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대체 어디가 귀여운 건데?

요즘 20대가 빠진 ‘못생긴 캐릭터’
동그란 얼굴에 큰 눈, 반듯하고 사랑스러운 모습만이 귀여운 캐릭터의 전부였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좀 다르다. 어딘가 삐뚤고, 엉성하고, 심지어 이상하기까지 한 캐릭터에도 사람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그런데 이상하다. 도대체 어디가 귀여운 걸까?

그래서 정형화된 귀여움과는 거리가 먼 얼굴로 오히려 팬덤을 넓혀가는 이 캐릭터들을 정말로 좋아하는 대학생 세 명을 직접 만나 물어봤다.

“대체 어디가 귀여운 건데?”



"이빨 개수 세다가 정들었어요"

박도윤, 홍익대학교 24학번 - 퍼글러


처음 이 캐릭터에 빠진 계기가 무엇인가요?

친구가 SNS에 올린 사진을 보고 알게 됐어요. 솔직히 처음엔 좀 무서웠어요. 인형인데 이빨은 사람 이빨처럼 생겼고 눈은 짝짝이고, 귀엽다기보다는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강했거든요. 근데 이상하게 계속 눈이 가더라고요.

흔히 '예쁘다'고 하는 캐릭터들도 많은데, 왜 하필 이 캐릭터였을까요?
일부러 못생기게 '디자인'했다는 점이 좋았어요. 어설프게 못생긴 게 아니라, 비율이나 표정을 계산해서 기괴하게 만든 거잖아요. 그게 오히려 완성도 높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예쁜 캐릭터는 사실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둥글둥글하고, 눈 크고, 파스텔톤이고. 근데 퍼글러는 종류마다 얼굴도 색깔도 표정도 다 달라요. 같은 모델이어도 이빨 개수나 눈 위치가 미묘하게 다르고요. 그래서 똑같은 게 하나도 없어요. 예쁜 캐릭터는 사러 가면 다 똑같은 얼굴인데, 얘는 하나하나가 다르니까 모을수록 '내 컬렉션'이라는 느낌이 강해져요.

주변에서 "그게 왜 좋아?"라는 반응, 들어본 적 있나요?
엄청 많이요. 친구들은 처음 보면 다 "그런 걸 왜 좋아하냐"고 해요. 그럼 "이빨 개수 세보면 알아"라고 답해요. (웃음) 이렇게 얘기 하면 다들 처음에는 싫어하면서 나중에는 자기도 하나 소장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 반응 자체가 재밌어요.


이 캐릭터를 한 문장으로 소개한다면?
무섭게 생겼는데 자꾸 만지고 싶은, 계산된 기괴함



"귀여운 척 안 해서 좋아요"

이하람, 이화여자대학교 25학번 - 한교동

처음 이 캐릭터에 빠진 계기가 무엇인가요?

동아리방에 있던 한교동 인형을 보고 처음엔 '뭐야 이거' 했어요. 산리오 캐릭터라길래 당연히 귀여울 줄 알았는데, 입이 얼굴 반을 차지하고 표정도 뭔가 멍해요. 근데 자꾸 눈이 가더라고요. 웃는 것도 아니고 심각한 것도 아닌 그 맹한 표정이 딱 제 표정 같았어요. 저도 하루 종일 저렇게 살거든요.

흔히 '예쁘다'고 하는 캐릭터들도 많은데, 왜 하필 이 캐릭터였을까요?
헬로키티나 쿠로미 같은 다른 산리오 캐릭터들은 이미 너무 유명하잖아요. 그런데 한교동은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하다가 최근에야 역주행한 캐릭터라, 응원하는 마음도 좀 섞여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먼저 알아본 애라는 뿌듯함도 있고요오랜 시간 동안 안 예뻐서 인기가 없었던 게 아니라, 사람들이 한교동의 매력을 알아채는 데 시간이 걸린 것이라고 생각해요.

주변에서 "그게 왜 좋아?"라는 반응, 들어본 적 있나요?
친구들은 마이멜로디나 쿠로미는 알아도 한교동은 몰라서, 처음엔 "그게 뭐야?"부터 물어봐요. 설명하면 다들 "얼굴이 좀... 특이하네"라는 반응이었는데지금은 오히려 그 친구들이 한교동 밈을 캡처해서 저한테 먼저 보내줘요.


이 캐릭터를 한 문장으로 소개한다면?
아무도 안 볼 때부터 내가 알아본, 뒤늦게 터진 원석



"좋아하는 연예인 닮아서 알게 됐는데, 볼수록 매력 있어요"

김나연, 한양대학교 25학번 - 구치파치


처음 이 캐릭터에 빠진 계기가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구치파치를 캐릭터로 알았던 게 아니에요. 엔시티 위시 사쿠야를 좋아하는데, 사람들이 구치파치랑 사쿠야랑 닮았다고 하는 거예요. 처음 봤을 때는 그냥 못생긴 초록색 캐릭터인 줄 알았어요. (웃음) 그런데 자꾸 보다 보니까 묘하게 닮은 것 같아서 저도 찾아보게 됐어요. 그러다가 구치파치가 다마고치 캐릭터라는 걸 알게 됐어요. 저는 다마고치 하면 그냥 기계 안에서 키우는 조그만 캐릭터 정도만 알고 있었거든요. 구치파치가 이렇게 생긴 캐릭터라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어요.


흔히 '예쁘다'고 하는 캐릭터들도 많은데, 왜 하필 이 캐릭터였을까요?

일단 안 예뻐서요. (웃음) 그런데 그게 매력이에요. 처음에는 "이게 왜 귀여워?" 싶은데 계속 보고 있으면 표정이나 생김새가 점점 웃겨 보여요. 얼굴도 되게 단순한데 묘하게 표정이 있어 보여서, 이상하게 보다 보면 정이 들어요. 그리고 사쿠야 닮았다는 걸 알고 봐서 그런지 볼 때마다 괜히 사쿠야 생각도 나고요.


주변에서 "그게 왜 좋아?"라는 반응, 들어본 적 있나요?

처음 구치파치를 보여주면 "이게 사쿠야랑 닮았다고?"부터 물어봐요. 근데 사쿠야 사진이랑 구치파치를 같이 보여주면 다들 "아… 뭔지 알겠다" 이러더라고요. 처음에는 못생겼다고 하던 친구가 나중에는 구치파치 사진을 보면 저한테 보내주기도 해요. 이제는 길에서 초록색이거나 입술이 두꺼운 것만 봐도 구치파치 생각난다고 하고요.


이 캐릭터를 한 문장으로 소개한다면?
초록색에 두꺼운 입술까지, 못생긴 게 매력



세 인터뷰이의 이야기는 각자 달랐다.
누군가는 어딘가 고장 난 듯한 얼굴에서 개성을 봤고, 누군가는 아무도 안 볼 때부터 알아본 캐릭터가 뒤늦게 빛을 발하는 걸 지켜봤다. 또 누군가는 좋아하는 연예인을 계기로 알게 된 캐릭터에서 예상치 못한 매력을 발견했다.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공통점은 하나였다.
퍼글러도, 한교동도, 구치파치도 처음 봤을 땐 다들 비슷한 말을 했다.
"왜 이렇게 생겼지?"
하지만 결국 이 질문은 애정으로 바뀌었다.

예쁜 얼굴은 한눈에 '귀엽다'는 감탄을 끌어내지만, 못생긴 얼굴은 한 번 더 보게 만든다. 그리고 그 한 번의 시선이 관심이 되고, 관심은 어느새 애정이 된다. 어쩌면 우리는 완벽해서 눈길을 끄는 캐릭터보다, 어딘가 부족하고 이상해서 자꾸 신경 쓰이는 캐릭터에 더 오래 마음을 빼앗기는지도 모른다.

#대학생#캐릭터#퍼글러#한교동#구치파치
댓글 0
닉네임
비슷한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