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꿀알바는 학원 알바라고?
안녕하세요.
저는 문예창작을 전공하고 있는 4학년 휴학생입니다.
21살때부터 본격적인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제 간단한 일 경력은 다음과 같습니다.
2020년 / 굿윌스토어 매장 관리
2023년 / 컴포즈커피 10개월 근무
2023년 / 뚜레쥬르 3개월 근무
2023년 / 긱스타 PC방 3개월 근무
2024년 / 메가커피 3개월 근무
2025년 / 독서논술학원 1년 이상 근무중

학점이 좋은 것도, 학창시절 성적이 좋은 것도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뽑힐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제가 "문예창작전공"이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논술 학원은 이론적 강의보다 문학 작품 다루기, 글쓰기 및 첨삭 등으로 대부분의 수업을 구성하다보니
아무래도 국어, 문학, 글과 관련된 전공자를 선호하셨던 것 같아요.
나중에 알바몬에 올라오는 공고를 확인하니
국어국문, 문예창작 관련 전공자 환영이라는 홍보글귀가 있더라고요!
아무튼 운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① 학원 알바, 왜 시작했냐면

저는 적지 않은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지만, 늘 더 나은(돈 많이 주고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으며 쉬는 시간 많은) 일을 꿈꿔왔어요.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과외나 학원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혈혈단신으로 일터에 가서 음식 냄새 한 점 없이 일을 마치는 친구들을 보며
나도 저렇게 땀 흘리지 않는 고고한 일을 해봐야겠다...
라고 다짐하게 되었어요.
저는 순문학을 쓰고 싶었고, 선생님이 하는 일과는 성격상 잘 맞지 않아 처음부터 조교로 지원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이 일이 진로 결정에 영향을 미칠거라는 생각을 못했거든요
하지만! 휴학을 하고 일을 하면서 이 알바는 제 진로고민에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답니다 ^_^
② 그래서 무슨 일을 하는데?

채점기계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복사하기, 출력하기, 책 정리하기, 학생 출결 확인하기…
물론 이런 업무도 있지만 제가 실제로 맡았던 업무는 조금 달랐습니다.
직접 수업을 하는 선생님이 될 수도 (아이들 독서시간 관리 감독)
학생들의 독서 이력을 관리하고, 독후 활동을 확인하고, 글을 첨삭하고, 수업 자료를 정리하는 조교 선생님이 될 수도 있어요. 바쁜 정도에 따라 학원 블로그에 올라갈 콘텐츠를 만들기도 했고 카드뉴스나 홍보물을 제작하기도 했어요. SNS 홍보용, 학부모 배포용 등등 꽤 막중한 임무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자연스럽게 글쓰기, 콘텐츠 제작, 문서 작성, 자료 정리 같은 업무를 경험하게 되었어요.
평소에 끄적거렸던 글과 실제 사람들이 읽는 콘텐츠를 만드는 건 생각보다 많이 다르더라고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과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한 글’을 쓰는 것.
그 차이를 조금씩 배워나간 것 같아요.
기획과 마케팅을 꿈꾸게 된 지금 시점에서는 모든 과정이 다 운명같군요.
③ 솔직히 꿀알바 맞아?

진짜 솔직하게 말씀드립니다.
시급: 11,000원 받고 10개월 일한 뒤 2,000원 인상
업무 강도: 하필 내가 고참 선생님일 때 학원에서 새 브랜드를 런칭해서 거기 담당 선생님이 되었음. 본인 매일매일 초등학생들한테 떠들지말고 책 읽으라고 화냄😡
근무 환경: 우리 학원은 시간 외 근무(주마다 자료 제작)가 있음. 그것만 빼면 하는 만큼 받는 것 같음. 원장님께서 도넛🍩이나 맛있는 음료🥤 같은 것들을 잘 챙겨주심. 점심시간도 잘 확보하면 경의숲산책길 맛집탐방👅🔎 가능함.
장단점: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대학생들로 이루어져 있음. 이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나이대가 비슷하다는 말과 같아서 큰 장단점이 될 수 있는 부분. 또한 업무 강도와 퀄리티에 따라 시급 차이가 많이 남.
④ 예체능 전공이랑 무슨 상관인데?

보시다시피 저는 폐급 알바생이었답니다
문예창작 전공자가 이 알바를 하며 전공을 활용한 과정은 당연히 '아이들 글 봐주기' 정도겠죠?
혹은 질문이 들어오는 책 소개해주기?
하지만 유익한 시간임은 분명해요.
정해진 답에 동그라미만 치고, 그런 답안지가 밀려들어오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아이들의 소소하고 자유로운 창의성, 상상력을 엿보는 과정이 즐거워요.
아쉬운 부분에 직접 피드백을 줄 수도 있고요.
저는 취업정병에 걸린 친구들, 힘든 대학생들을 위로하고자 이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러니 나는 (전공때문에) 일 구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라는 우울한 생각 말고 다들 힘을 내봐요!
아무리 폐급 알바생 임주란이었다고 해도
초등학생들에게는 불안과 용기의 뜻을 설명해주고, 마음을 북돋아줄 수 있는 어른이랍니다.
⑤ 1년 해보니, 알바가 경력이 됐다

처음에는 그냥 돈 벌려고 시작한 알바였습니다.
그런데 1년 넘게 일하다 보니 조교에서 수업 선생님으로 역할이 넓어졌고,
글 첨삭부터 수업 자료 제작, 블로그 콘텐츠, 카드뉴스와 홍보물 제작까지 맡게 됐습니다.
저는 문예창작 전공자로서 글을 쓰고, 읽고, 고치는 일을 실제 업무로 경험해볼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컸어요.
콘텐츠와 맞닿아있는 업무가 많았기도 하고요.
돌이켜보면 이 알바가 제게는 꽤 괜찮은 첫 경력이 된 셈입니다.
⑥ 그래서 추천하냐고?

저는 추천합니다. 단, 사람을 좀 탑니다.
글쓰기나 독서,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생각보다 전공을 활용할 일이 많습니다.
특히 저처럼 예체능 전공이라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알바가 많지 않다고 느꼈다면, 학원 알바도 선택지에 넣어보세요.
다만 '꿀알바'라는 말만 믿고 들어가지는 마시길...
학원마다 업무 범위와 분위기가 정말 다르고,
수업 외 업무가 얼마나 있는지, 시급에 포함되지 않는 업무는 없는지 미리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처음에는 '편하게 돈이나 벌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어쩌다 보니 1년 뒤에는
알바로 진로를 찾고, 알바가 경력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니까 결론은,
진짜 꿀알바냐고요?
음…… 저한테는 꽤 달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