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밥 먹을 사람을 찾습니다
‘배고파’
카톡창을 한참 내리다 핸드폰을 꺼버렸다.
아는 사람은 많다. 학회, 동아리, 팀플...
인맥을 따지면 수십 명은 족히 넘는데, 막상 "밥 먹을래?"라고 물어볼 사람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분명 우리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매일 수많은 사람과 부대끼며 산다.
그런데 왜 우리의 점심시간은 늘 혼자이거나, 누군가를 열심히 찾아야 하는 걸까?
밥 친구, 그 애매한 거리감
에디터가 속한 단톡방의 흔한 풍경. '밥'만 검색해도 이런 채팅이 가득하다.우리는 수업도 같이 듣고, 조별과제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
술자리에서는 참기 힘든 어색함을 뚫고 옆 사람에게 건배를 제안하기도 한다.
그런데 유독 '밥 먹기'는 어렵다.
술자리보다 밥자리가 더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밥 한 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미션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수업, 조별과제는 목적이 있다.
다른 학생들과 한배를 타고 성적을 잘 받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술자리는 부담이 적다.
다수가 모이기에 어색함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식사 자리는 오직 서로의 존재와 대화만으로 50분가량의 시간을 채워야 한다.
이 밀도 높은 시간은 충분히 부담될 수 있다.
밥 한 끼가 인간관계의 척도라면
"밥 한번 먹자" 하다가 반년만에 성사된 자리우리는 밥을 먹으며 현재의 관계를 확인하고,
“언제 밥 한번 먹자”는 말로 미래를 기약한다.
이때 우리가 고르는 건 메뉴만이 아니다.
누구와 함께 있어야 편안한지, 어떤 관계에 마음을 내어줄 수 있는지를 고른다.
우리는 대학 친구를 상황 중심으로 유지되는 효율을 중시하는 관계로 정의하며,
거리를 두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 것 같다.
우리는 왜 '함께'를 원하면서도 망설일까?
우리는 식사를 대접할 때 음식만이 아니라 우리 자신도 함께 내어준다.
Henri J.M. Nouwen
캠퍼스 안에서 밥 친구를 찾는 대학생 4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학교 사람들과 밥을 자주 드시나요?
“동기들이랑 여러 명이서 모여서 자주 먹는 편인 것 같아요. 올해 초에는 선배님들이랑 밥약도 했고요. 근데 선배님들이 너무 의무적으로 무리해서 사주시는 것 같아서 섣불리 사달라고 못 하겠더라고요.” (S대 1학년, 닥터 B)
Q. 밥 먹는 상대를 찾는 건 왜 어려울까요?
"수업 끝나고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걷다 보면 나만 좀 동떨어져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동기한테 밥 먹자고 연락하려다가 만 적도 많아요. 사실 밥 먹을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적당히 친한 사람'과 밥을 먹는 그 애매한 기류를 견디기가 싫은 것 같아요." (S대 2학년, 포테이토)
Q. "같이 밥 먹자"는 말이 부담스러운 이유는?
"둘이 먹으면 대화의 공백을 채워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요. 둘 다 할 말이 없어서 생기는 정적을 정말 싫어하는 성격이거든요. 여러 명이면 남들이 말할 때 쉬면 되는데, 단둘은 그게 안 되잖아요." (K대 3학년, 먼지)
Q. 동기와 친구를 구분 짓는 편인가요?
“그런 것 같아요. 동기 중에서는 학교 밖에서 보면 어색할 것 같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에요. 물론 대학 친구는 학교라는 환경이 만들어준 소중한 관계지만 졸업하고 나면 거의 만나지 않을 한정적인 인간관계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굳이 따로 만나서 밥 먹는 것도 요즘은 잘 안 하는 거고.” (H대 4학년, 카니알)
결국 밥 한 끼는 관계를 확인하는 시간
네 명의 이야기는 조금씩 달랐다.
어떤 학생은 선배에게 밥을 부탁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했고, 어떤 학생은 단둘이 만드는 정적이 싫다고 말했다.
또 어떤 학생은 대학 친구를 학교 안에서만 만나는 관계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공통점은 있었다.
대학에서 밥 한 끼는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
우리는 흔히 친해지면 함께 밥을 먹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순서가 반대일 수도 있다.
같이 밥을 먹기 때문에 친해지는 사람도 있다.
수업도, 조별과제도, 동아리도 누군가와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아무런 목적 없이 단둘이 밥을 먹는 시간은 조금 다르다.
얼마나 친한가를 확인할 수도 있지만, 더 가까운 관계를 시작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오늘도 카톡창을 한참 내리다 망설이고 있다면, 한 번쯤 먼저 밥을 먹자고 해보는 건 어떨까.
"밥 먹을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