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산리오부터 직관까지, 요즘 20대가 K리그를 즐기는 법

축구를 몰라도 괜찮아! 취향으로 시작하는 K리그
이렇게 긴 줄의 정체가 K리그 팝업이라고?

지난 5일, 더현대서울 지하 2층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무려 40분가량 기다려야 겨우 입장할 수 있었던 이곳. 바로 'K리그 팝업스토어'의 이야기다.

△2026 K리그X산리오 썸머캠프 팝업스토어 모습.(출처=한국프로축구연맹)

7월 31일부터 8월 9일까지 열린 '2026 K리그×산리오 썸머캠프 팝업스토어’에 다녀왔다. 유니폼부터 짐색, 우양산, 인형 키링까지 다양한 굿즈가 진열돼 있었다. 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 눈길이 갈 만한 귀여운 캐릭터들이 K리그 유니폼을 입고 있으니, 평소 축구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궁금해서 구경해보고자 할 풍경이었다. 현장에는 자신이 응원하는 구단의 유니폼을 입은 팬들은 물론이고, 랜덤 키링을 다른 팀 팬과 교환하는 사람들까지 많았다.

△키링 교환을 구하고 있는 모습.

사실 K리그 팝업의 흥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봄 무신사 스토어 성수에서 열린 팝업스토어에도 보름 동안 약 6만 명이 몰리며 화제를 모았다. 예전엔 연고지 스포츠라고 하면 야구를 먼저 떠올렸다면, 이제는 K리그도 젊은 세대의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되고 있다. 그렇다면 K리그는 대체 어떻게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



캐릭터 콜라보, 20대의 일상 속으로 스며든 K리그

최근 K리그에서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젊은 팬, 특히 여성 방문객의 증가이다. 축구 전문지 <베스트일레븐>에 따르면, 지난해 성수 팝업 방문객의 성비는 여성이 6대4로 더 많았고, 전체 방문객의 70% 이상이 2030세대였다. 산리오라는 IP(지식재산권) 자체가 원래 여성 팬층이 두터운 캐릭터인 만큼, 캐릭터 콜라보가 K리그의 진입장벽을 낮춰 여성 팬이나 젊은 팬 유입을 이끌어내는 데 도움을 준 것이다.

△팝업스토어에서 직접 구매한 콜라보 굿즈들.

산리오뿐 아니라 주토피아, 토이스토리 등 다양한 콜라보도 진행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24년 산리오캐릭터즈와의 협업 협약 체결 당시, 이번 협업이 K리그와 구단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MZ세대와 여성 고객, 가족 단위 팬 등 잠재 고객층을 넓히기 위한 전략이라고 밝힌 바 있다. K리그1 12개 구단뿐 아니라 K리그2 17개 구단까지 전 구단 캐릭터 상품을 만든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여기서부터다. 예쁜 굿즈 하나를 사는 것으로 끝날 것 같았던 관심이 어느 순간 ‘내가 좋아하는 팀’으로 옮겨가기 시작한다. 유니폼을 사고, 키링을 가방에 달고, 팝업스토어에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린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는 팝업스토어 후기뿐 아니라 K리그 유니폼을 일상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하는 콘텐츠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 'K리그 산리오' 검색 화면.

축구를 보러 가기 전에 먼저 축구를 ‘소비’하는 방법이 생긴 셈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생각보다 가벼울 수 있다. 좋아하는 캐릭터가 입은 유니폼이 예뻐서, 친구가 가자고 해서, SNS에서 본 굿즈가 마음에 들어서. 꼭 축구를 좋아해야만 K리그를 좋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진짜 K리그는 경기장에서 시작된다

그렇다면 굿즈를 사고 SNS에 인증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팬들이 실제 경기장까지 찾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K리그의 진짜 매력은 ‘직관’에서 완성된다. 처음 경기장을 찾으면 선수 이름도, 응원가도 잘 모를 수 있다. 하지만 옆자리 사람이 응원가를 부르면 어느 순간 같이 따라 부르게 된다. 골이 터지면 처음 만난 사람과도 자연스럽게 환호한다. 화면으로 경기를 보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경험이다. 낯선 사람들과 함께 한 팀을 응원하는 그 순간이야말로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숭의아레나에서 인천 유나이티드 경기를 직관하러 갔다. 킥오프 전까지만 해도 어색하게 앉아 있던 사람들이, 인천이 선제골을 넣는 순간 모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응원가를 부르며 방방 뛰었다. 나 역시 옆 사람과 함께 환호했는데, 그 순간 이건 화면으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감정이라는 걸 실감했다.

△지난 5월 16일 진행된 광주FC와의 경기 티켓.

이런 현장 경험이 중요한 이유는 축구의 ‘응원 대상’에도 있다. 4년에 한 번 열리는 국가대표팀 경기와 달리 K리그에는 내가 사는 동네, 자주 지나다니는 거리에 연고를 둔 ‘우리 동네 팀’이 있다. 서울에 살면 ‘FC서울’을, 인천에 살면 ‘인천유나이티드’를, 대전에 살면 ‘대전하나시티즌’을 응원할 수 있다. 내가 사는 지역의 팀을 직접 응원한다는 것. 이야말로 K리그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유튜브 ‘킅킅킅’의 콘텐츠 ‘잡식재질’에서 한준희 해설위원 역시 “지역민들과의 소통이 직접적으로 가능한 것이 K리그 최대 매력”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여기에 비교적 부담이 적은 관람료와 늘어난 20대의 야외 활동 수요도 힘을 보탠다.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뮤지컬·영화 등 다른 문화생활과 비교하면 스포츠 관람은 상대적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으며, 실내보다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는 활동을 선호하는 최근의 트렌드와도 맞아떨어진다. 경기 자체의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유튜브 채널 ‘머니그라피’의 콘텐츠 ‘B주류경제학’에서 조원희 전 국가대표팀 선수는 K리그가 “다시 한번은 꼭 찾아오게끔 만드는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작은 굿즈로, 마무리는 경기장에서

K리그의 변화는 축구장 안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다. 유니폼은 패션이 되고, 캐릭터 굿즈는 소장품이 되고, 팝업은 새로운 팬이 K리그를 처음 만나는 공간이 됐다. 그리고 그 끝에는 자신이 사는 지역의 팀을 직접 응원하는 ‘직관’이 있다. 어쩌면 K리그는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우리의 새로운 취미가 되어가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이번 주말, 친구와 유니폼을 맞춰 입고 ‘내 동네 팀’을 응원하러 가보는 건 어떨까.

△인천유나이티드 마스코트 '유티'♥
#대학생#K리그#산리오팝업#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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