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우리는 왜 어린 시절의 것을 다시 좋아하게 될까?
지나간 시간이 지금 나의 취향이 되기까지
요즘 SNS를 보다 보면 향수를 자극하는 반가운 것들이 다시 눈에 들어옵니다.
빈티지 카메라로 찍은 사진, 저화질의 캠코더 영상, CD와 LP, 한때 좋아했던 캐릭터까지.
어린 시절에는 우리의 일상이었고, 너무 흔해서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입니다.
인스타그램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다시 찾아야 하는 것이 되었어요.
중고거래 앱에서 오래된 디지털카메라나 필름카메라를 검색하고, 일부러 화질이 낮은 카메라를 찾아보기도 하죠. 구제샵에서 옛날 패션 아이템을 구매하거나, 어린 시절 좋아했던 캐릭터의 굿즈를 다시 사는 사람들도 많아졌어요.
어린 시절 우리의 일상이었던 물건들이 구하기 어려워진 지금 오히려 비싼 금액을 지불해서라도 갖고 싶어합니다.
대학생들은 왜 옛것들을 다시 찾는 걸까요?
단순히 유행인 줄 알았는데, 사실 추억이었다

“디카가 유행하길래 한번 써보고 싶어서 처음에 중고거래 앱으로 찾아봤어. 그런데 집에 혹시 있나 싶어서 찾아보니까 부모님이 예전에 쓰시던 디카들이 있더라고. 한동안 서랍에 방치되어 있던 건데 꺼내서 배터리를 넣어보니 아직 작동하더라. 그 카메라에 어릴 때 찍었던 사진도 아직 있었는데 그걸 보니까 괜히 뭔가 싱숭생숭해지기도 하고 오랜만에 보는데 너무 재밌더라. 지금은 새로 사기보다 오히려 그 카메라를 계속 쓰고 있어. 그냥 유행하는 물건을 갖고 싶었던 건데, 생각해 보니 어릴 때의 기억까지 같이 찾은 것 같아.” [23살 / 푸🍯 / 영어영문학과]
“요즘은 SNS를 조금만 봐도 계속 새로운 게 나오잖아. 어떤 옷이 유행하면 그 패션으로 입어야 할 것 같고, 새로운 카메라나 새로운 스타일이 나오면 또 따라가게 되고. 처음에는 재미있는데 계속 새로운 걸 쫓다보면 어느 순간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오히려 예전에 좋아했던 것들을 다시 찾아보게 되었어.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라 편하기도 하고, 남들이 새롭게 좋아하기 전부터 내가 알고 있던 거라 좋았어. 유행을 따라가기보다는 내가 좋아했던 것을 다시 찾는 게 오히려 나만의 취향을 찾는 방법처럼 느껴졌어.” [21살 / 풀소녀🌿 / 국어국문학과]
“필름카메라 처음 썼을 때는 사진을 찍고 바로 확인할 수 없다는 게 진짜 불편했어. 폰으로 찍으면 마음에 안 들면 바로 지우고 다시 찍을 수 있는데 필카는 한 장을 찍으면 결과를 기다려야 하잖아. 필름값도 비싸고.. 그런데 사용하다 보니까 그게 오히려 재미있더라. 사진을 찍을 때 결과를 미리 알 수 없으니까 순간에 더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 나중에 사진을 현상하고 처음 결과물을 확인했을 때 ‘이때 이렇게 찍혔구나’ 하는 재미도 있고, 결과물 확인하기까지 더 설레면서 기다리게 되는 것 같아. 요즘엔 모든 걸 바로 확인할 수 있는데, 오히려 조금 기다려야 하는 과정이 특별하게 느껴져.” [23살 / 해피바이러스😃 / 전자공학과]
“유행하는 것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정말 좋아해서 하는 건지, 사람들이 많이 하니까 하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어. 그래서 한동안은 일부러 유행하는 것보다 제가 예전부터 좋아했던 것들을 찾아봤어. 어릴 때 좋아했던 캐릭터나 옷, 사진 같은 것들을 다시 보다 보니까 ‘나는 이런 걸 좋아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 지금의 취향도 결국 과거의 내가 좋아했던 것에서 이어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그래서 요즘은 남들이 좋아하는 걸 따라가기보다 내가 오래 좋아할 수 있는 게 뭔지 찾아보려고 해.” [21살 / 스펀지밥🧽 / 영화예술학과]
“부모님 대학생 때 사진을 우연히 보게 됐는데 생각보다 옷을 되게 잘 입으셨더라고. 요즘 스타일이랑 비슷한 스타일도 많았고. 그때는 그냥 오래된 사진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까 지금 봐도 예쁜 옷이나 재미있는 아이템들이 많아서 찾아보게 됐어. 그래서 부모님 옷장을 구경하기도 하고, 비슷한 스타일을 빈티지숍에서 찾기도 해. 내가 살았던 시대는 아니지만 사진을 보면서 그때의 분위기를 상상하는 게 재미있었어. 괜히 내가 아련해지기도 하고. 신기하게도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시대인데도 그 시절이 조금 그리운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24살 / 풍선소년🎈/ 사회복지학과]
“부모님이 대학생 때 듣던 노래를 우연히 같이 들은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았어. 제가 그 시대를 실제로 살아본 것도 아니고, 그때는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이상하게 노래를 들으면 몽글몽글한 기분이 들더라고. 요즘 노래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풍기기도 하고, 부모님이 그 노래를 들으면서 대학 생활을 했다는 걸 알고 나니까 노래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져. 그래서 그 시절 노래를 찾아서 듣기도 하고, 그때 유행했던 영화나 드라마도 찾아봐. 직접 경험한 기억은 아닌데도 그 시대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게 신기해.” [24살 / 온천소녀 🛁 / 사회복지학과]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유행의 시작점에 추억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것들을 다시 찾으면서 단순히 오래된 물건만 꺼내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함께 들어 있던 어린 시절의 기억까지 다시 꺼내 보는 것이죠.

장소를 찾는 게 아니라, 시절을 찾는 중입니다
이런 현상은 어린시절 물건을 다시 사는 데서 끝나지 않아요.
어린 시절의 기억이 남아 있는 장소를 다시 찾아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동묘시장에서 오래된 물건을 구경하며 어린 시절 보았던 물건을 떠올리고, 테크노마트를 다시 방문해 부모님과 함께 전자제품을 구경했던 기억을 되새기기도 합니다.
다방을 자주 다녀본 세대가 아니더라도 부모님의 사진이나 영화·드라마 속에서 보았던 공간을 찾아가며 그 시절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합니다. 오래된 다방을 방문하거나,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했던 캔모아를 다시 찾는 이유도 경험해보지 못한 시절의 향수를 느끼기 위함이죠.
핀터레스트
어쩌면 우리가 다시 찾아가는 것은 그 장소 자체가 아니라 어린 시절 그곳에 있었던 나, 혹은 직접 경험하지 못했던 누군가의 시간을 만나기 위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다시 방문한 장소는 단순한 ‘추억의 공간’을 넘어 지금의 나에게 새로운 취향과 경험이 됩니다.
트렌드는 빠르게 바뀌는데, 왜 일부러 불편한 것을 좋아할까?
요즘 트렌드는 계속해서 빠르게 바뀌고 있죠.
오늘 유행하던 것이 내일이면 새로운 것으로 바뀌고, SNS를 조금만 둘러봐도 새로운 취향과 콘텐츠가 끊임없이 등장합니다.
사진을 바로 확인할 수 없는 필름카메라.
최신 스마트폰보다 화질이 떨어지는 오래된 디카와 캠코더.
음악을 바로 들을 수 있는 스트리밍 대신 직접 소장해야 하는 CD와 LP.

빠르고 편리한 시대에 우리는 굳이 불편한 것을 선택합니다.
어쩌면 그 불편함 속에서 우리가 잊고 있던 재미를 발견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한 장을 찍고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
사진이 잘 나왔는지 바로 확인할 수 없는 순간,
원하는 음악을 찾기 위해 앨범 표지를 살펴보며 CD와 LP를 고르는 과정.
모든 것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시대에는 이런 느린 과정이 오히려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따라가야 하는 일상에 조금 지쳤다면, 우리는 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 것들로 잠시 돌아가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좋아하는 것은 과거일까요, 과거를 재해석한 현재일까?
우리는 정말 과거 자체를 좋아하는 걸까요?
지금의 디카는 과거와 똑같은 방식으로 사용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사진을 남기기 위한 도구였다면, 지금은 특유의 플래시와 색감, 낮은 화질이 하나의 스타일이 되었어요.
CD나 LP도 음악을 듣기 위한 가장 편리한 방법은 아니지만, 직접 고르고 소장하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취향의 영역이 되었죠.
그리고 우리가 그리워하는 과거가 꼭 직접 경험한 과거만은 아닙니다.
내가 직접 경험하지 못했던 시대의 음악이나 패션, 영화, 물건을 좋아하고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2000년대의 음악을 실제 그 시절에 들어보지 않았더라도 그 시대의 음악을 찾아 듣고, 당시의 패션을 따라 입거나, 오래된 영화와 잡지를 찾아보며 그 시대의 분위기를 좋아하기도 하죠.

핀터레스트직접 살아보지 않은 시대를 마치 그리워하는 것처럼 느끼는 ‘간접적인 향수’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내가 직접 경험한 기억이 아니더라도 사진, 음악, 영상, 가족의 이야기, 미디어 등을 통해 과거의 모습을 접하면서 그 시대에 대한 감정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결국 우리가 좋아하는 것은 과거 그 자체라기보다 지금의 내가 바라보고 상상한 과거에 더 가까운지도 모릅니다.
어린 시절의 물건을 다시 꺼내는 것도, 경험하지 못한 시대의 문화를 찾아보는 것도 결국 과거에 지금의 감각을 더하고 있어요.
추억이 취향이 되는 시대
어릴 때 좋아했던 것을 추억하며 다시 좋아하게 되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며 SNS를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되면서 하나의 유행이 됩니다.
그리고 유행으로 시작했던 것이 어느 순간 나만의 취향이 되기도 하죠.
우리가 다시 찾는 것은 오래된 물건이지만, 그 물건을 통해 만나고 싶은 것은 어쩌면 오래 전의 나일지도 모릅니다.
그때의 나를 떠올리고, 그때의 감각을 다시 느끼고, 지금의 나만의 방식으로 그것을 다시 좋아하는 것.
그래서 단순히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가 만나 새로운 취향을 만들어내는 과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린 시절 무엇을 좋아했나요?
그리고 지금은 무엇을 좋아하나요?”
그리고 지금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따라가기 지쳤다면 천천히 지나간 시간을 추억하며 기존의 알고리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취향을 찾아보는 거 어떨까요?
#레트로#추억#말랑이#디카#동묘#취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