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올가을, 직관 한 번 어때?
시작은 별거 없었는데, 어느새 이렇게 됐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푹푹 찌더니, 이번 주부터 슬슬 선선해지고 있다. 날씨만 바뀌는 게 아니다. 스포츠 캘린더도 지금 딱 전환점이다.
KBO리그는 팀당 144경기 중 100경기 안팎을 소화하며 순위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K리그도 월드컵 브레이크를 끝내고 재개돼 다시 달아오르는 중이다. 9월 나고야·아이치 아시안게임이 지나고 나면, 10월엔 본격적으로 시즌이 맞물린다. KBO는 가을야구가 시작되고, K리그는 파이널라운드에 돌입하고, KBL(농구)과 V리그(배구)는 나란히 새 시즌이 개막한다. 날은 직관하기 좋아지고, 축구·야구는 순위 싸움이 더 뜨거워지고, 농구·배구는 새 시즌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기대감이 커지는 시기. 최근 여러 종목의 인기가 같이 오르면서 직관 수요도 덩달아 늘고 있다.
그런데 주변을 보면 관심은 있어도 막상 못 가본 사람들이 꽤 많다. 규칙을 잘 몰라서, 혼자 가기는 애매해서, 이미 오래 다닌 사람들만의 영역 같아서.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망설이는 지점은 비슷하다. 사실 직관은 그런 것 하나 없이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는데 말이다. 지금이야말로 그런 사람들이 직관을 시도해보기 딱 좋은 타이밍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일단 가봐야 하는 이유
직관은 생각보다 쓸모가 많다. 소리 지르고 응원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건 기본이고, 몇 시간 동안 휴대폰 대신 눈앞의 경기에만 집중하게 된다. 같은 팀을 응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느끼는 소속감도 있다. 실제로 프로스포츠 관람객의 몰입 경험이 심리적 만족감과 행복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냥 재밌어서 가는 거지만, 알고 보면 이유가 다 있는 셈이다.
시작은 별거 없었다
군대에서 첫 휴가로 한국시리즈를 보러간 야친자직관을 시작한 데는 별다른 계기가 없었다. 그냥 사는 곳과 아버지 취향을 따라간 것뿐이었다. 내 고향 광주는 야구의 도시다. 그러다 보니 기아 경기를 보러 다니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축구는 조금 다른 이유로 가까웠다. 아버지가 축구를 좋아하셨고, 나도 중학교 3학년까지 직접 축구선수로 뛰었으니 어쩌면 당연했다. 그렇게 야구와 축구, 두 종목이 나란히 내 인생의 메인이 됐다. 2009년 무등경기장에서 본 KIA의 우승 시즌도 어렴풋이 기억나고, 2015년에는 시즌권을 끊고 전주로 전북현대의 거의 모든 경기를 보러가기도 했다.
2015년의 전주성, 초등학교 6학년 때..대학에 와서는 농구부 친구들과 가까워지면서 농구장도 자연스레 드나들게 됐다. 지금은 여기에 배구, 쇼트트랙, F1까지 더해 프로 직관러가 됐다. 시작은 별거 없었는데, 어느새 이렇게까지 와버렸다.
대학농구를 시작으로, 이제는 KBL까지 보러 다니게 되었다.오른쪽 사진은 SK 나이츠에서 활약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내 동기 안성우 선수
나만 이런가 싶어서, 경력이 다른 직관러 네 명에게 물었다.
직관러 1. fc서울 직관 경력 10년 이상
직관러 2. 수원삼성 직관 경력 10년 이상
직관러 3. 키움 히어로즈 직관 1년차
직관러 4. SK나이츠 직관 16년차
*가독성을 위해 직관러 1을 서울, 직관러 2를 수원, 직관러 3을 키움, 직관러 4를 SK로 지칭한다.
1. 자주 직관 가는 종목은 무엇이고, 본지는 얼마나 됐나요?
서울: 축구보러 상암을 자주갑니다. 10년은 넘은 것 같네요.
수원: 축구를 자주 보러가고, 꾸준히 다닌지는 10년 이상 되었습니다.
키움: KBO(야구)를 제일 많이 보고, 이번 2026 시즌부터 관심을 가지고 보기 시작했으니 이제 약 6개월 정도 봤습니다!
SK: 농구(KBL) 팬이고, 2010-2011시즌부터 보기 시작했습니다.
2. 언제 처음 직관을 갔고, 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서울: 초등학교 때 축구교실에서 FC서울 시즌권을 줘서, 주말에 자주 보러갔었습니다.
수원: 초등학생 때로 기억하고, 좋아하는 팀(수원삼성)이 생겨서 가게 되었습니다.
키움: 첫 직관은 오랜 키움팬인 남자친구를 따라 작년 9월에 갔던 키움vsSSG 경기였습니다! 그 당시에 저는 야구팬이 아니었는데, 가을 야구를 못가는 키움의 25시즌 마지막 경기에는 직접 가고싶다는 남자친구를 따라 처음으로 야구장으로 향했답니다.
SK: 2010년, 학교에서 배부한 서울 삼성 무료표로 처음 직관을 가봤고, 이후 T멤버십 무료표를 활용하여 SK나이츠 직관을 갔습니다.
3. 처음 갔을 때도 이렇게 오래 다니게 될 줄 알았나요? (키움 제외)
서울: 어렸을땐 사실 팬심보다도 그냥 축구가 재밌어서 갔던거라 별생각 없었는데 어느 순간 팀에 애정이 붙었고, 그때부터는 오래 다닐 것 같았습니다.
수원: 처음 경기장에 들어서자마자 확신했습니다.
수원의 심장 빅버드,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헤어나올 수 없습니다.SK: 그땐 너무 어릴 때여서 아무런 생각이 없었습니다. 2012년 즈음 이벤트에 잘 당첨돼서 선수들 싸인도 받고, 팀도 우승을 하며 충성심이 높아진 것 같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더 열심히 다니게 된 것 같습니다.
4. 앞으로도 계속 꾸준하게 다닐 것 같나요?
서울: 서울은 오늘도 승리를 향해 전진 전진 하리라~
수원: 당연. 합니다.
키움: 네! 첫 직관 이후에 키움이라는 팀과 야구에 관심이 생겨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꼴로 직관을 다니는데, 앞으로도 이렇게 (혹시나 앞으로 저희 팀 성적이 좋아진다면 더 자주ㅎㅎ) 직관 다니며 취미 생활을 즐길 것 같습니다.
SK: 좋아하는 선수가 다른 팀으로 옮겨서 이전만큼 자주 가지는 않지만, 집과 가장 가까운 구장이라 종종 가긴 할 것 같습니다.
5. 처음 직관 갔을 때랑 최근에 직관 갔을 때랑 달라진 점이 있나요? 있다면 어떤 점인가요?
서울: 어릴땐 주로 사이드에서 봤는데, 이젠 응원석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또, 각 팀의 팬 문화나 응원가, 라이벌리 같은 것들을 예전보다 인터넷으로 쉽게 접할 수 있다보니 더 재밌고 몰입도 잘 되는거 같아요.
수원: 처음 직관갔을때는 경기장에 관중이 그리 많지 않았는데 요즘은 확실히 관중 수가 많이 늘어난게 체감이 됩니다.
키움: 아무래도 경기 현장에 완전히 녹아들었다는 점 아닐까 싶어요. 첫 직관 때는 응원가는 커녕 선수이름도 잘 모르고 야구룰도 잘 몰라서 하염없이 응원배트만 흔들고 있었는데, 이제는 선수별로 응원가를 안무까지 마스터해서 응원하기도 하고, 답답한 플레이가 이어질 땐 화도 좀 내보고, 경기 분위기에 실시간으로 울고 웃고 하는 등 감정의 기복도 많아진 것 같습니다ㅎㅎ
SK: 예전에는 무료표도 많이 있었는데 요즘은 일반 티켓도 잡기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그만큼 농구 인기가 올라간 것이 뿌듯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서운하기도 하네요.
6. 아직 직관 경험이 없는 친구에게 해주고 싶은 말
서울: TV속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현장의 열기와 선수들의 투지를 보고 느끼다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나도 더 뜨겁게 살아야겠다는 동기부여도 돼요. 갈수록 개인화되는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한 목소리로 승리를 외치는 경험은 정말 소중하고 강렬하니 직관 꼭 해보세요!
수원: 축구는 진지한 스포츠이기에 스토리에 몰입하며 봐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키움: “즐기지 못해도 괜찮으니 일단 느껴.”
SK: 나랑 같이 농놀할래?
다 처음엔 그냥 시작한 거였다. 그 별거 아닌 시작이 누군가에게는 10년 넘는 팬심이 됐고, 누군가에게는 앞으로 10년이 될 팬심의 첫걸음이었다.
지금, 직관 가는 법
거창하게 준비할 필요 없다. 몇 가지만 알아두면 충분하다.
01. 티켓 예매 — 구단 공식 앱이나 티켓링크,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수 있다. 인기 매치업은 예매 오픈과 동시에 매진되기도 하니, 가고 싶은 날짜가 있다면 오픈 시간부터 체크해두자.
티켓링크 예매 화면02. 좌석은 취향대로 — 응원의 열기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응원단이 있는 구역을, 경기 자체에 더욱 집중하고 싶다면 비교적 차분한 구역을 추천한다.(응원단이 있는 구역: 야구는 1루 or 3루 내야석, 축구, 농구는 골대 뒤)
03. 준비물은 최소한으로 — 우비나 방석 정도만 챙겨도 충분하다. 유니폼이나 응원 도구는 없어도 되고, 있으면 그날의 재미가 조금 더해지는 정도다.
04. 규칙을 몰라도 괜찮다 — 옆자리 사람에게 물어봐도 되고, 그냥 분위기만 즐겨도 된다. 규칙은 다니다 보면 자연히 알게 된다.
그래서 무슨 종목부터?
종목마다 매력이 완전히 다르다. 축구, 야구, 농구, 배구를 다 직접 다녀본 입장에서 성향별로 추천해보자면 이렇다.
짜릿한 역전과 심리전을 좋아한다면 → 야구. 9회말 투아웃에도 승부가 뒤집히는 경기를 한 번이라도 보면, 왜 다들 야구 야구 하는지 이해하게 된다. 이닝 사이사이 여유가 있어서, 먹고 마시고 떠들면서 느긋하게 즐기기에도 좋다.
90분 내내 흐름에 몰입하고 싶다면 → 축구. 골이 안 터져도 긴장감이 계속 이어지고, 어렵게 넣은 한 골의 무게가 남다르다.
빠른 공수 전환과 박진감을 원한다면 → 농구. 좁은 코트 안에서 속도감이 그대로 전해지고, 덩크 하나에 경기장 전체가 뒤집힌다.
한 포인트씩 쌓이는 팽팽한 접전을 원한다면 → 배구. 랠리가 길어질수록 몰입감이 커지고, 매치포인트 상황의 긴장감은 다른 종목과 결이 다르다.
완벽한 준비보다, 일단 가보는 것
직관은 결국 표 한 장이면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다.
아버지 손을 잡고 간 하루가 10년 넘는 취미가 될 줄, 그때는 아무도 몰랐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첫 직관도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날도 선선해지고, 여러 종목이 동시에 달아오르는 지금이 딱 좋은 타이밍이다.
아직 안 가봤다면, 이번 시즌엔 한 번쯤 경기장에 가보는 건 어떨까.
그게 10년 뒤 당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대학생#직관#가을야구#KBO#K리그#야구#축구#기아타이거즈#전북현대#수원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