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위대한 힘에는 위대한 책임이 따른다… 근데 저는 알바비만 따라요
스파이더맨으로 보는 대2병 극복기

여러분은 '대2병'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 병은 중2병의 사촌쯤 되는 단어인데, 증상은 조금 다르다. 새내기의 설렘이 끝난 2학년 무렵,

'나 이 전공으로 뭐 먹고살지?'
라는 질문이 처음으로 훅 들어오는 병. 열이 나지도, 기침이 나오지도 않는다.
대신 혼자 있는 밤이 오면,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인스타에서 다른 멋진 사람들을 보면 명치가 답답해지며 조급해진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
이 병은
완치 판정이 없다.
나는 대2병을 완치하지 못한 채로 3학년이 됐다. 내게 남은거라곤 무수히 많은 알바 경력 뿐...
남들이 하는 해외봉사도, 대외활동도 해 본 적이 없다.
그저의류매장, 보드게임카페, 피시방, 도서관 등등..
내세울 만한 건 다양한 일들만 쉬지 않고 했다는 사실, 그 하나 뿐이다.
아직 나는 진정한 '내 일'이 뭔지는 아직 몰랐다.
적어도 그 날, 영화관에 가기 전까지는.
가족들은 웃는데 나만 심각했다.
오랜만에 알바가 없는 날이었다. 가족들과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를 보러 갔다.
팝콘 냄새, 오프닝 음악, 옆자리에서 감탄하는 가족들. 완벽한 휴일이었다.
하지만 난 혼자 영화를 온전히 즐기지 못했다.
영화에 집중이 되지 않고 자꾸만 딴생각이 들었다.
정확히는,
피터 파커가 남 같지 않았다.
먼저, 이번 영화 속 피터의 상황을 요약하면 이렇다. 전작 <노 웨이 홈>에서 모두의 기억 속에서 자신이 지워졌다. 아이언맨도 닥터스트레인지도 없다. 위기가 닥쳐도 물어볼 어른이 없고, 세상은 온전히 혼자 감당해야 한다.
심지어 몸은 예상 못 한 방향으로 변한다. DNA 변이로 생체 거미줄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좋아하기는커녕 당황스러워하고 괴로워한다. 이러한 힘이 진화할수록 질문은 깊어진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고 있는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진로는 아무도 대신 정해주지 않는다.
부모님도 교수님도 힌트만 줄 뿐, 결정은 온전히 내 몫이다.
어떤 활동을 어떠한 목적으로 해야 하는 지도 모른 채, 그저 아무 일이나 닥치는대로 하고 있다.
그러면서 내가 발전하고는 있는 건지도 잘 모르겠는 막연한 갑갑함과 두려움.
통제 안 되는 거미줄을 손목에 달고 사는 기분.
난 그게 일종의 대2병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명대사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위대한 힘에 위대한 책임이 따른다.우스갯소리로 애매한 힘에 많이 큰 책임이라 하기도 한다.
이를 내 상황에 견주어 다시 만들어보자면,
아주 미약한 힘에 따라온 소박한 알바비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제일 아팠던 장면. 피터는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MJ를 여전히 지킨다.
알아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생각했다.
어쩌면 진정한 히어로란, 초능력의 유무를 따질 것이 아니라,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도 계속하는 쪽에 가까운 게 아닐까.
그래서 물어봤습니다! "대2병, 극복하셨습니까?"
직접 만든 AI이미지궁금해졌다.
나처럼 대2병을 안고 3학년이 된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주변 지인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J양 (경영학과, 3학년) "2학년 겨울에 일단 회계 자격증부터 땄어. 하나 붙으니까 신기하게 다음이 보이더라. 솔직히 자격증이 답이라기보다, 뭐라도 하고 있다는 감각이 불안을 눌러주는 게 큰 것 같다"
H군 (파이버시스템공학과, 3학년) "목표 기업을 먼저 정했어. 그 회사 채용공고 보면서 준비하니까 할 일이 명확해지더라. 관련 활동도 계속 하고 있고. 바쁘게 살면 어떻게든 되겠지."
K군 (화학공학부, 3학년) "몰라. 그냥 취업 설명회 가보려고. 이것저것 찔러보는 중이야.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니까..."
K양 (영어영문학과, 3학년, 특징: 휴학생) "그래서 워홀왔잖아(웃음). 일종의 회피긴 한데.. 남들은 방황이라고 하지만 나는 이것도 탐색이라고 생각해."
인터뷰를 정리하다가 알았다. 네 명의 답이 사실 하나로 모인다는 걸. 극복한 애들은 방향을 정하고 움직이는 중이었고, 극복 못한 애들은 방향을 찾으려고 움직이는 중이었다. 차이는 방향의 유무였지, 발이 멈춰 있는 사람은 없었다.
멈춰 있던 건 나뿐이었다.
첫 번째 거미줄을 쏴보자!
고백하자면, 나는 생각만 많은 쪽이었다.
알바만 하다가 중요한 시기를 다 흘려보낸 건 아닐까. 그 불안을 이불처럼 덮고 3학년까지 왔다.
근데 피터를 보다가,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서, 결론이 좀 단순해졌다. 피터는 완벽한 계획이 생겨서 거미줄을 쏜 게 아니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오늘 했을 뿐이다. 거미줄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 쏴 봐야 어디에 붙는지 안다.
그래서 나도 이제서야 하나를 저질러 보기로 했다. 지금 당신이 읽고 있는 이 글이, 내 첫 번째 거미줄이다.
대2병을 완치 못 한 채로 3학년이 되어버린 사람은 나 말고도 많을 거다.
그러나,
완치를 기다리지 말자. 어차피 그런 판정은 안 나온다.
대신 오늘 하나만 쏘자. 어디에 붙을지는, 붙어봐야 안다.

💬 당신의 대2병은 어떤가요? 극복했다면 그 처방전을, 아직이라면 이제 곧 쏴 볼 거미줄을 댓글로 공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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