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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그곳이 어디길래

낭만 찾아 삼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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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취준이다 뭐다 스펙 쌓기 바쁜 시기에, 나는 무슨 용기였는지 무작정 제주대 교류학생 신청서를 냈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냥 매일 똑같은 강의실, 똑같은 도서관 풍경을 벗어나고 싶었고,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한 달쯤 살아보면 뭐라도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인생에서 가장 무모하고, 가장 시끄럽고, 제일 대책 없는 한 달을 보내고 왔다.



1. 밤 11시, 옷 입은 채로 바다에 뛰어드는 삶


서울에 있을 때의 나는 '시간 계산의 천재'였다. 몇 분에 나가야 지하철을 안 놓치는지, 몇 시에 자야 내일 안 피곤한지 늘 계산기 두드리듯 살았다.

근데 제주는 사람을 참 이상하게 만든다.

하루는 밤늦게 모여서 술을 마시다가 누군가 "야, 바다 갈래?" 한마디를 던졌다. 보통 같았으면 "축축하게 옷 젖는데 내일 가자" 했을 텐데, 다들 미친 사람처럼 "콜"을 외치며 바다로 달렸다.

조명 하나 켜진 포구에서 옷 입은 채로 그대로 다이빙을 하고, 젖은 물에 빠진 생쥐 꼴로 길거리를 뛰어다녔다. 편의점 평상에 다 같이 모여 앉아서 대충 수박 썰어 넣고 딸기우유 부어 만든 화채를 나눠 먹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 지금 좀 제대로 살고 있는 것 같은데?'


2. 딱히 아무것도 안 해도 웃기던 순간들


교류학생 생활이라고 해서 매일 엄청난 관광지를 돌아다닌 건 아니다.

그냥 동네 싼 고깃집에 모여 앉아서 흑돼지 구워 먹으며 수다 떨고, 단체 티셔츠 하나 맞춰 입고 노을 지는 해변가에 줄지어 서서 기괴한 포즈로 사진 찍는 게 일상이었다. 스쿠터 대여해서 해안도로 달리다가 바람 다 맞고 머리 산발돼서 서로 놀리고, 모래사장에 친구 하나 파묻어놓고 깔깔거리던 시간들.

노래방에 가서는 화면이 터져라 목이 쉬도록 노래를 부르고 껴안았다.

돌아보면 진짜 별거 아닌 일들인데,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과 그 계절의 공기가 합쳐지니까 매 순간이 웃음 벨이었다. 남들이 보면 "쟤네 왜 저러냐" 싶었겠지만, 우리한테는 그게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일이었다.


3. 케이크 촛불 불며 들었던 그 한마디


제주에서의 마지막 날 밤, 다 같이 모여 조그만 케이크에 불을 붙였다.

한참을 시끌벅적하게 떠들다가 촛불을 끄는데, 한 친구가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

"나한테 낭만을 가르쳐줘서 너무 고맙다."

그 말을 듣는데 속으로 풋 웃음이 나오면서도 이상하게 울컥했다. 다들 겉으로는 쿨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가지만 실은 속으로 이런 순수한 순간들을 얼마나 목말라했는지 느껴져서.


4. 다시 일상으로, 그래도 버틸 수 있는 이유


이제 다시 현실로 돌아와 빽빽한 시간표를 보고, 도서관 자리를 잡고, 자격증 책을 펼쳐야 한다.

하지만 제주에서의 한 달은 나에게 일종의 '비상식량' 같은 게 됐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지치고, 무기력해지고, 내가 잘 살고 있나 싶을 때마다 9월의 그 축축하고 뜨거웠던 제주 밤바다를 꺼내 볼 생각이다.

남들은 스펙 한 줄이 더 중요하다고 할지 몰라도, 나한테는 밤바다에 주저 없이 뛰어들었던 그 무모함과 같이 미쳐줬던 친구들이 남았다. 이거면 이번 학기도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 같다.첫번째영상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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