선 곳에서도 좋은 일들만 생길 거야.'

행운이 불운을 막아 주리라는 확신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의 앞날의 누군가가 건네어 준 응원의 마음은 분명히 잔존한다. 

그러니 불확실한 2학기가 다시금 펼쳐지더라도, 우리 너무 많이는 겁먹지 말고! 걱정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자! 우리가 무궁무진한 캠퍼스 라이프 속 길을 찾지 못할 때마다 정확한 길을 알려 주는 나침반은 없을지언정, 이정표를 발견하거나 만들어내기를 바라는 응원의 마음은 책상 위에도, 가방 속에도 자리하고 있을 테니까!

이번 학기에도
우리는 각자의 사바나를 헤매이느라 바쁘겠지만
그 와중에도 서로에게 건넨
작은 초록빛으로
조금은 숨이 탁 트인 길을 거닐 수 있을 거야

#에세이#행운#개강#불확실#청춘#선물#친구#걱정#대학생#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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