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종강은 멀었고, 우리에겐 ‘오살힘’이 필요하다

개강부터 지친 대학생 3인은 무엇으로 오늘을 버틸까?

“개강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종강하고 싶다.”


9월의 캠퍼스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방학 동안 늦잠에 익숙해진 몸을 겨우 일으키고, 사람들로 꽉 찬 대중교통을 타고 학교에 도착한다. 강의실에 앉았을 때는 수업이 시작되기도 전인데 이미 기운이 빠져 있다. 이제 막 하루를 시작했지만, 강의와 과제, 팀플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벌써부터 남은 학기를 무슨 힘으로 버텨야 하나 싶어진다.
종강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때까지 무엇으로 버틸까? 
지친 학교생활 속에서 저마다의 ‘오늘을 살아갈 힘’을 찾은 대학생 3인에게 각자의 ‘오살힘’을 물었다.


"미래도 고민이지만, 오늘 점심이 더 큰 고민이에요."



공민서 (가천대학교 행정학과 24학번) | '오살힘' : 학교 근처 맛집


Q1. 학교 생활에서 가장 지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요즘은 학교에서 수업을 듣거나 친구들과 밥을 먹다가도 문득 “나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때 가장 지쳐요.

이번 학기만 지나면 4학년이 되고, 어느새 고학년이 됐다는 사실이 실감 나면서 진로와 미래에 대한 고민이 부쩍 많아졌거든요. 주변 친구들을 보며 “혹시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자주 들고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며 지금의 여유도 즐기도 해요.
그래서 무언가 준비해야 한다는 조급함과 매 순간 치열하게 살고 싶지는 않은 마음 사이를 오갈 때 가장 지치는 것 같아요.

Q2. 그런 생각으로 지칠 때, 학교에서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오살힘’은 무엇인가요?

저의 ‘오살힘’은 단연 '학교 맛집'이에요! 

수업 중에는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머리가 복잡하다가도 점심시간이 다가오면 친구들과 “오늘은 뭐 먹지?”를 고민하느라 온 신경이 메뉴로 옮겨가거든요. 메뉴를 고르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동안만큼은 눈앞의 즐거움에만 집중하게 되고 맛있는 한 끼를 먹고 나면 몸도 마음도 금세 풀리죠. 

특히 학교 안에 있는 부리토집 ‘치미치미’를 정말 좋아해요. 부리토 속 밥을 감자로 바꿀 수 있는데, 지금 이야기하면서도 침이 고일 정도예요 (웃음).

배달을 시킬 때는 친구들과 새로운 곳을 하나씩 도장 깨기도 해요. 메뉴를 고를 때만큼은 제가 ‘메뉴 셀렉터 박사 🧐’가 된답니다.


Q3. 그 ‘오살힘’과 관련해 유독 기억에 남는 학교생활 에피소드가 있나요?

지난 1학기, 시험공부와 공모전 준비가 한꺼번에 겹쳐 유난히 스트레스를 받던 날이 있었어요. 해야 할 일은 쌓여 있는데 ‘이걸 다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조급함에 공복까지 겹치니 더욱 예민해지더라고요.

그런데 점심으로 부리토를 한입 먹자마자 “그래, 이거 먹기 위해서라도 학교 다녀야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날 저녁에는 간식으로 소금빵 네 개까지 순삭했고요. 


해야 할 일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먹는 동안만큼은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걱정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었어요.


"수업은 빨리 끝났으면 좋겠는데, 집에는 천천히 가고 싶어요."



이솔미 (숙명여자대학교 교육학과 25학번) | '오살힘' : 학교 분위기

Q1. 학교생활에서 가장 지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연강이 있는 날이 가장 지쳐요. 

한 수업이 끝나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바로 다음 수업을 들어야 하잖아요. 마지막 수업쯤에는 집중력도 체력도 거의 남아 있지 않아서 ‘오늘은 언제 끝나지?’라는 생각만 하게 돼요.

원래 대학생활보다 종강을 더 좋아하는 편인데, 연강이 있는 날마다 그 마음이 더 확실해지는 것 같아요 (웃음).

Q2. 그렇게 지칠 때, 학교에서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오살힘’은 무엇인가요?

저의 '오살힘'은 수업이 끝난 뒤 마주하는 학교 안팎의 분위기예요. 

특히 날씨가 맑은 날 캠퍼스 풍경을 바라보고, 가게와 사람들로 활기찬 거리를 천천히 걷다 보면 연강으로 지친 기분이 조금씩 풀려요. 그래서 수업이 이어져도 ‘끝나면 천천히 걸어야지’라고 생각하며 버티는 것 같아요. 집에 가는 길에 상가에 들러 간식 하나까지 사면 그날의 피로도 조금은 가시고요. 

학교는 빨리 끝났으면 좋겠는데, 막상 학교를 나서는 길은 천천히 걷고 싶어요 (웃음).



Q3. 그 ‘오살힘’과 관련해 유독 기억에 남는 학교생활 에피소드가 있나요?

종강을 앞둔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곧장 집으로 가지 않고 캠퍼스 풍경을 구경하며 천천히 걸었어요. 

날씨도 맑았고, 학교 주변 거리에는 사람들과 가게들이 만들어내는 활기가 느껴졌어요. 그 분위기를 따라 맛집과 디저트 가게를 둘러보다가 먹고 싶은 디저트도 하나 사서 집에 갔고요.

특별한 일정이 있었던 날은 아니지만, 학교 안팎의 풍경을 천천히 바라보고 간식을 고르는 평범한 시간이 저에게는 작은 힐링이었어요. 대학생활보다 종강을 더 기다리는 저도 그날의 학교 분위기만큼은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학교 가기 싫었던 날, 체크셔츠가 저를 깨웠어요."


이서연 (가명) (가천대학교 행정학과 24학번) | '오살힘' : 좋아하는 옷

Q1. 학교 생활에서 가장 지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저는 학교에 가는 길이 가장 지쳐요. 

보통 수업을 빨리 듣고 집에 가고 싶은 편이라 1교시 수업을 거의 잡거든요. 독특하죠? (웃음)

그렇다보니 등교 시간이 출근길과 겹치는 데다, 학교에 가려면 두 번이나 환승해야 해요. 가는 내내 앉지도 못한 채 학교에 도착하면, 수업이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지쳐 있는 것 같아요.


Q2. 그런 생각으로 지칠 때, 학교에서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오살힘’은 무엇인가요?

저의 ‘오살힘’은 제가 좋아하는 옷인 것 같아요. 좋아하는 옷을 입고 학교에 가면, 그저 제 만족일 뿐인데도 기분이 좋아져서 지치는 등굣길을 조금은 버틸 수 있어요.

Q3. 그 ‘오살힘’과 관련해 유독 기억에 남는 학교생활 에피소드가 있나요?

지난 1학기에 체크셔츠를 한 벌 샀어요. 저는 문과생이지만 흔히 ‘공대생 룩’이라고 불리는 체크셔츠를 좋아해서 여러 벌 사 모으는 편이에요.

당시 가장 늦게 시작하는 수업도 오전 10시였고, 넘쳐나는 팀플과 과제로 바쁘게 학교를 다니다 보니 학교생활이 유난히 지치는 때였어요.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학교에 가기 싫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는데, 마음에 드는 체크셔츠를 산 날에는 “내일 저거 입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다음 날에는 왠지 모르게 눈이 번쩍 떠지더라고요. 심지어 평소에는 화장도 잘하지 않았는데, 그날은 화장까지 했어요 (ㅎㅎ).



세 사람의 ‘오살힘’이 학교생활의 어려움을 없애준 것은 아니다. 공모전과 시험은 여전히 버겁고, 연강은 길고, 아침잠은 쉽게 달아나지 않는다. 그래도 맛있는 점심을 기다리고, 좋아하는 풍경 속을 천천히 걷고, 입고 싶은 옷을 골라 입는 동안에는 다시 하루를 이어갈 여유가 생겼다.

어쩌면 ‘오살힘’은 학교를 좋아하게 만드는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 지친 학교생활을 하루씩 이어가게 하는 사소한 즐거움에 가깝다. 이번 학기가 벌써 버거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대단한 목표부터 세우지 않아도 괜찮다. 

길고 지치는 하루를 조금 기대하게 만들 이유 하나면 충분하니까.

이번 학기, 나의 학교생활을 버티게 해줄 ‘오살힘’은 무엇일까?
#개강#종강#오살힘#지침#힘듦#학교생활
댓글 0
닉네임
비슷한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