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읽씹 말고 릴씹?
띠링! 릴스만 오고가는 대학생의 소통 방식
"야, 이거 봐"도 생략하는 요즘
친구에게 디엠이 왔습니다.

끝.
"좀 보셈 개웃겨" 도 없고,
"이거 너 아니냐"는 말도 없습니다.
그런데 저도 아무렇지 않게 영상을 봅니다.
웃기면 웃고, 별로면 그냥 넘기면서요.
그리고 며칠 뒤 내가 릴스를 보다가 웃긴 영상을 발견하면?
분명 연락은 하지만 대화는 없고,
읽었는데도 답장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 누구도 서운해하지 않죠.
우리는 언제부터 읽씹 대신 릴씹을 하게 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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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생들의 DM에는 말보다 릴스가 많다
처음 친해진 사람에게는 아무 말 없이 릴스 하나를 보내면 꽤나 난감합니다.
물론 이를 계기로 더 가까워질 수도 있겠죠.
그러나 상대방의 답장을 기다리며 괜히 휴대폰을 한 번 더 확인하게 될 것 같지 않나요?
"갑자기 왜 보내셨지?"
"답장을 해야 하나?"
"이거에 뭐라고 답하지?"
하지만 친한 친구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설명은 필요없죠.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21세, 이 00 씨에게 물었습니다.
"친구에게 아무 말 없이 릴스 하나만 보내본 적 있나요?"
대답은 망설임이 없었습니다.
"그럼요. 친한 친구면 오히려 더 가능하죠. 저는 자주 그러는데요? 아예 릴스만 공유하는 DM방도 있어요!"
릴스만 공유하는 DM방
잠깐 생각해보면 상당히 이상한 이름입니다.
DM은 원래 다이렉트 MESSAGE인데
메시지가 없는 것 아닌가?
대신 이런 것만 있습니다.

이 모든 건 자연스럽죠.
오히려 친한 사이니까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친한 친구'에게 보내는 걸까?
당신은 릴스 중독자이신가요?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릴스를 봅니다.
그중 대부분은 손가락으로 넘기기 바쁘죠.
그러면 아마 수백 개를 보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암튼 그러다 어떤 영상에서는 손가락이 멈춥니다.
"이거 걔가 좋아하겠다."
"이거 완전 우리잖아 ㅋㅋㅋㅋㅋ"

그 순간 공유 버튼을 누릅니다.
20세 대학생, 고00씨 역시 비슷했습니다.
"너무 웃겨서 공유하고 싶거나, 친구도 좋아할 만한 릴스를 보면 친구가 떠오르는 것 같아요. 뭔가 따로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라기보다는요.”
이 말을 듣고 보니 릴스를 보내는 방식이 조금 다르게 보이네요.
우리는 꼭 할 말이 있어서 릴스를 보내는 게 아니라
릴스를 보다가 그냥 친구가 생각이 나서 보내기도 합니다.
그만큼 서로의 취향과 웃음코드를 알고 있기 때문이죠.
"나 너한테 할 말 있어" 말고
"이거 너도 좀 봐봐" 에 가까운 마음인 것입니다.
그런데 그 말마저 생략합니다.
그냥 릴스 하나면 충분하니까요.
답장 대신 릴스를 보낸다고?
그렇다면 릴스를 받은 친구는 어떻게 반응할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쳤넼ㅋㅋㅋㅋ"
"너잖아 완전"
이런 답장을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지0 씨는 릴스가 대화의 시작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조금 다르다고 합니다.
"그걸로 대화가 이어질 떄도 있지만, 보통은 그냥 읽고 넘겼다가 똑같이 릴스를 보내는 것 같아요."
여기서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 답장은 없는데 연락은 계속된다.
그 이유는 릴스를 보낸 사람이 처음부터 답장을 기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도 굳이 답장을 바라지는 않아요. 그리고 상대도 똑같이 릴스를 보내곤 해요. 각자 릴스를 보다가 공유하고 싶은게 생기면 공유하는 거죠."
대화인가 싶으면 대화가 아니고,
대화가 아닌가 싶으면 또 이어지고 있습니다.
답장 대신 다음 릴스가 돌아오기 때문이죠.
그래서 어쩌면 읽씹과는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읽고 답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읽고 다음 릴스를 보내는 것.
릴씹입니다.
그런데 확실한 건 서로의 하루에 계속 무언가를 보내고 있다는 것
친구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밈에 웃는지,
어떤 영상을 보면 좋아할 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친해질수록 대화는 오히려 짧아집니다.
말이 줄어든 자리를 서로에 대한 이해가 채우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는 릴스를 보내는 걸까?
어쩌면 릴스를 보내는 건 거창한 소통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잘 지내?"
라고 묻는 것도 아니고
"보고싶어"
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웃긴 영상을 하나 보내는 것.
근데 그 안에는 친구를 향한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매일 연락하지 않아도,
매일 만나지 않아도,
친구의 하루에 아주 잠깐 들어가 서로의 일상에 작은 흔적을 남기고 오죠.
줄어든 대화의 크기, 마음도?
옛말에는 친한 사이일수록 이야기가 많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우정은 조금 다르죠.
몇 시간 씩 수다 떨지 않아도,
매일 안부를 묻지 않아도
며칠 동안 연락이 없다가도
갑자기 보내는 릴스 하나로 우리는 서로 알고 있습니다.
"얘가 이거 보내는 이유가 있겠지"
어쩌면 친한 사이라는 것은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이인지도 모릅니다.
여백의 미가 있듯이 우정에도 여백이 있습니다.
답장이 없어도 괜찮고
설명이 없어도 괜찮고
그저 릴스 하나만 던져도 괜찮은 우정의 여백
대화의 크기는 점점 작아졌지만, 그 여백을 채우는 애정은 오히려 커졌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친구에게 릴스를 보냅니다.
아무 말도 없이
그 친구라면 알아들을 테니까.
당신은 오늘도 릴씹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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