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좋아하는 것에는 꼭 이름이 필요할까?

좋아하는 것 찾는 법

"취미가 뭐예요?"


생각보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영화 보는 거요.
운동이요.

어떻게든 대답은 할 수 있지만, 정말 내가 좋아해서 하는 일인지 생각해보면 조금 애매하다.

좋아하는 것에도 이유가 있어야 할 것 같고,
취미라고 부르려면 꾸준히 해야 할 것 같고,
잘하지 못하면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조금 머쓱하다.


우리는 어떻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될까?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것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사람부터, 별 생각 없이 시작한 일이 어느새 취미가 된 사람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고 있는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누군가에게 만들어주는 게 제일 좋아요”



좋아하는 마음을 따라가다 보니 베이킹을 하게 된 A

베이킹을 좋아한다고 하면 으레 이런 질문을 받는다.
“빵 만드는 게 그렇게 좋아?”
A에게도 처음에는 그 질문이 꽤 단순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다 보니 A가 좋아하는 것은 단순히 빵을 만드는 일이 아니었다.

베이킹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처음에는 그냥 만드는 게 재미있어서 시작했던 것 같아요. 레시피를 보고 하나씩 따라 하는 과정도 재밌었고요. 처음에는 제가 먹으려고 만들었는데, 점점 주변 사람들에게 만들어주는 일이 많아졌어요.

직접 먹는 것보다 다른 사람에게 만들어주는 게 더 좋다는 건가요?

그런 것 같아요. 제가 만든 걸 먹고 “맛있다”고 해주거나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되게 행복해요.
사실 빵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힘들 때도 있거든요. 계량하고, 반죽하고, 기다리고, 설거지까지 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누군가에게 선물할 생각을 하면 그 과정도 즐거워지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A가 좋아하는 건 ‘베이킹’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예전에는 당연히 베이킹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꼭 그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서 다른 사람에게 주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러고 보면 베이킹을 하지 않아도 좋아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 같네요.

맞아요. 생각해보니까 제가 친구들 생일 때 직접 편지를 쓰거나 작은 선물을 준비하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결국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을 누군가와 나누는 순간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A에게 베이킹은 취미의 끝이 아니었다.
무언가를 만들고, 건네고, 상대방의 반응을 기다리는 과정 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다.

좋아하는 것을 찾는다는 건, 어쩌면 좋아하는 행동의 이름을 찾는 일이 아니라 그 행동을 하면서 내가 어떤 순간에 행복한지를 발견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요가 자체보다, 아무 생각이 없어지는 게 좋아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을 배우기 위해 요가를 시작한 B

B에게 요가는 운동이면서 동시에 휴식이다.
운동이라고 하면 땀을 흘리고, 기록을 세우고, 어제보다 더 잘하는 것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B가 요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조금 달랐다.

요가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원래 운동을 엄청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요가는 조금 다르더라고요.
처음에는 조금씩 늘어가는 것이 좋았는데, 계속하다 보니까 수업하는 시간 자체가 좋아졌어요.

수업하는 시간 중에서도 특별히 좋아하는 순간이 있나요?

매트 위에 누워서 가만히 있는 시간이요.
그때는 진짜 아무 생각이 없어져요.

운동을 하면서 아무 생각이 없어지는 게 좋은 건가요?

네. 평소에는 계속 뭔가 생각하고 있잖아요. 학교 생각도 하고, 해야 할 일도 생각하고, 사람 관계도 생각하고.
그런데 요가를 할 때는 지금 내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만 집중하게 돼요.
그래서 끝나고 나면 운동을 했다기보다 잠깐 쉬었다 온 느낌이 들어요.

그렇다면 요가를 좋아하는 이유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요?

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
그게 제일 큰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을 물었을 때 우리는 흔히 그 대상부터 말한다.
“요가를 좋아해요.”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B에게 요가는 '운동을 잘하기 위한 취미'가 아니었다.
하루 동안 쌓인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자신의 몸에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사진 찍는 것보다, 사진 찍으러 가는 게 좋아요”



카메라를 들고 나서야 알게 된 C의 취향

C는 사진을 좋아한다.
하지만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은 아니다.
적어도 C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한다.

사진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예전부터 사진 보는 건 좋아했어요. 그러다 디지털카메라를 하나 사면서 직접 찍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그냥 예쁜 사진을 남기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지금도 사진을 찍는 가장 큰 이유는 뭔가요?

사진을 찍는 것도 좋은데, 사실은 사진 찍으러 돌아다니는 게 더 좋아요.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을 것들을 보게 되거든요.

길에 있는 간판이나 오래된 건물 같은 것도 찍게 되고, 날씨가 좋으면 하늘도 찍고요.
사진을 찍으려고 나갔다가 생각보다 새로운 장소를 발견하기도 하고요.

그러면 사진이 C에게는 ‘기록’에 가까운 건가요?

그런 것 같아요.
그날 뭘 봤는지 기억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사진을 잘 찍는 것보다 내가 뭘 보고 있었는지를 남기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사진을 좋아한다고 말했던 C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조금 다르게 정의하게 됐다.
사진 자체보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을 풍경을 한 번 더 바라보는 것.
그리고 그 순간을 기록하는 것.

C가 좋아했던 것은 어쩌면 카메라가 아니라 카메라를 들었을 때 달라지는 자신의 시선이었을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것에는 꼭 이름이 필요할까?


세 사람의 취미는 전혀 달랐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고 나니 한 가지 공통점이 보였다.

처음부터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시작한 사람은 없었다는 것.

누군가는 그냥 빵을 만들기 시작했고,
누군가는 우연히 요가를 시작했고,
누군가는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계속하다 보니 알게 됐다.
내가 좋아하는 건 이것 자체가 아니라
이것을 하면서 느끼는 어떤 순간이라는 것을.

그러니 꼭 거창한 취미를 찾지 않아도 된다.
어릴 때 좋아했던 것을 다시 꺼내봐도 좋고,
눈에 들어온 것을 그냥 한번 해봐도 좋고,
남들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일을 좋아해도 괜찮다.
좋아하는 데 꼭 이유가 필요한 것은 아니니까.

어쩌면 좋아하는 것은 찾는 것보다 해보면서 발견하는 것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이번 가을에는 새로운 나를 찾겠다는 거창한 목표 대신,
그냥 조금 좋아해보는 건 어떨까.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아, 나는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하고 알게 될지도 모르니까.


당신은 요즘 무엇을 좋아하나요?



#취미#요가#베이킹#사진#대학생#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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