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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약속있어." 누구랑? "나랑!"

혼놀을 통해 나를 이해하는 시간

#0 처음부터 혼놀을 즐겼던 건 아니다


약속된 일정이 없는 날, 계획 없이 집에서 쉴 수도 있지만 나는 네이버 지도를 키고, 즐겨찾기 해두었던 장소 목록을 뒤적거린다. 그리고 혼자 밖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막대한 양의 즐겨찾기 장소 목록

우선 이 식당을 갔다가북 카페에 가야겠다그리고 저녁엔 이번에 개봉한 영화를 봐야지.’
 
사실, 원래부터 혼자 노는 것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작년까지 나는 약속이 없다면 절대 집에서 나오지 않고 하루 종일 집에만 있어도 답답함을 느끼지 않던 굉장한 집순이였다. 
밖에서 밥을 먹거나 영화를 보는 일도, 굳이 혼자 할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일이 없는 날이면 혼자 어디를 갈지, 뭘 먹을지 고민하며 설레게 된다. 
 

그렇다면, 어쩌다 나는 혼놀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을까?



#1  혼놀, 뭐가 좋은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입학하니, 훨씬 많은 선택지와 자유를 얻게 되었다.
어떤 수업을 들을지, 수업에 갈지 말지, 동아리나 대외 활동을 할지, 한다면 어떤 분야를 선택할지까지.
스스로 결정해야만 하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그런데, 정작 내가 어떤 것을 원하는지 제대로 답할 수 없었다.
나는 내가 놀랍도록 내게 무관심했음을 깨달았고, 만족스러운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히 아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타인을 알고 이해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듯이, 나 자신을 알아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내가 어떤 사람인지 머리로 고민하는 것 만으로는 나를 충분히 알기 어려웠다.

결국 나를 알아가기 위해서는 직접 부딪히며 경험하고 선택하는 과정 속에서 나의 감정과 반응을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런 맥락에서 '혼놀'은 꽤 좋은 자기 탐색의 수단이 되어 주었다.
혼자 돌아다닐 때는 타인의 선택과 취향에 맞추지 않고, 오롯이 나의 선호를 따라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을 먹을지, 어디에 갈지, 무엇을 구경할지 모든 선택을 스스로 내려야 한다.

조금 즉흥적이어도 괜찮다. 식당에 예정보다 늦게 도착해도 되고, 갑자기 메뉴가 당기지 않으면 바로 옆 식당에 무작정 들어갈 수도 있다. 누구의 일정에도 맞출 필요 없이 그 순간의 내가 원하는 것을 따라가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사소한 선택이 쌓이면 '나'에 대한 데이터가 생긴다.

'즉흥적으로 돌아다니는 것 보다는 미리 계획을 세우는 게 마음이 편하네.'
‘나는 단 음료를 좋아하지만, 커피는 크림이 올라간 라떼보다 맑은 아메리카노가 더 좋은 것 같아'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그 안에서 스스로 내린 결정이 쌓일수록 나는 나에 대해서 더 잘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쌓인 나에 대한 데이터들은 어떤 결정을 해야 할 때마다 좋은 기준점의 기능을 해주었다.
 
나는 혼놀의 재미를 여기에서 찾았다.

아무도 대신 결정해주지 않는 시간 속에서 몰랐던 나를 발견하는 것.
그리고 그렇게 나를 조금 더 잘 대해줄 수 있게 되고,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그래서 만약 자신에 대해 알고 싶다면, 혼자 돌아다녀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2 혼놀 가이드

 

가끔 혼자 노는 게 취미라고 하면
“혼자 돌아다니면 뭐해?”
 혹은,
“혼자 다니면 심심하지 않아?”
 
하고 물어보는 친구들이 있다.
 
혼밥(혼자 밥먹기)을 하거나 혼영(혼자 영화보기)을 하는 등, 혼자 돌아다니는 것에 지레 겁을 먹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한 번 혼자 시간을 보내본다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생각이 들고 그 시간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혼자 노는 것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필자가 직접 방문했던 부담 없이 혼자 가기 좋은 장소들을 추천해 보고자 한다.
 

1. 서점/도서관

 
처음에는 마음이 가는 대로 집어보자. SF소설, 에세이, 뭐든 좋다. 
혹시 항상 비슷한 느낌의 책에만 손이 가고 책 편식을 하게 되는가?
그래도 괜찮다. 
자신의 취향에 대해 파고들어 볼 수 있는 단서니까.
다만, 그런 결의 책이 왜 좋은지는 잠깐 생각해 보면 좋겠다. 

그리고 관심을 가져본 적 없는 생소한 분야의 책도 한 번쯤 찍먹해 본다면 도움이 된다. 
필자는 예체능 전공으로 과학과는 거리가 멀지만, 우연히 생물학에 관한 책을 접했다가 해당 내용에 흥미를 느꼈던 적이 있다. 
이처럼 때로는 새로운 분야를 접하며 나도 몰랐던 나를 알게 될 수도 있다! 
 
📍여의도브라이튼도서관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39

출처: 영등포문화재단 홈페이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설이 깨끗하다. 
오후에 가면 앉을 자리가 거의 없기 때문에, 아침 일찍 가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노트북 대여가 되니, 노트북을 사용할 일이 있다면 짐을 무겁게 챙기지 말고 도서관에서 대여해 사용하는 것도 좋겠다.
 출처: 영등포문화재단 홈페이지
청음을 할 수 있는 자리도 있다. 여유롭게 음악을 들으며 독서를 할 수 있다.
다만 자리가 잘 나지 않기 때문에, 이용하고 싶다면 아침 일찍 가는 게 좋을 것이다. 
 
주변 혼놀 코스 추천
근처에 '더현대서울'이 있으니 함께 가보는 것도 좋다. 
백화점에는 옷 가게, 식당, 팝업 스토어 등이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매장들을 마구 구경하며 어떤 것에 눈길이 가는지 확인해보기 용이하다.
 

2. LP카페/바

 
턴 테이블에 직접 LP를 올리고, 헤드셋을 쓴 채 음악은 평소에 듣던 것 보다 어쩐지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LP가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취향에 맞을지 모르니 한 번 경험해 본다면 좋을 것 같다. 
 
📍와니타음악감상실 성수 
서울특별시 성동구 연무장17길 5 3.5층


1인 문화비를 지불하면 LP와 청음실 이용이 가능하다. 
턴 테이블을 이용해 본 적 없더라도 직원분께서 사용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신다.
 

어떤 음반인지 설명이 붙어있는 LP도 있고, LP와 함께 읽기 좋은 추천 도서까지 함께 배치되어 있어서 혼자 가도 심심할 새 없이 즐길 수 있다.
조명이 은은하게 켜져 있고 각자 청음에 집중하는 분위기라, 혼자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기에도 좋은 공간이다. 
주변 혼놀 코스 추천
성수동은 굳이 어느 곳을 콕 집어 말할 것 없이 사방에 구경거리가 많다. ‘브랜디멜빌’, ‘섭듀드’, ‘뉴뉴 성수점’, ‘무신사 스탠다드 성수점’ 등, 거리에 연이어 있는 옷 가게들을 찬찬히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POINT of VIEW SEOUL’이라는 소품샵에 가보는 것도 추천한다. 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규모가 있는 소품샵인데, 예쁘게 꾸며져 있어서 구경을 하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3. DVD 감상실


📍충무로영상센터 오재미동
서울 중구 퇴계로 214 충무로역사 지하1층
 

충무로 역 안에 있는 영상센터이다. 최대 2인까지 이용할 수 있는 상영 공간이 5개 있다. 
조용히 영화에 집중하기 좋다.
ID당 영화는 하루 한 편만 시청 가능하다.

DVD시청 외에, 컴퓨터로 OTT를 시청하거나 배치되어있는 도서를 읽을 수도 있다. 
시간이 빌 때 잠시 들러 이용하기에도 좋다. 
주변 혼놀 코스 추천
4호선을 타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까지 한 정거장 가면,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뮤지엄에서는 전시를 볼 수 있고, 건물 내에 식당, 카페, 팝업 스토어 등이 함께 있어 구경거리가 많다.
 

4. 전시


📍서울공예박물관
서울 종로구 율곡로3길 4
권순형 기증특별전시-색유만개
시기마다 다른 전시를 무료로 볼 수 있다.
가장 최근에는 권순형 기증특별전시가 있었고, 현재는 전시 1동, 2동이 휴관 중이다. 
9월 1일부터 서울시 유리지 공예상 기념전이 예정되어 있다고 하니, 시기를 맞추어 방문해 보는 것도 좋겠다. 

출처: 서울공예박물관 홈페이지전시1동 1층에 있는 혜윰공방(공예 도서실)도 함께 이용하기 좋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서울 종로구 삼청로 30
데이미언 허스트전
대학생 혹은 만 24세 이하라면 무료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현재는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를 포함해 총 5개의 전시가 진행중이다.

서울공예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은 모두 안국역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 외에도 안국역 부근에 전시 공간이 많이 있기 때문에 돌아다니면서 눈길이 가는 곳이 있다면 구경해보는 것도 좋겠다. 
주변 혼놀 코스 추천

안국역 근처의 ‘전통주 갤러리’에서 매달 전통주 시음회를 진행한다. 미리 예약을 하면 시음회에 참여할 수 있고, 시음을 하지 않더라도 여러 전통주를 구경하기 좋다. 
또한 건물 내부에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휴게존이 있기 때문에 돌아다니다 지치면 잠깐 앉아서 쉬다 가기도 좋은 곳이다. 


이렇게 자주 가는 혼놀 플레이스들을 탈탈 털어보았다.
혼자 가도 부담이 없는 장소들이니, 이 중 관심이 가는 곳이 있다면 꼭 방문해 보길 바란다!



#3 이 글을 읽는 모두가 혼놀의 달인이 되는 그날까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혼자 식당을 가거나, 혼자 무언가를 하는 것을 어색하고 민망하게 느끼는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은 더 이상 이상한 일이 아니다. 혼자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전시를 보는 일이 어느새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혼자 보내는 시간을 꼭 외로움과 연관 지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타인에게 맞추거나,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번 주말에는 누군가와 약속을 잡는 대신,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는 게 어떨까?


 
 

#대학생#혼놀#자기이해#자아탐색#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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