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5만 가지 부캐 누구나 가지고 있잖아요?
사실 저는 거짓말 조금 하면 5만 가지 정도는 알아요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연령이 어떻든 지역이 어디든
사회적인 캐릭터랑 그렇지 못한 캐릭터 하나씩은 품으며 살아가고 있다.
나만 그런 거 아니라고 말해줘요....

모임이 있는 자리에서는 최대한 인자한 미소를 창작하며 상대방에게 '난 널 공격할 생각이 없다'
호의적인 눈빛을 보내는 사회인들...과연 그 모습으로 그들을 전부 파악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일단 제목 그대로 5만 가지 부캐를 가지고 있는 나의 경우부터 말해보겠다.
친구들에게는 나긋한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음에도,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를 보면서 운전면허는 따지도 않은 내가 큰소리를 내며 과몰입을 하는 캐릭터와 프로야구를 보며 있는 힘껏 격려의 말을 뽐내는 버럭이 캐릭터가 상시 대기 중이다.
그 부캐들 주위 사람들에게 공개할 수 있나요?
공개를 하는 건 두렵지 않다...그런데...뭔가..뭔가 이다.
이 부캐들은 내 의지대로 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 상대적으로 발현되는 것 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 부캐들이 부끄러워서?
절대 아니다.
그럼에도 주위 사람들 모두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생각하면
안정적인 사회생활과 인간관계 형성을 위해 사회 친화적인 모드로 나의 일부분만 보여주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너 이런 모습도 있더라, 의외인데 ' 라는 말을 한다면
'평화로운 사회생활 도전기 '퀘스트 완료를 위해 달려가고 있는 순간 몰입이 깨지는 경험을 하게 되기 때문인 것 같다.
누구나 사회생활을 하며 부캐와 본캐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선을 지키며 자신의 내면을 보호하려 노력하지만,
가벼운 관계에서 의도치 않게 들키게 되는 부분들은 상대방과의 부드러운 의사소통을 방해하고
나의 사적인 모습들을 타인들로부터 의도치 않게 평가받게 되거나 이해시키는 것에 막대한 정신적 에너지를 쓰는 피곤한 상황이 일어나곤 한다.
그럼... 부캐들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나요?
남들이 모르는 나의 부캐. 생각보다 너무 매력있다. 이대로 썩힐 수는 없지...
그러니까,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작은방을 만들어 보는 게 어떨까?
마음속에서 우러나오지만 사회적 인간관계 때문에 꺼내지 못하는 부캐들을 털어놓는 방을.
예를 들어서,
1. 남들이 모르는 비밀의 방 만들기
지금까지 시네필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인 'HOPE'
친구가 영화를 보고 나오자

호프에 대한 감상평을 신랄하게 늘어놓는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다르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는데...? 나중에 호프 망상회나 볼까...?'
친구와의 평화를 위해 차마 나의 이야기를 꺼낼 수 없는 상황. 나는 적당한 리액션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지만...
스멀스멀 올라오는 호프에 대한 나의 취향을 담을 수 있는 '방구석 비공개 호프 감상회 '를 개최하는 것이다.
내가 왜 이 작품을 좋아하는지를 나열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를 서치하며 소소한 도파민을 채우는 것이다.
2. 내 일상을 기록하는 비공개 블로그
개성이 넘치는 부캐들을 이대로 잃을 수는 없다.
소수만 아는 방을 만들어 일상을 보내며 발견했던 새로운 모습들을 기록하는 것이다.
정말 소소한 것이라도 좋다.
'SNS를 뜨겁게 달구는 말랑이를 실제로 사봤는데 생각보다 마음에 들지 않더라. 나의 구원자 뽁뽁이를 대령해라'
'사실 내 몸속에는 국밥에 환장하는 아저씨 영혼이 깃들어 있더라'
남들에게 들키면 왠지 아차 싶은 모습들을 나만이라도 기억을 할 수 있도록 기록을 하는 것이다.
기록을 하지 않으면 이 매력 있는 캐릭터들은 언젠가 희미해지고 만다.
그들을 잊지 않도록 하루 하루 나의 새로운 부캐들을 만들어가 보는 게 어떨까
근데 굳이 부캐까지 기록해야 해요?
중요하다. 20대의 나의 모습들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무색무취 회색 도시에서 다양한 색을 담은 '나' 라는 사람의 흔적을 남기려면 기록은 필요하다
남들은 모르는 나의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한다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고 도파민이 치솟는 일인가
진정한 나의 모습은 남들 앞에서가 아닌, 주변 소음을 차단하고 오로지 나 자신을 똑바로 볼 때 제대로 찾을 수 있다
MZ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맞지 않는 진짜 모습을 보는 순간 나오는 나의 부캐.
모두가 Yes! 라고 말할 때, No! 라고 말하는 이 용기 있는 부캐를 잃기엔 너무 아깝지 않은가?

그러니까 기록하고 기억하자.
하루 하루 만들어지는 나의 새로운 부캐들을.
그리고 그들을 찾는 것을 포기하지 말자. 사소한 캐릭터라도 좋으니.
'나'라는 사람은 하나로 단정 지을 수 없는 수많은 수식어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성인 사람 뼈가 200여 개인데 적어도 부캐 만큼은 200여 개 넘게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번외

이 캐릭터 '유미의 세포들' 에 등장하는 리액션 로봇인데 빨리 실용화 시켜 주세요....
버튼 띡 누르면 미소 장착하고 애쓰지 않고 리액션 맛깔나게 해주는 로봇이 사회인들에게 너무나 필요해요
#대학생#MZ#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