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우리의 네버랜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안감을 딛고 좋아하는 일을 선택한 대학생 이야기
치열한 입시 경쟁을 치르며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말이 있다.
“대학 가면 너 원하는 거 다 할 수 있어.”


하지만 대학생이 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 취업이라는 또 다른 경쟁이었다. 학회, 대외활동, 인턴… 어느새 우리는 네버랜드를 떠나 어른들의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주위 친구들은 하나둘 스펙을 쌓아가는데, 나만 제자리인 것 같은 불안에 좋아했던 일들을 하나둘씩 포기하는 것. 이런 고민은 결코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오늘은 이런 불안 속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한 두 대학생을 만나보았다.

합창단 | "무언가에 몰입하는 내가 마음에 들었어요."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25학번, 강oo


Q. 합창단 활동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A. 평소에 노래 부르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데, 밴드 보컬이 되기엔 실력이 부족했어요.(웃음) 그런데도 노래는 부르고 싶고, 다같이 노래를 부르는 합창단은 내가 노래를 좀 못해도 받아주겠지 생각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Q. 전공이나 진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이 활동을 계속하는 것이 불안했던 적은 없나요?
A. 합창단 활동에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해서 '이걸 계속 하는게 맞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특히 저번 학기에는 임원진까지 하면서 임원진 회의, 추가 연습 참여까지 자잘자잘하게 신경 쓸 일들이 많아서 더 힘들었습니다.

Q. 그런 고민이 있었음에도 결국 계속하게 만든 것은 무엇이었나요?
A. 역시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인것 같아요. 최근에는 합창단 친구들이 깜짝 생일파티를 열어줬어요. 저 몰래 생일 축하 노래를 준비해서 불러줬는데 너무 행복했습니다.

음... 한 가지 더 꼽자면, 무언가에 몰입하는 내가 마음에 들었어요. 지금까지 무언가에 몰입해서 열심히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신기하게 합창단 활동은 나도 모르는 사이 몰입하고 있더라구요. 추가연습까지 빠지지 않고 참여하려고 한다든지요. 이런 몰입을 할 수 있는 활동을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지금의 선택을 몇 년 뒤 돌아본다면 어떤 기억으로 남을 것 같나요?
A. 가장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합창단 친구들이랑 같이 여행을 가기도 하고, 다양한 대화를 나누면서 그 속에서 제 생각이 깊어지기도 했으니까요. 나를 성장시켜준 큰 계기가 된 소중한 추억으로 남지 않을까요?

Q. 지금 좋아하는 일을 포기할까 고민하는 대학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그 좋아하는 일을 바로 그만두기보다는 그 안에서 배울 점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떤 활동이든 늘 배울 점이 있다고 하잖아요. 
만약에 배울 점을 찾지 못한다 하더라도 '재밌는 것을 했다'는 추억은 남는 거니까 너무 고민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라크로스 | "애니메이션 속 순간이 현실이 되었어요" 

서울대학교 역사교육과 25학번, 정oo

서울대학교 라크로스팀 샤락 인스타그램 제공

Q. 라크로스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라크로스가 조금 생소하실텐데, 쉽게 말해서 긴 스틱으로 공을 패스하면서 상대편 골대에 넣는 스포츠예요. 라크로스는 중학교 때 가고싶은 고등학교의 영어캠프에서 처음 알게 됐습니다. 라크로스가 생소했지만 너무 재미있었어요. 이후 그 고등학교에 합격해서 고등학교 라크로스 동아리부터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네요.

Q. 전공이나 진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이 활동을 계속하는 것이 불안했던 적은 없나요?
A. 고등학교 때부터 쭉 불안했어요. 대학교 입시에도 쓸 수 없었고, 지금은 자소서에 한 줄도 적지 못하니까요. 

Q. 그런 고민이 있었음에도 결국 계속하게 만든 것은 무엇이었나요?
A. 고등학교 때 아주 짜릿한 순간을 경험했던 게 가장 큰 계기예요. 저는 늘 일본 배구 애니메이션 <하이큐!> 처럼 학창시절 열정을 불태우는 스포츠를 하고 싶었는데, 실제로 고등학교 때 애니메이션 같은 순간을 경험했거든요. 중요한 경기 전에 부상을 당했지만, 결국은 그 부상을 이겨내고 멀티골을 넣었습니다. 그 순간이 원동력이 되어서 지금까지 라크로스를 계속 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지금의 선택을 몇 년 뒤 돌아본다면 어떤 기억으로 남을 것 같나요?
A. 잘한 선택이요. 일단 제게 근육을 가져다 준 고마운 운동이구요. (웃음) 그리고 덕분에 라크로스 동아리 부장을 하면서 여러가지 사회성과 행정 능력까지 기를 수 있었으니까요. 지금은 교환학생을 준비하고 있는데, 라크로스가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인기있는 스포츠여서 현지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기에도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Q. 지금 좋아하는 일을 포기할까 고민하는 대학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좋아하는 일을 대학생 때 안 하면 언제 할 수 있을까요? (웃음) 나중에는 돈이나 시간처럼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못할 수도 있으니까 20대 초반 때 할 수 있는 걸 다 해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혹시나 시간이 지나서 지금 좋아하는 것을 안 좋아하게 되더라도, 즐거웠던 경험은 평생 가지고 갈 수 있으니까요.

누군가는 대학생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나이는 성인이지만, 아직 사회에 나올 준비를 하는 단계라고.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준비한다. 스펙을 쌓고, 취업을 준비하고,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달린다.혹시 나만 홀로 뒤처지는 것 같아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려 한다면, 잠시 멈춰도 괜찮다.

어쩌면 지금까지 함께해 온 네버랜드가 마지막으로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니까.
#대학생#동아리#스펙#불안#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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